국내 증권사들 또한 각종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이슈와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동학개미’ 덕에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시중 내 늘어난 유동성에 힘입어 역대급 호조세를 보였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집중된 자금은 주식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으며, 이에 힘입어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또 IPO 대표 주관 자리를 놓고 벌이는 증권사들의 경쟁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인수·합병 스팩을 제외하고 총 76곳으로 집계됐다. 공모금액은 5조7000억원에 달했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지속함에 따라 이에 따른 청약 증거금도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올 한해 IPO 시장에 모인 청약 증거금은 총 29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로 늘었다.
올 한해 5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모은 이른바 ‘IPO 대어’ 종목은 12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종목뿐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은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30조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6월 SK바이오팜에 청약증거금 30조9889억원이 몰려 이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9월 카카오게임즈에 58조5543억원이, 10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58조4236억원의 자금이 각각 몰리며 역대 최대 증거금 1~3위를 차지했다.
1주라도 받기 위한 경쟁률도 치열했다.
지난 7월 상장한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 이루다의 경쟁률은 무려 3039대 1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청약 경쟁률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또 지난 8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개발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은 2493대 1, 전문의약품 제조 기업 한국파마는 2035대 1에 이르는 등 경쟁률이 2000대 1을 넘는 종목들도 쏟아졌다.
공모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올해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스팩 및 합병 상장 제외) 71개사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평균 65.2%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코스피에 새롭게 상장한 10개사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85%로 집계됐다. 코스닥에서는 총 61곳이 상장해 평균 61.9%의 수익률을 올렸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명신산업으로 515.4%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명신산업 공모 절차에 참여해 지금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공모가 대비 6배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이 밖에도 박셀바이오(496.3%), 포인트모바일(311.3%), SK바이오팜(270.4%), 인바이오(218.1%) 등도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집중된 자금에 주식 투자 열풍까지 더해지며 투자자예탁금 또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실제로 올해 초 약 29조8600억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IPO 열풍과 동학개미운동 등을 거치며 지난달 18일 사상 최대치인 약 65조1400억원까지 증가했다.
◇ 증권사 간 주관 경쟁도 치열…NH투자 2년 연속 1위
IPO 시장에 역대급 훈풍이 불면서 상장 주관사 자리를 둔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달성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총 2조1182억원(9건) 규모의 상장 주관 실적을 내며 2년 연속 선두 자리를 사실상 확정했다.
NH투자증권은 특히 SK바이오팜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공모액 1조원에 육박하는 대어급 IPO 주선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넘버1’을 지켰다.
한국투자증권은 11건, 총 1조5692억원 규모의 상장을 주관하며 2위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올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IPO 주관을 맡은 데 이어 빅히트의 대표 주관을 맡으며 선전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마지막 상장 예정 기업인 프리시젼바이오와 이에스켄달스퀘어리츠, 지놈앤컴퍼니, 석경에이티 등의 상장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향한 막판 스퍼트를 발휘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총 17개 기업(이전상장 포함·스팩 제외)의 상장을 주관하며 가장 많은 기업을 상장시킨 증권사로 집계됐다.
미래에셋대우는 특히 올 하반기에만 무려 14건의 실적을 몰아 쌓는 저력을 보이며 ‘조 단위’ 빅딜 없이도 국내 증권사 주관 순위 3위(7726억원)를 차지했다.
이러한 증권사들의 상장주관 경쟁은 내년 들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도 조 단위 ‘초대어’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IPO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내년에는 배틀 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독립한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줄지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장 예정인 대어급 업체들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78조원, 공모 규모는 약 15조원으로 IPO 시장이 최근 5년간 제일 뜨거웠던 2017년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상장 목표 중인 업체 중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40조~50조원), 크래프톤(20조~30조원), 카카오뱅크(6조~40조원), 카카오페이(7조~10조원), 카카오페이지(2조~4조원), SK바이오사이언스(3조원) 등”이라며 “상장을 준비 중이었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공모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개인 투자자가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이 확대됨에 따라 유입되는 개인 청약 대금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금융당국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을 30%까지 확대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라며 “이에 따라 내년에는 공모에 유입되는 막대한 청약대금으로 인해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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