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CEO들은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재신임 가능성을 높였지만,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설사들도 눈에 띄었다.
이영호닫기이영호기사 모아보기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임기는 내년인 2021년 3월까지로 예정돼있다.
이영호 사장이 취임한 2018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역대 최대 규모인 7730억 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삼성물산의 영업익 1조 시대를 당당히 열었다. 삼성SDI와 삼성전자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치며 쌓은 이 사장의 수완이 두드러졌다는 평이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여전히 이영호 사장에 대한 신임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건설사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수주잔고’에서 이영호 사장은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실적 방어에 성공하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 수주고가 4조 원에 그치며 우려를 샀던 삼성물산은 4분기 들어 해외에서 굵직한 일감을 연달아 따냈다. 4분기에만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사우디 복합발전, 국내 연료전지, 하이테크 PJT 등을 수주한 삼성물산은 수주목표의 90% 이상을 채우는 저력을 보였다.
◇ 코로나 위기에도 시공능력평가 1위 등 안정적 모습 유지, 실적하락 방어 공로
올해 건설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에 휘말려 해외수주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국내로 눈을 돌리면서 올해 국내 건설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한 해를 보냈다.
삼성물산은 3분기 사학연금 신축공사 (3,486억 원), 평택 반도체 2기 하층서편 (2,940억 원), 부산 스마트빌리지 (377억 원) 등의 사업을 수주하며 기세를 올렸다.
삼성물산은 코크렙티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발주한 3500억원 규모의 사학연금 서울회관 신축공사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학연금 서울회관 신축공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27 일대에 위치한 기존 사학연금 서울회관을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로 지하 6층, 지상 42층, 220m 높이의 초고층 건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단독으로 이번 공사를 수주했으며, 공사는 2020년 10월에 착공해 2023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해외에서 싱가포르 탄종파가 복합개발(290m),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금융센터 2(213m), 라수나 타워(285m) 등의 초고층 오피스 빌딩을 건설했다.
국내에서도 삼성 서초타워(203m), 강동 이스트 센트럴 타워(150m), 여의도 KB국민은행 통합사옥(117m) 등 다수의 도심지 오피스 빌딩 시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도 도심지 초고층 건설 노하우를 살리고 BIM, 모듈화 공법을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1240억 원으로 지난해 1420억 원 대비 12.7% 줄었다. 삼성물산은 “국내외 플랜트 및 빌딩 공사 진행 호조 등으로 매출은 늘었고, 영업이익은 코로나19로 인한 일부 현장 비용 증가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같은 시기 건설부문 매출은 3조 1070억 원으로 전년동기 2조 8460억 원 대비 9.2% 늘었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은 3·4분기 누적 6조5000억 원으로 연간 계획이었던 11조1000억 원을 아직까지 달성하지는 못했다.
다만 삼성물산 측은 “내년 1월 결산 전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여럿 있다”고 부연했다.
청약시장에서의 인기도 여전했다. 올해 삼성물산이 청약을 받은 핵심 단지였던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와 부산 ‘레이카운티’ 등은 각각 수 백대 1의 경쟁률 속 1순위마감하며 대형 건설사의 네임밸류를 재확인시켰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은 국토교통부가 매년 전국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 ‘2020 시공능력 평가’에서 20조 8,461억 원으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 및 신인도를 종합 평가하여 매년 공시(7월 말)하고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제도다. 발주자는 평가액을 기준으로 입찰제한을 할 수 있고, 조달청의 유자격자명부제, 도급하한제 등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전체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ESG’ 경영에도 앞장섰다. 삼성물산은 올해 국내 비금융사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했다. ESG를 선도하는 기업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삼성물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관련 국제 표준인 ISO 26000과 UN에서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등에 바탕을 둔 비재무 6대 분야(노동/인권, 환경/안전, 상생, 컴플라이이언스, 정보보호, 사회공헌) 중심의 ESG 전략 체계를 구축하고 △기후변화 선제적 대응 △Biz 전 과정 사회적 책임 강화 △사회와 함께하는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서는 지난 9월 23일,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 참여 여부와 관련해 정부간 관계, 고객/파트너 신뢰, 건설 기술력 등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참여 의견을 제시했으며, 10월 23일에는 전사적인 탈석탄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건설부문은 현재 시공 중인 강릉안인화력 발전소와 이번에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소는 국제기준 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공할 계획이며, 향후 석탄화력 발전 관련 사업에는 투자, 시공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 2건만으로 1조 클럽 깃발, 클린·알짜 사업장 맞춤형 수주 눈길
올해 삼성물산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5년 만의 도시정비 시장으로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공사비 2400억 원 규모의 ‘신반포 15차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 5년 만에 국내 재건축 수주에 성공했다. 이어 5월에는 공사비 8087억 원 규모의 대형사업인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재건축까지 연달아 수주하며 단숨에 도시정비 수주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단 2건의 수주만으로도 ‘도시정비 수주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업계는 삼성물산이 “알짜 사업장을 내실있게 수주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이후 약 5년 만에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들은 그간 ‘클린수주’ 방침을 내세우며 복마전으로 변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는 참여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당국이 수주를 둘러싼 과열경쟁과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에 호응해 시장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물산은 반포에서 이미 반포주공 2단지 재건축,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하는 등 반포에서 래미안 브랜드타운을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에 이번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 재건축이 더해지며 반포 일대에 래미안의 색채를 더 짙게 칠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수주잔고 감소, 래미안 브랜드의 공급이 뜸해지면서 브랜드 가치하락과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주잔고는 지난해 2조6645억 원이었다. 2015년 이후 꾸준히 잔고가 줄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사업이 크게 마진이 남는 장사는 아니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고, 건설사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할 사업 중 하나기 때문에 중요성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클린 수주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마구잡이식 수주전이 아닌 “철저한 기준을 통해 선별된 사업에만 참여할 것”이라는 원칙을 가져가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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