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는 고 이건희 회장의 선례로 볼 때 지금이 이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45세에 불과했던 이 회장은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이를 발판 삼아 삼성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듬해 '제2창업'을 선포하고, 1993년 "마누리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삼성이 품질경영이라는 국제화 흐름에 따라가지 못 한다면 2류 기업에 머물 것이라는 위기감이 바탕이 됐다. 이후 이 회장은 33년간 삼성을 이끌며 자신이 장담한 대로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고 있는 지금도 당시처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 중간에 낀 삼성으로서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돼 세계경제 회복 시기를 늦추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 회장에 올라 위기 돌파 의지를 밝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이 부회장이 당분간 회장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더 무게가 실린다.
현재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뇌물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연루돼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이사직도 내려놓은 이 부회장이 당장 그룹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통상 12월 첫째주에 진행되는 삼성그룹 정기인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이 부회장도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2심 재판에서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이 부회장 특유의 실용적인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상징적인 직급은 딱히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셈이다.
그럼에도 회장이라는 직함이 가지는 대외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4대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특히 최근 40·50대 젊은 총수들이 속속 그룹 회장직을 맡는 추세다. LG 구광모 회장은 2018년 구본무닫기구본무기사 모아보기 회장 타계 직후 40세 나이에 곧장 회장직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로 평가받는 정의선 회장도 지난달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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