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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제부총리 홍남기의 처신

기사입력 : 2020-11-06 16:53

정부 경제부처 정책 총괄하는 경제사령탑
엇나간 언행 임명권자와 정부 불신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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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석 부국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대한민국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經濟副總理)란 직제(職制)를 처음 만든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朴正熙 大統領)이다. 1960년대 당시 경제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그는 국무총리(國務總理) 다음으로 경제부총리란 직책을 만들어 정부 예산편성(豫算編成) 기능까지 부여, 다른 부처(部處) 장관(長官)들이 협력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운용의 묘책(妙策)을 썼다고 한다.

박 정권 이후로도 경제부총리는 통치권자(統治權者)의 강한 신임을 바탕으로 경제 관련부처를 장악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며 경제정책(經濟政策) 리더 역할을 해왔다.

많은 치적(治績)이나 강한 인상을 남긴 경제부총리를 꼽으라면 박정희 시대에는 김학렬(金鶴烈), 남덕우(南德祐) 등이 우선 거론된다. 전두환(全斗煥) 정부의 김만제(金滿堤),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한승수(韓昇洙) 등도 이름을 날렸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땐 이헌재(李憲宰)가 단연 손꼽힌다. 후배 관료들 사이에서 지금도 많이 회자(膾炙)되거나 존경 받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共通點)은 본인의 역량(力量)도 그렇지만 대통령과 그 주변 실세(實勢)들을 잘 설득해 자신의 뜻을 관철(貫徹)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화시대 이후 경제부총리들은 한층 복잡해진 정치·정책 환경 때문에 모든 걸 자신이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문민정부 이후 이름을 날린 경제부총리들을 보면 대개가 소신(所信)과 설득(說得) 그리고 소통(疏通)의 달인들이었다.

대표적 인물이 이헌재 부총리다. 인연(因緣)도 없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자기 소신을 피력하고 전권(全權)을 부여 받은 후 책임 경영하듯 환란(換亂)에서 벗어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잘했다고 평가되는 경제부총리들은 또 대개 꾀가 많은 유형이었다. 잘 만나주지도 않으려는 통치자와 그 측근(側近)들에게 무슨 방법을 쓰든 자주 접근했다. 이들을 설득하고, 이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선수들이었다. 1차로 대통령 측근들에게 매달려보다 여의치 않으면 대통령과의 독대(獨對)를 어떻게든 성사시켜 이를 통해 담판(談判)을 지었다.

그렇다면 현재 문재인(文在寅) 정부의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洪楠基) 경제부총리는 어떤가.

우선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과의 관계를 보면 역대 어느 경제부총리보다도 좋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인맥들은 이념적(理念的) '강성(强性)'들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을 밥먹듯 했던 운동권 출신이거나 재야시민단체 출신들이 많다. 성향상 정의, 분배, 빈부격차 해소, 반(反)재벌, 복지 강화 등에 평생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부처들이 주도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정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표 소동을 촉발한 대주주 과세(課稅) 기준 논란뿐 아니라 추경예산(追更豫算)과 재난지원금(災難支援金) 등 취임 이후 굵직한 경제 현안마다 국가 정책을 당리당략(黨利黨略)적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여당의 목소리에 눌려 무기력하게 입장을 번복해 왔다.

홍 부총리는 취임한 이후 지난 23개월 동안 주요 경제 정책 결정에서 민주당의 압력을 돌파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 온 셈이다. 증권거래세(證券去來稅) 인하, 재난지원금, 부동산감독기구, 2차 재난지원금, 추경예산(追更豫算) 편성 등이 모두 여당 계획대로 됐다.

해임(解任) 운운(추경 관련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시절)하거나 찍어 눌러서라도 뜻을 관철하겠다는 여당의 막무가내(莫無可奈)식 포퓰리즘 행보도 문제지만, 처음엔 반대하는 척하다 어느 순간 꼬리를 내리는 그의 우유부단(優柔不斷)함이 불러온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측면도 없지 않다.

이번 사표(辭表) 소동이 우리 경제를 지키겠다는 결기가 아닌 자리에 걸맞지 않은 경박(輕薄)한 응석으로 비치는 이유다. 정책 결정에서 밀렸다고 사표를 던지고 이를 스스로 공개한 것도 이상하지만 하루도 안 돼 번복한 것도 정상은 아니다. 경제부처 수장의 처신이 이렇게 가벼울 수 있는가. 게다가 공개 사의표명은 자칫 항명(抗命)으로 읽힐 수 있는데다 인사권자(人事權者)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준다.

홍 부총리 스스로 처신(處身)을 달리해야 한다. 그는 지난 긴급재난지원금(緊急災難支援金) 회의에서 의견(意見)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종보고서(最終報告書)에 부대의견(附帶意見)으로 자신의 반대의사를 명기(明記)했다고 한다. 그게 뭔가, ‘나는 반대했다. 잘못돼도 난 책임 없다’, 뭐 이런 뜻인가. 경제부총리 정도 되면 국정(國政)이 잘못 굴러가는 것을 직(職)을 걸고 막을 책임이 있다. ‘저는 반대입니다만, 여러분의 뜻이 정 그렇다면….’ 이건 사기업 과장의 처신(處身)이지 장관의 처신일수 없다. 소신이 관철(貫徹)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정책 결과에 책임 질 수 없다면 물러나는 게 옳지 않겠나. 왜 비전문가 (非專門家)들에게 그 굴욕(屈辱)을 당하면서 부대의견 따위를 달고 있느냐 말이다.

정부조직법(政府組織法) 19조를 보면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에 관해 국무총리의 명(命)을 받아 관계 중앙행정기관(中央行政機關)을 총괄·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청와대·여당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문화(明文化)된 규정(規定)이 없다. 홍 부총리의 패싱이 정책 혼선에 따른 시장의 혼란(混亂)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은 일견 타당성(妥當性)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목소리 큰 국회의원(國會議員) 출신 장관(長官)들이 이기주의(利己主義)에 사로잡혀 부총리 발목을 잡는다면 그냥 넘길 수 없다. 정부 대책에 관련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기획재정부(企劃財政部)의 위상 하락은 정책 일관성(一貫性)과 신뢰성(信賴性) 결여(缺如)를 낳고 한국 경제의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책 파열음(破裂音)이 지나치고 합의(合意) 후에 딴소리가 잇따르거나 엇나간 행동이 나올수록 정부 불신(不信)만 부추긴다는 점이다. 고위 공직자로서 올바른 자세(姿勢)와 처신(處身)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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