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은 5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2020년 금융동향과 2021년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은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원화대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1% 증가했으며, 올해 하반기 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으나 연간 10% 정도의 대출총액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 800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 6000억원 가량 감소했으며, 올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7.9% 감소한 11조 4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됐다.
NIM의 급격한 축소에도 불구하고,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크게 증가해 이자이익 규모는 146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6% 증가해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NIM 하락세에도 대출수요가 급증해 올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이 급증해 위험가중자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내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다소 하락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 상반기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58%로 작년말 대비 72bp 하락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과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유동성을 확실하게 공급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기업의 자금난이 되풀이 되지 않고 있다.
서병호 실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금융 지원을 많이 받은 섹터에서 장기화로 인해 기업의 경영실적 개선이 늦어질 경우 기업대출의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라서 혁신기술의 금융권 도입 차원에서 지난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고, 올해는 마이데이터 도입 등을 추진했다. 내년에는 종합지급결제업과 마이페이먼트 사업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서병호 실장은 “금융의 디지털화는 핀테크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입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은행산업 내 디지털 채널의 선점을 위한 경쟁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택트 지급결제 활성화로 핀테크와 빅테크 채널을 이용한 선불충전금과 결제금액이 급증하고 있으며, 핀테크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취급영역도 제휴를 통해 수신·대출·금융상품 판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페이를 통해 간편결제·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CMA통장과 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간편결제·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카오뱅크를 통해 예·적금과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대출, 전월세보증금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주체의 개인신용정보 전송 요구권 행사에 따라 본인의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며, 이를 통해 사업자는 투자자문과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등의 영위가 가능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인해 은행권에는 은행의 플랫폼 의존도가 증가하지만 협상력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업을 겸영할 경우 고객 접점의 이동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은행의 관련 규제준수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 제정안이 최초 발의된지 8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서병호 실장은 “금소법 도입으로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크게 강화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각종 금융상품의 판매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의 강화를 위한 비용은 물론, 사고발생시 배상 확률과 금액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개방형 플랫폼 구축 필요…오픈 이노베이션 추구”
성장성 측면에서는 내년 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둔화된 6%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은행에서 대출을 5% 내외로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특수은행에서는 내년에도코로나19 관련 완화된 대출 공급 기조가 유지돼 8% 내외의 대출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서병호 실장은 “국내은행의 2021년 수익성은 대손발생에 의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손비용이 코로나19로 인한 잠재부실을 충분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하거나 더 큰 규모의 대손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서병호 실장은 보수적 경영기조 속에서 리스크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으로 판단했다. 또한 전략 방향을 신용리스크 관리와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 3가지 핵심 테마를 정했다.
서병호 실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이전부터 자산 버블이 누적된 측면이 있어 대출 자산의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대폭 확대해 부동산 버블을 일으켰으며, 이후 부동산 가격의 폭락과 함께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5.9%이며, 명목GDP와 은행 대출금 증가율 간의 괴리 등을 감안할 때 자산 버블이 상당 기간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서 대출자산 증가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서병호 실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여신포트폴리오의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신용리스크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기업경영 환경이 1~2년간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리스크 대비 수익성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여신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병호 실장은 “특히 금융지원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개별회사와 업종에 관한 대출자산의 편중 리스크나 가치변동 리스크는 대출매매 시장과 CDS 등을 활용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잠재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고, 버블 붕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대손충당금을 넉넉하게 적립할 필요가 있다”며,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손충당금은 임의로 늘릴 수 있는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감독당국에서 정책적 판단에 따라 특별 대손충당금 항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으며, 여의치 않으면 대손준비금 형태로라도 적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산업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ESG경영을 비재무적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경영 과제 요소로 꼽았다.
서병호 실장은 “국내은행은 최근 코로나19 피해기업의 지원 차원에서 ESG 목적의 피해지원 채권을 발행했지만 사회 전반의 ESG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ESG 평가지표를 여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 이미지를 광고할 경우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한다는 점을 강조해 ESG에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고객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비예금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의 시행으로, 은행의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규제 준수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레그테크(RegTech)의 활용을 통해 내부통제 기능 강화도 경영과제로 꼽았다.
AI를 활용해 복잡한 금융규제를 레그테크로 처리할 경우 사후감사로만 찾을 수 있었던 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감독당국과의 실시간 소통으로 업무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고, 내부통제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서병호 실장은 “고객 입장에서는 한 은행의 상품 만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원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경쟁력 있는 타사 투자상품을 디지털 채널로 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사 플랫폼만이 제공하는 킬러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플랫폼 내 소비자 선택이 많은 타사 1등 상품과의 경쟁을 통해 내부경쟁력을 제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서병호 실장은 “PB와 기업금융 서비스는 핀테크나 빅테크가 제공하기 어려운 영역이므로 고객이 앱으로 소통하면 은행이 앱 상으로 상담하고, 필요시 PB나 RM이 아웃바운드로 방문판매를 하는 방식의 설계가 가능하다”며 디지털 경쟁력 강화 아이디어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빅테크와의 경쟁은 대표적 비대면 채널인 모바일 앱의 이용 경쟁이므로, 모바일 앱 기능과 디자인의 단순화,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고객 만족도도 제고해야 한다.
서병호 실장은 “모바일 앱에서 상품을 선택하고 가입하는 과정에서 각 단계의 이용률 변화데이터를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해 단계별 불편함을 해결해야 전반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빅테크나 인터넷전문은행 등과 디지털 채널로만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으므로 디지털 경쟁에서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기존 점포망을 활용해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서병호 실장은 “단순 거래를 최대한 디지털 채널로 유도하면서 기존 점포에서는 상담·교차판매·PB·IB 등의 역량강화를 통해 점포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점포 폐쇄 후 해당인력은 본점과 신사업으로 재배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대면 영업에 특화된 인력은 허브 점포의 상담이나 방문판매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다고 판단했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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