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 등 '빅테크(Big Tech)' 기업들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금융상품을 판매·대리·중개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이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3월 24일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내년 3월 25일 시행된다. ‘소비자보호 내부통제기준’과 ‘금융상품자문업자’ 관련 규정은 내년 9월 25일 시행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법 적용대상을 금융상품의 직접판매업자, 판매대리·중개업자, 자문업자로 규정했다. 금융상품으로는 은행 예금·대출, 보험, 금융투자상품, 신용카드 등을 열거하고 시행령에서 추가할 수 있도록 위임했다.
네이버, 다음 등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 등을 통해 금융상품을 영업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는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네이버, 다음이라는 포털서비스 이름만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며 “예컨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영업하는 대출 비교 플랫폼처럼 네이버나 다음이 이러한 온라인 대출 플랫폼 영업을 한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대출모집인으로 등록을 하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대출성 상품의 대리중개업자의 하나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개별 금융업법에 흩어져 있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 대리·중개업자 등의 영업 시 준수사항 등을 규정하고 추가로 규율이 필요한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우선 상품판매 시 투자자 성향 파악 등 고객평가를 형식적으로 운영하지 않도록 평가기준을 신설하고 이 따라 평가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의무를 규정했다.
판매사의 설명의무도 강화했다. 펀드 등을 ‘제조업자’(자산운용사)가 아닌 ‘직판업자’(은행·증권사 등)가 판매하는 경우에는 상품설명서를 직판업자가 직접 작성해야 한다.
또 판매업자의 ‘상품숙지의무’에 따라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권유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금융상품(예금성 상품 제외)을 권유할 때는 소비자에게 핵심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
은행 등은 고객에게 대출금을 신규 금융상품 계약으로 갚게 한 후에 그 계약이 3년이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전 금융권의 개인 연대보증은 전면 금지되며 법인 연대보증은 대표자, 최대주주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대리·중개업자의 광고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대리·중개업자의 금융상품 광고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직판업자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최근 ‘네이버 통장’ 광고 등과 같이 광고에서 대리·중개업자 또는 연계·제휴서비스업자 등을 부각시켜 소비자가 직접판매업자로 오인하게끔 만드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최근 네이버는 미래에셋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의 가입채널·제휴서비스 제공자임에도 ‘네이버가 선보이는 상품’이라는 내용으로 광고를 해 논란이 일었다.
금융업권협회의 광고 심의대상에는 대리·중개업자 광고가 포함된다.
◇온라인 대출모집인에 ‘1사 전속의무’ 적용 안 해
대출성 상품을 취급하는 대리·중개업자 중 오프라인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대출모집인이 1개 금융회사에서만 일하도록 하는 1사 전속의무가 적용된다. 은행이 저축은행에 대출을 중개하는 등 직접판매업자가 대리·중개하는 경우는 예외다.
1사 전속 원칙을 적용받지 않던 리스·할부금융 대리인, 대부중개업자에 대해서는 제도의 안착을 위해 2년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온라인 사업자의 경우 온라인 특수성 등을 고려해 1사 전속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온라인 대출모집인에는 영업보증금(5000만원) 예치, 이해상충 방지 알고리즘 탑재 등의 등록요건이 추가된다.
1사 전속의무는 대출모집인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에 불리한 대출상품을 추천하거나 불필요하게 자주 대출상품을 가입시키는 것을 방지하려고 도입됐다.
대리·중개업자가 직판업자에 자신이나 특정업자에만 위탁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보험대리점의 경우 기존과 같이 동일 보험회사로부터 판매 위탁을 받은 보험대리점 간의 재위탁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재위탁 시 보험회사로부터 승인받을 것을 의무화했다.
◇고난도 펀드 등에 청약철회권…위법계약해지권도 도입
시행령에서는 청약철회권(예금성 상품 미도입)과 위법계약 해지권 적용 대상을 규정했다.
청약철회는 대출성·보장성 상품에 원칙적으로 모두 적용된다. 투자성 상품의 경우 비금전신탁계약, 고난도 펀드, 고난도 금전신탁계약, 고난도 투자일임계약에 적용된다.
대출성 상품은 14일 이내, 보장성은 15일 이내, 투자성 상품은 7일 이내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해야 한다. 단 리스, 증권 매매 등 계약체결 후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해 원본 반환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투자자가 청약철회를 위한 숙려기간 없이 즉시 투자하려는 경우는 예외다.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위법계약해지권은 계속적 계약이 아니거나 중도상환수수료, 위약금 등 계약해지에 따른 재산상 불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법계약해지 요구는 계약일로부터 5년, 위법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가능하다.
◇징벌적 과징금, 부당이득의 최대 50%까지
소비자보호법은 징벌적 과징금 부과 한도를 법 위반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로 규정하고 자세한 정의는 시행령에 위임했다.
시행령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을 상품유형별로 계약의 목적이 되는 거래금액으로 정의했다. 투자성 상품은 투자액, 대출성 상품은 대출금으로 규정해 거래 규모가 클수록 제재 강도가 높아지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소비자의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금융위는 금융상품 판매 제한·금지 명령을 할 수 있다.
시행령은 발동요건을 ▲상품구조상 소비자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며 상품의 복잡성, 영업방식 등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는 그 위험을 알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경우▲금융상품으로 인해 심각한 손실이 발생했고 손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 규정했다.
◇소비자 보호 전담조직 설치 등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화
시행령은 원칙적으로 모든 업자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의무화했다. 1사에 전속된 대리·중개업자,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인 영세법인 등은 내부통제 마련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대상은 기준 마련 후 민원, 금감원 검사 등을 통해 내부통제기준상의 미흡한 부분을 알게 되면 스스로 내부통제기준을 개선해야 한다.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해야 할 사항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 설치 ▲금융상품 판매 전 소비자영향평가 실시, 판매 후 수시 정보제공 및 모니터링 ▲판매담당자 평가·보상체계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 등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의 주요 내용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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