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부진했던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이 2분기 ‘V자형’ 반등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실적 악화를 초래했던 운용 손익이 회복된 데다가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늘면서 리테일 부문도 선전한 영향이다. 단 일부 증권사는 사모펀드 관련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면서 실적 타격을 면치 못했다.
올 2분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87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9.1%,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국내 주식거래 증가와 해외물 자산 증대에 따라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데다가 국내외 채권·파생상품 등 운용 수익과 해외법인 실적도 증가하면서 2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다.
부문별로 보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8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2.5% 증가했다. 국내물 수수료 수입이 1536억원, 해외주식을 포함한 해외물 수수료 수입이 363억원으로 각각 36.4%, 18.3% 늘었다. 운용 손익은 3198억원으로 479.2% 급증했다. 주요국 지수 상승과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등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의 운용 손익 실적을 달성했다.
키움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0.9% 증가한 3140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2963억원)과 KB증권(2302억원), 메리츠증권(2218억원)도 20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리며 뒤를 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94.1%, 129%, 32.9%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 등이 발생하면서 트레이딩 부문이 부진했던 탓이다. 특히 ELS 자체 헤지(hedge·위험회피)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헤지 운용 비용 급증에 따라 손실이 크게 나타났다.
단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등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면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신한금융투자의 2분기 영업손실은 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119억원어치 판매한 라임 펀드와 관련해 769억원을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 헤리티지 DLS와 관련해서는 판매액 3799억원 가운데 담보회수 예상금액을 반영해 1248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KB증권도 사모펀드 관련 일회성 비용 탓에 상반기 누적으로는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KB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감소했다. 라임자산운용 총수익스왑(TRS) 거래 관련 평가손실 290억원과 2분기 사모펀드 고객보상 관련 충당부채 21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위탁매매 수익 호조를 바탕으로 증권사 실적 개선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현재 52조6393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용융자잔고 역시 16조원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증권업계는 실물자산 투자형 IB 부진과 달리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이 급증했다”며 “풍부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당분간 거래대금과 리테일 수익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단 트레이딩이나 IB 부문 실적 개선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실적이 3분기에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거래대금”이라며 “그 외 트레이딩이나 IB가 부각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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