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현대해상과 DB손보 2파전 양상이 뚜렷했다. 두 회사는 총자산과 채널별 원수보험료 등 각종 지표에서 유사한 수치를 내며 큰 격차로 따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외형 면에서는 현대해상이, 수익성 면에서는 DB손보가 우세를 보인다. 과거 현대해상은 장기 보장성보험을 비롯 고수익 상품매출 확대 전략을 펼치며 원수보험료를 확대해 온 덕에 DB손해보험에 견줘 시장점유율이 높다. 반면 DB손보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에서 현대해상에 앞선다.
당기순익은 DB손보가 우위에 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현대해상은 1997억원, DB손해보험은 349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자동차 사고·보험금 청구 감소에 따라 보험영업손익이 개선된 영향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1%, 68.4% 순익이 늘었다. 다만 DB손보가 각종 수익성 지표를 큰 폭으로 개선하면서 양사의 순익 격차는 커졌다.
보험사들은 통상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거둬들인 보험료로 자산을 굴려 수익을 낸다. DB손보는 안정적으로 손해율을 관리하고 사업비를 통제해 현대해상과 비교해 나은 수익성을 나타냈다.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을 보면, 현대해상은 105.9%, DB손해보험은 103.7%로 DB손보가 2.2%p 앞섰다. 투자이익률에서도 현대해상을 0.43%p 차이로 제쳤다.
자동차보험은 한방 진료비 증가, 차량 정비요금 인상 등 보험 원가상승에 따른 차보험 손해율 상승 여파로 손해보험사의 만성적자 상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부분 의무 가입으로 연 단위 갱신이 이뤄지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보장 추가나 다른 보험 가입 유도 등 상품 외연 확장의 발판이 돼 손보사들에게 자동차보험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꼽힌다.
자동차보험에선 적정 손해율이 78~80%로 이를 넘으면 적자가 난 것으로 보는데 현대해상은 84.1%, DB손보가 83.2%를 기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양사의 2위 싸움이 결국 하반기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관리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업계 불황으로 사실상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 속 얼마나 리스크를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 시장의 고객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운전자보험 시장을 둘러싼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현대해상은 자동차보험에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사업비 절감을 통한 재무건전성을 꾀하는 한편, 사망보장 등 손해율 우량담보 유입을 확대하고 부실계약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과도한 출혈경쟁이 이뤄지는 암과 치매보험 시장보다는 고령·유병자 보험상품의 인수 기준을 완화하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영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 또 영업사업비 효율화로 사업비차 이익을 개선하는 등 손익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적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주목받고 있는 사이버마케팅(CM) 채널에서도 현대해상과 DB손보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형국이다. 지난 4월 현대해상은 2189억원, DB손보는 2141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거둬들였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급여력(RBC)비율에서도 현대해상(213%)과 DB손보(223%)는 큰 차이가 없다. 양사는 전사적인 사업비 효율화, 디지털화 구축, 인슈어테크 협업 강화 등으로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점유율 등은 현대해상이 DB손보 보다 우위지만, 부문별로 따져보면 양사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하반기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매출 확대 및 손해율 관리가 2위 싸움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정화 기자 uhwa@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