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이후 추이를 봐야겠지만 최근까지 수도권 아파트 상승세는 뜨거웠다.
KB는 "서울지역 매수 문의가 더욱 증가하면서 관심이 매우 높은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부는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크게 올리고 임대사업자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은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아주길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가운데 한은은 금리 결정회의에서 부동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최근까지 한은의 속내는 '부동산은 정부가 잡아주고 우리는 경기에만 신경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 강한 규제책보다 더 강한 정책 불신...전세불안 속 여전히 우려스런 집값 흐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까지 전 지역에 걸쳐 상승세를 이어갔다.
KB의 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동향 데이터를 보면 은평구(0.79%), 송파구(0.77%), 영등포구(0.76%), 구로구(0.74%) 등에서 가격이 급등했다.
세종(0.71%)이나 경기(0.33%) 등에서 거침 없는 상승이 이어졌다.
서울의 전세값도 1년 이상 쉼 없이 오르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0.14% 상승한 가운데 서울은 0.29% 올랐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집값 안정 정책이 실패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엔 '관성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정부의 규제 확대로 인해 다시 규제가 강한 '좋은 입지'가 상대적인 우위를 누릴 것이란 관점도 적지 않다. 이른바 빨대 효과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법인 매수가 증가했던 지역의 매물 증가 및 가격안정 가능성 존재하며,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매물은 서울보다 경기도와 인천 중저가 주택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다주택자들에게 대한 세금을 대폭 높인 만큼 안 그래도 물량이 부족한 전세 부족현상이 보다 심화돼 주택시장 불안을 키울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다주택자 매물이 증가할 경우, 전월세 공급은 축소될 수 있으며 지역 수급 상황에 따라 전세 가격 급등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정부정책과 민주당의 관련 입법 움직임은 전세 공급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전세불안이 추가 집값 급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규제 위주 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정부가 과연 어떤 공급 확대 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는 지적은 많다.
서울 외곽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은 "정권 초반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썼어야 했다"면서 이미 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3기 신도시가 뚝딱 만들어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대책을 제대로 못 내놓아 이런 사달이 났다"면서 지금이라도 공급에 대한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세금 강화에 따라 주택투자로 수익내기 어려워져
향후 다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이 영향도 관심이다.
주택 투자자(투기꾼)들의 투자수익률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질 수 밖에 없어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집값은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예컨대 강남 B아파트 24억원 기준 1주택 종부세 부담은 현재 연간 1,400만원 수준이지만, 2채를 보유하고 있다면(임대사업자 등록) 8,800만원 수준으로 세 부담이 급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점의 동일 아파트 연간 임대료는 3,240만원 수준으로 1주택을 추가하는 순간 종부세만으로 연간 3,914만원의 추가 손실을 입게 된다"면서 "이 아파트의 경우 지금부터 다주택자가 되는 순간 연간 -1.6% 확정금리 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월 임대료를 현재 수준보다 100% 이상 상승시켜야 0% 수익률에 수렴하는데, 임대사업자 등록자라면 제도상 불가능하고, 임대사업자를 파기한다면 연간 8,000만원 이상의 추가 종부세를 내야 한다"면서 "기존 다주택자들의 단순 버티기도 만만치는 않으며, 특히 갭투자자라면 매도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내재수익률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은 하반기부터 장기적인 하락 안정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아무튼 집값 상승세가 꺾일지 여부와 별도로 강력한 세금 정책으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이전처럼 높은 수익을 얻기는 상당히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주택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취득, 보유, 양도 전 과정에 걸쳐 세후수익률이 사실상 없는 수준까지 높아졌다"면서 "이 정책이 장기화된다면 주택시장에 대한 투자수요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여전한 유동성 상황...낮은 금리와 대출 여력은 집값 하락 막아
강력한 규제정책이라고 평가받았던 6.17 대책 이후 집값 오름세를 더 강화됐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써도 잘 먹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거론된다.
아울러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의 정책을 펼쳤지만, 실질적으로 주택 대출을 제어하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당국은 완화적 정책을 통해 유동성 확대를 견인했지만, 그 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문제를 키웠다. 돈을 빌리게 하는 정책을 펴면서 집값 안정을 논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적 의도와 맞물려 느슨한 대출 용도 규제로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6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2019년 평균 대비 41%나 증가했지만 규제의 영향이 큰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대비 0.4조원 증가했다"면서 "반면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은 각각 2.5조원, 3.3조원, 3.7조원 증가했다. 순수주택담보대출은 전체 대출 순증의 4%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낮은 금리와 대출 여력을 손보지 않고서는 집값을 잡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보유세 인상 등 정부의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 매도 유도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면서 "전세가격이 2년 전 대비 10% 이상 상승하면서 다주택자의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 된데다 신용대출 등 대출 여력도 늘어나 보유세 인상을 이유로 주택을 급매로 내놓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가격 안정이 선결돼야 하지만 전세대출금리가 큰폭으로 하락한 데다 임대차 3법 도입 영향으로 전세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현실적으로 규제만으로 힘들고 공급 대책의 적극적 활용이 이번 대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인식도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현재 구도에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긴 어렵다"면서 "건설업자들의 사업성까지 감안해주면서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는 조치와 같은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부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한은의 부동산 관심도 높아질 수 밖에
코로나19 사태 직후 정부와 한은이 재정정책, 통화정책 쌍끌이로 경기부양을 도모했다면 이젠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한은이 모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뭐든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한은도 더 이상 부동산 문제에 대해 팔짱만 끼고 바라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기된다.
당장 한은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으로 한은도 경기부양 쪽으로 기운 정책 스탠스를 금융안정 쪽으로 약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들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아파트 등 주택과 관련해서도 향후 매우 타이트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거의 단일한 방향으로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기대가 ‘완화’ 혹은 ‘완화 기조의 유지’ 쪽으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와 연계된 금리정책에 대한 언급 그 자체 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선 금통위가 다소 매파적인 입장으로 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 적지 않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통위가 다시 매파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면서 "경기도 좋지 않고 당장 금리를 올릴 수도 없지만, 경기에만 신경 쓰기엔 부동산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이 출구전략을 미리 준비할 필요성도 언급했었는데, 정부는 집값이 잡힐 때까지 뭐든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최소한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저금리의 가장 큰 부작용인 부동산 버블이 나타나면서 채권시장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상당기간 금리인상은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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