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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사모펀드 때문에…금융위·금감원 또 ‘대립각’

기사입력 : 2020-07-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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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밥그릇 싸움’…일각에선 통합론 제기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찾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찾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또 다시 부딪쳤다. 최근 일련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한 책임 소재를 두고서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규제 완화 때문에 일련의 펀드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는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금감원의 감독소홀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은성수닫기은성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 취임 후 봉합되는 듯했던 양 기관의 지난한 갈등은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시금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을 겸직시키거나 아예 기관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금융위의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이 실효성 없는 책임회피식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발표한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사모펀드 사태를 해결한다며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증권금융 직원까지 동원하면서 정작 금융위는 뒤로 빠져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상적인 사모펀드가 통상 3~5년 사이에 청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수조사하는) 사이에 없어질 펀드도 부지기수일 것”이라며 “지금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은 전수조사라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법규를 고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는 지난 2일 사모펀드 1만304개에 대한 자체 전수점검과 사모운용사 233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투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예금보험공사·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 등의 인력 30명 내외로 구성된 사모펀드 전담 검사반이 모든 운용사에 대한 검사를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위의 사모펀드 전수조사 결정은 앞서 금감원이 진행한 조사가 부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문 사모운용사 52곳의 사모펀드 1786개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에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는 등 사모펀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 라이즈(NextRise) 2020'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와서 변명은 아니지만 금감원도 당시 조사에서 의심되는 부분을 들여다 볼 계획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금감원의 현장검사가 미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언급하며 “서류와 실물이 달랐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각종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는 일부 운용사의 일탈과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에서 “사모펀드의 경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자산운용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연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운용사가 이를 악용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펀드 설계‧운용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고 은행, 증권사 등 판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고의 주원인으로 금융위의 규제 완화를 꼽는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펼쳐왔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기자본 요건을 낮추고 설립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운용사가 난립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달 25일에도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 때문”이라며 “금융위는 규제 완화가 국가경제의 묘약이라도 되는 듯 사모펀드와 관련한 안전판을 모두 제거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의 시초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을 합쳐 금융위를 신설하면서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토록 했다.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감독집행 권한을 위탁받았다.

두 기관은 금융회사와 임직원 제재 권한을 두고 부딪히다 중징계 이상만 금융위 의결을 거치고 경징계는 금감원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하지만 이후 제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계속됐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금융사 주요 제재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고 금감원은 이에 강력 반발했다.

최근 2~3년 동안에도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키코(KIKO) 분쟁조정, 금감원 종합검사 부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범 등 주요 사안이 떠오를 때마다 번번이 충돌했다. 올해 들어서는 금감원 부원장 인사를 놓고 기 싸움을 벌였다.

이에 금융권 등에서는 두 기관의 갈등 해결을 위해선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다시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하거나 두 기관을 합치는 ‘통합론’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두 기관을 분리해놓으면서 위에서 수위 조절하는 역할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회사로 보면 금융위는 마케팅팀, 금감원은 리스크담당팀인데 사안을 결정하는 사장이 다르다 보니까 마케팅 총량과 리스크 총량을 조절하면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보호처는 따로 독립시켜 공공기관으로 만들고 두 기관을 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그러나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장부터 겸직시키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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