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취임 이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햇수로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KB손해보험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사장(사진)은 올 한해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이 기간 KB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상회하는 등 악재가 겹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 손해율도 100%를 상회한데다, 장기보험 분야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육체노동자의 노동연한 확대, 차량 부품가격 및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보험료 인상 억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반적인 실적 저하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기 말을 맞이하고 있는 양종희 KB손보 사장의 거취 역시 자연스럽게 관심을 모은다.
KB금융지주 계열사들은 통상적으로 기본 2년에 1년 연임을 보장하는 방식의 CEO 인사를 가져가고 있다. 양종희 사장은 이미 2+1년의 임기를 마친 것은 물론, 실적과 능력을 인정받아 1년의 추가 임기를 지냈다.
반면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만료가 1년 뒤로 다가오면서, 윤종규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양종희 사장 역시 1년 더 KB손보의 수장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KB금융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양종희 사장을 대체할만한 인사는 찾지가 쉽지 않다”고 말한 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당분간 양 사장 체제로 갈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손보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KB손보는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지주 차원의 내재가치 경영을 가져가고 있어 최근 손보업계에 돌고 있는 영업과열 경쟁에서도 상대적으로 건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장기적으로 플러스”라고 평했다.
◇ ‘보험업 경력 없는 인사’ 우려 불식시킨 양종희 사장, 지난해 암초 만나 주춤
양종희 사장은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 2008년 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과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장을 거쳤다. 전략통인 양종희 사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어 ‘후계자’로까지 거론되기도 했지만, 보험업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세간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양 사장은 그러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며, 주춤했던 KB손보를 ‘빅4’ 싸움에 뛰어들 수 있도록 위상을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과 함께 손보업계 ‘빅4’로 분류되던 대형사지만, LIG손해보험 말기 당시 5위권이던 메리츠화재가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취임과 함께 엄청난 급성장을 이룩하며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그러나 KB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신경영체제 확립을 통한 도약 기반이 마련되며 KB손보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양종희 사장 체제 하에서 KB손해보험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보종별 보험영업이익 확대 및 손해율 개선이 초회보험료 및 지급여력 비율로 이어지며 재무건전성 역시 호전됐다.
인수 초기인 2015년 말 기준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1737억 원에 그쳤던 당기순이익은, 2016년 말 3012억 원, 2017년 말 4302억 원으로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늘었다.
그러나 2018년 들어 KB손보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KB손보는 2623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0.5%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자동차보험 및 실손보험 시장에서 손해율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의 경우 3분기까지 2,339억 원으로 양호한 투자이익 시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및 장기 보험 손해율이 상승하고 신계약 관련 사업비도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4분기 들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이 같은 실적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 가치경영으로 위기 넘는다…장기 레이스 기반 마련한 KB손해보험
KB손보 관계자는 올해의 실적 부진에 대해 “KB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손해보험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해있어 삼성 등 다른 대형사들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한편, “오히려 KB손보는 경쟁사들에 비해 낙폭이 적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손보는 현재 손해보험업계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으로 이어질 현상이라고 보고, 일찍부터 내재가치 경영 강화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올해 손해보험업계는 이 같은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영업 경쟁에서 다소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한 시책 과열경쟁부터 설계사 리쿠르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까지 겹치며 업계 전체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 보험료 인상효과가 반영되고 있고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며, “KB손해보험은 단기실적과 외형성장보다는 중장기적 건전성과 안정성에 입각하여 보험계약의 질적성장과 미래가치를 키워나가는 가치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이 무색하지 않게, KB손해보험은 지난 2017년 이후 가치중심 경영관리 및 시장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IFRS17, 자본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EV(내재가치)는 2018년 연간 41.3% 성장했으며, 2019년 상반기 기준 연간 26.9% 성장하는 등 선제적 규제 대응노력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신규 체결된 장기보험 계약의 ‘자본비용 차감 후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하는 신계약가치는 2019년 상반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8.5% 성장했으며, 회계 등 연관시스템 구축은 오는 2020년 3월까지 마무리하여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시범운영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KB손보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확대하여 본질적 비용구조를 혁신하고, 고객편의성 관점의 디지털 플랫폼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양종희 사장은 KB손해보험만의 ‘직장 스포츠맨십’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하며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최고가 되겠다는 챔피언 정신으로 팬(고객)을 기쁘게 할 수 있는최고의 선수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KB손보가 지난 7월 선보인 고객참여형 보험금 지급 시스템 ‘U-Self Claim System’ 서비스는 이들의 디지털 기반 혁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존에는 고객이 가입담보 확인부터 청구서류 작성 및 신청 등의 과정을 거치면 보험사에서 손해사정을 통해 보험금 지급 심사 및 결정 후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반면 KB손해보험이 새롭게 선보인 ‘U-Self Claim System’은 보험사가 청구 가능한 보험금을 먼저 안내하고 이를 고객이 손해사정 후 지급 결정하면 바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보험사 중심이었던 종전의 보험금 청구 과정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서비스는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을 함께 가입 중인 고객을 대상으로 장기보험 보장담보인 ‘자동차보험료할증지원금’ 특약에 한하여 우선 적용된다.
고객이 자동차보험 보상처리를 받은 경우 이 시스템이 해당 운전자의 ‘자동차보험료할증지원금’ 담보 가입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해 문자 알림을 보낸다. 문자를 받은 고객은 KB손해보험 대표 앱을 통해 지급 보험금과 직업 변경사항 확인 후 지급을 결정하면 당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Self Claim 방식의 보험금 청구 시스템 도입을 통해 사고 접수 및 보험금 산출에 관한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과 이를 통한 고객편의성 제고는 물론,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보험금 찾아주기 정책에도 부합할 수 있어 관련 시스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KB손해보험 장기보상본부 김재현 상무는 “향후 자동차사고로 인한 장기보험 의료비, 일당 등의 영역에서도 보험금 셀프 클레임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KB손해보험의 경영방침인 ‘고객중심경영’에 걸맞은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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