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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도 노조 지위 인정받을까…삼중고 겪는 보험업계 '좌불안석'

기사입력 : 2019-09-1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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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험설계사노조, 고용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 제출

△1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보험설계사노조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장호성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보험설계사노조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산하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위원장 오세중)’이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험설계사와 마찬가지로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택배기사와 학습지교사 등에 노조법상의 노조 지위가 인정되는 등의 변화가 발생하면서, 이번 보험설계사들의 노조 지위 확보 여부에 귀추가 모이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설계사들이 노조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단체행동·교섭권 보장으로 설계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진다. 이미 보험업계가 영업악화와 회계기준 변화 예고 등의 악재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노조의 행보에 따라 추가비용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만약 보험설계사노조 설립이 인정될 경우, 보험사들이 추후 비용 절감을 위해 저능률 설계사들을 정리하려고 해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전국보험설계사노조 “보험사 부당한 대우 심각,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지켜져야”

18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맡은 오세중 위원장은 “지난 2000년에도 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었으나 반려된 이후로 19년 만의 재신청”이라고 운을 떼며,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보험설계사들은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설계사노조는 "전국에 40만 명의 보험설계사와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직들이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 관리자의 갑질, 부당 해촉, 해촉 이후 보험판매 수수료 미지급 등 부당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보험회사는 당장의 영업실적을 위해 허위, 과장 광고 교육을 설계사에게 하면서도 정작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에게 이를 떠넘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사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회사로부터 부당한 해고와 폭언, 욕설 등 ‘갑질’을 당한 실제 피해 설계사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피해사례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원장은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은 세계적으로도 후진국 수준”이라고 꼬집으며,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데 왜 노동부의 심사가 필요한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기업이 특수고용직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가 4대보험 비용 지출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하며, 재벌과 기업의 편만 드는 당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학습지 교사, 택배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방과 후 강사 등과 함께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형식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되므로 현행법상 노조설립이 허용되지 않는다.

올해 5월에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이, 6월에는 방과후교사들이 각각 노조 설립 신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고용노동부의 신고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들의 노조설립 신고증도 빠른 시일 안에 교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계사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250만명의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3권 보장 등을 공약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2017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특고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입법을 권고했고 그해 10월 고용노동부도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노조 설립 승인을 촉구했다.

◇ '삼중고' 보험업계, 설계사 노조 두고 좌불안석

인구절벽 심화로 인한 영업 불황과 저금리 장기화에서 오는 자산운용수익률 저하, 그리고 IFRS17 도입 준비 과정에서 오는 실적 저하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만약 보험설계사의 노조 지위를 인정하게 될 경우, 보험사의 판매 채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설계사들이 임금·수수료인상이나 4대보험 적용 등을 놓고 파업에 들어가면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IFRS17에 대비한 비용감축을 위해 설계사 조직 축소를 단행하려고 해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돼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면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의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도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의 갈등까지 발생하면 보험업계가 더욱 큰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설계사들에게 단체행동권까지 주어지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특수고용직’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기본적으로 설계사들은 근무형태 자체가 일반적인 근로자들과 차이가 큰데 일반 근로자들의 권리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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