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이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법인 순으로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꾸준한 판매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농심은 해외 투자 확대, 영업력 강화를 통해 현재 20%대를 웃돌고 있는 해외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상반기 ‘어닝쇼크’…해외 매출 성장률은 견고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681억원, 영업이익 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 26.9%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상승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 평가가 밝지만은 않았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라면 경쟁 심화 기 인한 판촉비용 증가로 손익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 라면 총 매출액은 4.2% 증가에 그쳤으며, 농심은 50%대 점유율을 차지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라면판매 수량증가와 함께 시장점유율이 유지되고 매출에누리 증가폭이 둔화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입점 수수료 마진율 하락과 판관비 부담 지속으로 영업이익 개선폭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상반기 출시된 라면 신제품의 영업상 효율성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분석했다.
긍정적인 평가는 중국·미국·일본 해외 법인 실적에서 이뤄졌다. 중국 법인의 경우 ‘사드’ 부정적 영향이 완화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4% 매출 성장을 시현했다. 미국 법인은 채널 확대 및 판가 인상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17.3%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차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해외 연결법인의 실적은 대체로 긍정적”면서 “미국 법인 매출 증가, 중국법인 수익성 개선이 전체 연결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현상이 지속되겠지만 해외법인 실적 개선으로 하반기 영업이익은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 중국법인 매출 40배 성장…‘투트랙 전략’ 통했다
농심의 중국 법인 실적은 시장 진출 만 20년 만에 40배 가량 성장했다. 올해는 중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농심에 따르면 중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174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상반기 대비 3.4% 늘어난 818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심은 자국 식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외국기업이 쉽게 성공하기 힘든 중국 시장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해 왔다. 농심 측은 그 배경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현지화된 마케팅’으로 요약되는 ‘투트랙 전략’을 꼽았다.
신라면이 추구하는 한국의 매운맛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광고나 마케팅 등은 철저하게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우선시했다는 설명이다.
농심의 중국 첫 진출은 1996년 상하이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만의 한 회사와 합작형태로 진출했으나 장기적이고 주도적인 중국사업을 위해 1998년 지분을 인수하고 1999년부터 독자노선의 길을 걸었다. 동시에 청도 공장(1998년), 심양 공장(2000년) 등을 잇따라 가동하며 중국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심은 우선 ‘우리 브랜드를 중국에 그대로 심는다’는 전략 아래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신라면과 너구리 등을 시장에 내놨다. 현지화된 제품과는 달리 한국의 얼큰한 맛은 물론 제품의 규격, 디자인, 브랜드까지 그대로 시장에 선보였다.
농심 조인현 중국법인장은 “90년대말 중국시장은 중국 저가라면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고, 소비자들 또한 한국식품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마트에 제품 입점조차 되지 않는 등 초창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장기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제품과 판매에 대한 확고한 전략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한국식 ‘끓여먹는 라면 문화’도 그대로 가져갔다. 중국은 그릇에 면과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먹는 포면(包面) 문화가 보편적인데 농심은 한국의 라면 조리법을 고수했다.
낯선 식문화에 많은 소비자들이 외면했지만 농심은 ‘라면은 끓여먹어야 맛있다’는 구호 아래 지역 곳곳에서 시식행사를 벌였다. 지금은 중국 현지 유명 라면업체들도 끓여먹는 라면 신제품을 지속 출시할 만큼 한국식 라면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농심은 시중 저가 제품과 차별화되는 ‘고급 이미지’를 고수했다. 이후 개방정책에 따라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도 함께 올라가면서 한국의 신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심은 상하이, 칭다오 등 동부 해안 대도시에서 충칭, 시안 등 서부 내륙도시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온라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 신라면건면, 9월 美 수출길 올라
올해 농심의 야심작으로 꼽힌 신라면건면은 오는 9월 미국 수출길에 오른다.
농심은 지난달 신라면건면 미국 수출을 위해 제품 약 5만 박스(160만개) 선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9월부터 서부 및 동부 대도시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미국 전역에 판매망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신라면건면은 농심의 건면기술력을 대표 제품 신라면에 접목해 개발한 전략 제품이다.
지난 2월 초 출시와 동시에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7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 3200만개를 돌파했다. 이 같은 입소문이 해외 교포시장으로도 퍼지면서 출시 6개월 만에 미국 수출 결정으로 이어졌다.
농심은 미국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라면에 이어 신라면건면을 내놓으면서 미국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 라멘과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저가제품 위주의 일본 라멘과 맛이나 품질에서 차이를 보이는 신라면, 신라면블랙, 신라면건면 3개 제품으로 일본 라멘을 추격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라면시장에서 일본의 동양수산(점유율 46%)과 일청식품(30%)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 15%로 3위를 달리고 있다. 10년 전 2%에 불과한 농심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일본기업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는 상태다
농심은 신라면건면의 미국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웰빙 트렌드가 꾸준히 확산되면서 관련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주류(主流)시장인 메인스트림에서 농심과 신라면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라면은 미국 전역 월마트 4000여 전 점포에 입점돼 판매될 정도로 ‘K푸드’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유로모니터 문경선 식품-영양 부문 수석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식품시장에선 비건, 저칼로리 등 맛과 건강을 함께 고려한 제품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올해 발표한 여러 세미나를 통해 저칼로리 식단의 하나로 신라면건면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교포시장을 비롯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메인스트림 시장에 신라면건면 입점을 서두를 계획”이라면서, “신라면의 진화를 표방한 신라면건면은 향후 해외시장에서 농심의 전략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올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신라면건면 수출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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