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전체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김용범 부회장은 자동차보험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고 장기인보험 강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와 반대급부로 메리츠화재가 급격하게 비중을 늘린 것이 바로 일반보험과 장기인보험 분야다. 장기인보험은 자동차보험에 비해 장기적인 이익 도모에 유리해 다가오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장기보험에 집중하기 시작한 2016년 당시 4조8000억 원 수준이었던 장기보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기준 5조8000억 원으로 뛰었다. 올해 1분기에는 398억 원의 신계약 매출을 올리며 전년 304억 대비 31%나 늘어난 성적표를 받아드는 등 성장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올해에만 기존 반려동물 보험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반려묘(고양이)에 대한 평생 의료비를 지원하는 펫보험인 ‘(무)펫퍼민트 Cat보험’, 엔지니어링공제조합과 함께 중·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도 가입이 가능한 종합보험, 업계 최초로 자동차 대출 고객이 대출채무를 면제 받을 수 있는 ‘오토론 대출채무상환면제보험’ 등을 선보이는 등 이색적인 상품을 통해 고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기존에 메리츠금융그룹 내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조직의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메리츠화재는 기업보험총괄 사장에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최석윤 서울대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선임했다.
그런가하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초 DB손해보험 출신인 노선호 전 윌리스타워스왓슨코리아손해보험 중개 이사, 장홍기 전 DB손보 ICT보험부장 등을 깜짝 중용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어떤 회사 출신이건 과감히 영입함으로써 기존의 보험 영업 관행을 타파하는 김용범 부회장의 용병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지역본부와 영업지점 등 2단계로 돼 있는 조직체계를 영업지점 한 곳으로 통합해 운영비 절감 효과를 낸 것은 물론, ‘성과주의 경영’으로 임직원 및 설계조직의 동기부여에도 힘을 쏟았다.
오후 6시 30분이면 회사의 시스템이 강제로 셧다운돼 임직원의 정시퇴근과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의미 없는 마라톤 회의를 혁파해 30분 회의를 도입한 것 역시 김 부회장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임직원들이 딱딱한 정장 차림 대신 편안한 티셔츠나 청바지 등을 입고 출근하도록 해 업무 분위기 신장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기준 1조 9,062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매출액을 거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658억 원으로 전년대비 4.3%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으로, IB업계는 메리츠화재가 올해 별도 기준 2569억 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대비 약 2% 가량 줄어든 수치지만, 같은 기간 경쟁 손보사들은 20% 이상의 순이익 급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당한 ‘선방’이라는 평이 나온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공격적인 전략이 경쟁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이를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수용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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