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보험보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분야에 주력하며 상품 차별화에 나선 것이 비결로 꼽힌다.
같은 시기 업계 1위 업체인 삼성화재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3.3% 감소한 2308억원을 기록했다. 원수보험료는 4조59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 늘어나는데 그쳤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9%, 16.4% 감소한 영업이익으로 울상을 지었다.
비단 손해율만이 아니라, 최근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노동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판결을 내린 것과, 사고 피해차량의 중고가격 하락 보상연한을 ‘출고 후 2년’에서 ‘출고 후 5년’으로 확대한 것 등 사회적 요인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장기보험 및 일반보험 분야에서 폭넓은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김용범 부회장 취임 이후 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시책을 책정해 시장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김용범 부회장 체제 하에서 메리츠화재는 매년 순이익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순항하고 있다.
기존 지역본부와 영업지점 등 2단계로 돼 있는 조직체계를 영업지점 한 곳으로 통합해 운영비 절감 효과를 낸 것은 물론, ‘성과주의 경영’으로 임직원 및 설계조직의 동기부여에도 힘을 쏟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기업보험총괄 사장에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최석윤 서울대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선임했다. 최 사장은 정보기술(IT)회사와 증권사 등을 거쳐 다수의 외국계 투자회사 대표를 역임한 금융투자 전문가다.
최 사장은 증권 및 파생상품, 구조화상품 분야 전문가로 김용범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최 사장의 지휘 아래 일반보험 및 장기인보험, 기업보험 시장 개척에 더 힘을 실을 전망이다.
◇ 업계 최초·유일 상품 봇물…장기인보험 분야에서도 ‘약진’
김용범 부회장 체제 아래 메리츠화재는 일반보험 시장 강화를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장기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매출은 지난해 삼성화재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올해 1분기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장 신계약 매출 역시 39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 증가하는 기염을 토하며 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김용범 부회장은 2위를 넘어 삼성화재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로 주마가편에 한창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메리츠화재는 지난 20일 업계 최초로 자동차 대출 고객이 대출채무를 면제 받을 수 있는 ‘오토론 대출채무상환면제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KEB하나은행의 오토론을 이용해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이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 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자동차대자동차 교통사고 후 50일 이내에 대출채무상환면제를 신청할 경우, 대출잔액의 90%를 채무면제 해주는 상품이다. 단, 법 위반에 의한 교통사고나 중고차 시세보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고 수리비가 더 많은 차량 전부 손해 사고, 도난 및 침수 사고, 주차 중 사고 등은 채무 면제를 받을 수 없다.
메리츠화재와 KEB하나은행은 업무협정을 통해 20일부터 ‘KEB하나은행 1Q오토론’으로 신차를 구매한 고객에게 무료로 해당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상품을 통해 고객들이 자동차 사고 시 자동차보험을 통한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대출채무면제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라며, “계속적으로 적용상품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반려동물 보험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반려묘(고양이)에 대한 평생 의료비를 지원하는 펫보험 역시 메리츠화재가 최초로 선보였다. 4월 출시된 메리츠화재의 ‘(무)펫퍼민트 Cat보험’은 3년 단위 갱신을 통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했고 갱신 시 거절 없이 자동 갱신되어 최대 만 20세까지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0월에 출시한 반려견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도입해 ‘인투벳 전자차트’를 쓰는 약 1,600여개의 동물병원에서 치료 시 복잡한 절차 없이 보험금이 자동 청구되는 점 역시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해당 상품은 출시 보름 만에 500건이 넘게 팔리는 등 큰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기업보험 분야에도 속도가 더해진다. 지난 3월 메리츠화재는 엔지니어링공제조합과 함께 중·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도 가입이 가능한 종합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태양광발전사업자가 시설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손해를 보장하는 시설물 종합보험으로 총 4가지 부문을 보장한다 제1부문 재물손해, 제2부문 배상책임손해(1억/3억/5억 中 택일), 제3부문 기업휴지손해, 제4부문 원상복구비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 1부문 및 제 2부문은 필수 가입이고, 제3부문 및 제4부문은 선택 가입 사항이다.
기존 보험은 규모가 500kW이상인 발전소만 가입 가능하여 중·소규모 사업자들은 가입이 용이하지 않았으며, 1000만원 상당의 자기부담금은 중소형 태양광발전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하여 10kW 이상이면, 지역별, 용량별, 설치위치별 인수제한 및 보험료 차등 없이 가입이 가능토록 했다.
또한 기존 보험상품에서 보장되지 않는 자연재해로 인한 제3자의 재물/신체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보장폭을 확대하였으며, 자기부담금을 현실화하여 사고 시 발생하는 사업자의 부담을 해소했다.
일각에서는 일반보험 상품은 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기도 하나, 이와 관해 메리츠화재 측은 “합리적인 언더라이팅과 상품 개발을 토대로 손해율 관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독립보험대리점(GA) 채널 강세에 장기 전망 ‘맑음’…금감원 종합검사는 부담
김용범 부회장은 취임 직후 GA 채널에 높은 시책을 제공하는 등 ‘성과주의 경영’으로 주목받았다. 시책이란 보험설계사들에게 주어지는 판매 인센티브를 말한다.
메리츠화재는 상품판매에 따른 시책 수수료를 타사대비 높게 제공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GA채널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시책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예전보다는 사그라든 상태지만, 메리츠화재가 GA 시장에서 가지는 존재감은 여전히 높다.
과거 높은 시책에 끌려 메리츠화재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던 설계사들이 상품에 익숙해져 계속해서 메리츠화재 상품을 취급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구축했던 메리츠화재의 ‘높은 시책’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설계사들이 메리츠화재 쪽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메리츠화재는 현재 손해보험사 중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1분기에 시장 예측을 웃도는 성과를 낸 것도 이러한 평가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이번 1분기 실적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양호한 유지율과 위험손해율”이라면서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7년 말부터 독립보험대리점(GA) 시책 경쟁을 통한 큰 폭의 신계약 증가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1년이 지난 이번 1분기의 13회차 유지율은 82.4%로 양호한 수준(2018년 평균 82%)으로 위험손해율 또한 전년 동기대비 상 승폭이 0.3%포인트에 불과해 당분기 신계약 유입을 감안해도 2년차 계약의 손해율 상승 폭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계약의 질적 수준은 비교적 건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유일한 걸림돌은 올해 부활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서 모든 권역을 통틀어 첫 사전 종합감사 대상이 됐다는 부분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총 8명을 메리츠화재에 투입해 사전 종합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 종합검사는 통상 4주간 진행되는 본 검사에 앞서 해당 금융사의 경영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다. 금감원은 사전 종합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핵심검사 부문 등을 정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사전검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있을 본 검사까지 성실히 수검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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