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산 헷지 비용 증가와 주식형자산 손상차손 및 매각손실의 비경상적 투자손실(-2,437억 원) 발생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2012년 민영 보험사로 출범한 이래 2013년 858억 원, 2014년 1493억 원, 2015년 1555억 원, 2016년 1515억 원, 2017년 1009억 원으로 매 해 흑자 행진을 이어오던 농협생명에게 이번 적자 전환은 ‘최대 위기’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오는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큰 부담이다.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체질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수입보험료 정체가 발생한 것 역시 악재였다.
설상가상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94.98%로 전년 동기 대비 22.94%p나 떨어졌다.
그는 33년간 농협에서 자금, 신탁, 금융기획 등 전 분야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홍재은 사장은 1960년생으로 의정부고와 성균관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투자금융부, 금융기획부, 시너지개발팀 팀장, 기업고객부 단장, PE(사모투자)단 단장을 지냈고 2013년 농협은행 의정부시지부장 자금부장 등을 거쳐 2017년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과 농협은행 부행장(겸직)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그는 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 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일하며 농협은행의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진출을 주도했다.
자산운용 업무에 잔뼈가 굵고 셈에 밝아 자산운용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농협생명에 가장 필요한 인사라는 평이 많다.
홍 사장은 과거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의 자산운용전략부를 중심으로 고객자산가치 제고협의회를 출범시킨 경력이 있다.
당시 그는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의 투자 가이드라인인 ‘자산관리(WM) 하우스뷰 플랫폼’을 마련했다.
하우스뷰는 고객에게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과 투자전략 등을 제시하고 투자상품을 추천하는 지침이다.
홍재은은 고객 수익률의 장기 안정적 관리와 자산관리부문(WM)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 GA 채널 관리 강화…“업계 전체에도 좋은 영향”
농협생명은 지난 2012년 공제에서 보험시장에 진입한 이후,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여 2014년 15.4%에 불과했던 보장성보험 비중을 지난해 27.6%(수입보험료 기준)까지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농협생명은 “보장성보험 확대에 따른 초기비용 증가와 저축성보험의 전략적 축소로 단기적인 수입보험료 정체가 발생하였으나, 이는 보험영업체질 개선의 내부적 요인과 IFRS17 등 새 회계제도 대응의 외부적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성장통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 금리차, 새 회계제도 대응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농협생명은 금리연동형 부채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부담이 업계대비 적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중심의 체질개선이 탄력을 받고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년도는 흑자전환(당기순이익 500억)을 목표로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마련하고 전사적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농협생명은 물론 농협손해보험도 기업가치(EV)중심으로 중장기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그룹차원에서 직접 챙겨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주는 물론 농협생명 및 농협손해보험 CEO로 구성된 보험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농협보험 경영혁신을 상시 점검하고, 내·외부 환경에 대응한 농협보험의 자본적정성을 관리하고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말 농협보험에 대한 중장기 기업가치 중심으로 KPI를 조정하였으며, 올해에는 부채/자산 포트폴리오, ALM, 상품 및 채널에 대한 장단기 개혁과제를 도출하여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농협생명은 지난 10일 사내 및 GA 등에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으로 오인케 해서 판매하는 GA에는 수수료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GA 채널에서 농협생명의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설명해 팔았다가 소비자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조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일부 GA는 대형마트 가판 등에서 이른바 ‘현수막 영업’을 벌이면서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으로 속여 판매하는 행위를 자행해 업계의 우려를 사왔다.
이는 종신보험의 해지환급금을 강조하고 이를 저축상품으로 오인하도록 해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불완전판매 요인 중 하나다.
농협생명의 자정적인 노력 덕분에 이들은 GA채널에서 16억300만 원으로 전년동기 8억5800만 원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성적표를 얻었다. 업계에서도 농협생명의 이러한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농협생명이 이처럼 모범을 보인 것은 업계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 영업이익으로는 수익 기대 어려워…자산운용으로 위기 타파
보험사의 수익원천은 보험영업을 통해 발생하는 보험영업이익과 자산운용 성과에 따른 투자이익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러나 보험영업이익의 경우, 국내 보험시장이 가구당 4~5개의 보험에 가입했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지난 2017년부터 보험업계가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체질 변화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촌 지역의 비중이 높은 농협생명은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이 더욱 한정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대신 농협생명은 업계 4위에 달하는 자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운용자산 수익률을 높인다면 투자이익 증가를 통해 실적 개선이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농협금융지주가 홍재은 사장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으로 보인다.
최근 NH농협금융지주는 자회사들에게 경영개선 차원에서 해외채권 운용비중을 축소하라는 주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미국 금리가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므로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가져가겠다는 방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농협생명은 작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 해외 장기채권에서 엄청난 손실을 봤다.
자산운용수익률 역시 줄곧 3%대를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2.6%로 떨어져 업계 평균인 3.6%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홍재은 사장은 올해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 방점을 두고 장기 플랜을 준비 중인 상태다.
농협생명은 홍 사장 취임 후 자산운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투자수익률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농협금융은 자산운용 효율성 증대를 위해 지주 차원에서 TF를 구축했으며, 생명도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까지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최고투자책임자로 선임해왔다.
국민연금 대체투자실장을 지내는 등 자산운용 전문가로 손꼽혔던 그였지만, 지난해의 위기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농협생명은 새로운 CIO로 조인식 전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을 선임했다.
그는 피데스투자자문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거쳐 2011년부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합류했으며, 기금운용본부에서 리스크관리센터장, 주식운용 실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 같은 경력을 들어 농협 및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조 CIO가 홍재은 사장과 시너지를 일으켜 위기에 빠진 농협생명을 반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홍재은 사장은) 재무통으로 통하는 만큼 숫자에 밝은 분이라, 각 부서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받아 꼼꼼하게 검토하고 계신다”며, “전임 사장님이 체질개선 작업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므로, 올해는 자산운용수익률을 올려 전체적인 실적을 안정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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