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을 할 때마다, 논란이 벌어진다. 고심 끝에 인사를 해도 늘 문제가 터졌다. 이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 후보자만 11명이다. 대개는 부동산에 발목이 잡혔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거나 자녀가 문제가 됐다. 한때 논문 표절도 단골손님이었고 여러 가지 소소한 특혜도 문제가 됐다.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글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능력이 있으면 코드가 안 맞고, 코드가 맞으면 능력이 없었다. 코드와 능력이 맞으면, 경력에 문제가 있기도 했다. 이를테면 40년 전 당사자 몰래 했던 혼인신고가 갑자기 터지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300명을 구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을 구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는 건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늘 “사람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국정원의 기존 인사자료에 있는 인재풀은 10만 명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인사를 하면서 이 자료를 뒤져 사람을 찾기 시작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찾는 일은 대개 청와대가 당을 포함한 이 곳, 저 곳에 자문을 구하면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누구를 어느 자리에 시킬 것을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추천이 쌓이면 사람을 골라 후보자를 압축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먼저 적용되는 중요한 기준은 코드가 맞는지 여부다. 아쉽게도 생각보다 코드에 맞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과거의 경력을 들여다보는데 지난 정부에서 고위직에 있었다면 일단 코드에 맞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코드에 맞지는 않지만 뚜렷한 색깔이 없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지금 정부는 코드가 맞거나 그게 아니라면 아예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을 선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는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할 말을 하는 사람을 선호했다. 그래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나 송민순 외교장관 같이 이른바 기가 센 사람을 찾았지만 지금 정부는 다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코드에 맞거나 아니면 자기색깔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저런 경우를 다 빼고 나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남지 않는다. 이제 남은 얼마 안되는 대상자들을 상대로 검증을 해야 한다. 여기서도 현실적인 문제의 하나는 국가정보원의 힘을 빼면서 청와대가 국정원의 인사 존안 파일 활용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민정 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해야하고, 당연히 일주일에 7일을 밤새워 일해도 소홀한 구석이 생긴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의 엄격한 잣대로 보면 우리 사회 지도층 대부분이 과거의 편법과 특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일 것이다. 더구나 코드를 포함해 이런저런 기준에 문제가 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 대부분은 언젠가 자신이 공직을 맡으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공직을 꿈꾸지 않고 살아왔으면서도, 유능하고,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자’에 신경 쓰지 않았고, 특혜를 누리지 않았으며, 적당한 재산과 평범한 자녀가 있는 300명을 구하기가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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