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경기는 가끔은 원칙이 아닌 변칙을 쓰기도 한다. 흥행을 위해 또는 수익성을 위해 KBO는 2024년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과 '피치클록'을 도입하기도 했다.
스포츠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보험업계 규칙은 원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어렵다.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안되기에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원칙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혁신'을 저해하고 있는건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다.
탄 만큼 내는 후불제 '퍼마일 자동차 보험'을 내세운 캐롯손보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 시장 85%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에 도전장을 냈다. 골리앗인 손보 빅4 앞에서 다윗 캐롯손보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탄 만큼 내는 합리적인 보험료에 사람들은 캐롯에 관심을 가졌다. 점유율과 원수보험료도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적자였지만 혁신성을 인정받아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캐롯손보 폐업으로 다른 디지털 보험사까지 위기설이 돌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갑자기 교보생명 합병설과 돌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킥스 비율이 떨어지자 모회사 증자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지만 킥스 비율 하락으로 위기를 겪었다. 모회사 신한금융지주 증자로 현재는 회복됐지만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하려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19일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세미나에서도 디지털 보험사 관계자들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표를 맡은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도 "디지털 보험사가 흥해야 인슈어테크를 할 수 있다"라며 "상품광고 규제에서 설계사 수수료 아껴 소비자에게 합리적이고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하는게 디지털 보험사인데 광고 규제에서 보험료, 보장 문구를 쓸 수 없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은 보험사 혁신 의지가 크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액단기보험사가 그 예다. 소액단기보험사는 펫보험 처럼 전문 보험을 파는 회사로 금융당국에서도 소액단기보험사 인가를 내주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에는 자본 허들이 높아 신청자가 없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유연성을발휘해 허들을 낮췄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실과느 동떨어졌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펫보험 전문사가 몇 곳이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사 수준으로 요구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라며 "콜센터 같은 경우도 대형사 수준으로 갖추라고 해서 버겁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캐롯손보는 자본 규제도 규제지만 대형사 높은 허들을 넘지 못해 좌초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사들이 요율을 인상하지 않아 기존 가입자들이 모두 기존에 갱신을 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약자는 도태된다는 논리로 보기에는 캐롯손보와 대형사 간 격차가 너무 크다.
대형사에 대항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점검해야 할 때다. 디지털 보험사가 아니더라도 킥스비율도 최근에 130%로 줄었지만 부채 할인율 제도로 타격은 중소형사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130%로 하향됐어도 중소형사들은 여전시 유지하기가 버겁다. 보험사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금융당국이 의지를 가진 보험개혁회의가 진짜 '개혁'이 목적이라면 원칙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심화시키는건 아닌지 살펴볼 때다. 원칙만이 아닌, 때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칙'도 필요하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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