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대표이사 박윤식)은 SK텔레콤(대표이사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이원희닫기이원희기사 모아보기)와 손잡고 기존 보험시장의 틀을 깨는 신설 보험사 설립에 나선다. 신설 보험사는 30일 금융위원회 예비인허가를 획득하고 상반기 중 회사 설립 준비를 완료한 후, 빠르면 연내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자본금은 850억 원으로 알려졌으며, 한화손해보험이 75.1%, SK텔레콤이 9.9%, Altos Korea Opportunity Fund3이 9.9%, 현대자동차가 5.1%를 출자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보험업 경쟁도 평가 결과’에서 “일반 손해보험시장의 경우 집중시장으로서 상품 또는 채널 등이 특화된 보험사의 진입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 측은 “인핏손해보험은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보험상품을 출시함으로써, 경쟁촉진이 필요한 일반 손해보험시장의 활성화 및 소비자 편익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인슈어테크 혁신 선도’... 보험-통신-자동차 산업간 시너지 기대
현재 세계적으로 ‘인슈어테크’ 관련 사업은 글로벌 ICT 기업들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중안보험(중국), 레모네이드(미국) 등 해외 혁신 보험사에 투자하였으며, 아마존 및 구글도 해당 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은 ICT 기술 및 인프라를 결합하여, 새로운 고객 가치 및 시너지 창출에 공동 노력하기로 하였으며,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는 현대자동차와는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 보험-통신-자동차 등 산업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디지털 혁신 보험사’는 첫 상품으로 고객의 주행거리, 운전습관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실제로 차량을 운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개인별 특성화 자동차 보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상품에는 SK텔레콤의 5G 기술과 결합한 실시간 운행정보 분석 기술을 적용한다. 고객은 운행거리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지불할 수 있어 경제성과 합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운전습관 분석 기술도 적용하여 안전 운전을 하는 가입자에게는 고객별 위험도에 맞는 정교한 보험료를 제시하고 기존 상품보다 더 큰 폭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SK텔레콤,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관련 인프라와 결합해 차별화된 보상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의 편의성도 높인다. 상품 가입 절차를 간소화시켜 고객이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여행보험, 펫보험, 반송보험 등 생활 밀착형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아울러 AI를 통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도입해 상품 구매 후 고객들의 의견도 적극 청취하고 추가 상품 구성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한편, 디지털혁신보험사는 다양한 혁신 벤처 및 유통사업자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개방형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어우러진 혁신적 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를 위해 SK텔레콤, Altos Ventures 등 주주사 연계 기술 협업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Element AI.(캐나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보험 프로세스 전반의 기술 기반 혁신을 도모할 예정이다.
국내 유망 벤처 선별과 투자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Altos Ventures도 사업 모델의 혁신성과 투자회사와의 시너지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설립 전 단계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선투자를 결정했다.
◇ ‘탄 만큼만 내는’ 우버마일 보험... 요율 산출 어려움 우려도 제기
한화손보가 내년 선보일 것으로 전해진 ‘우버마일 보험(가칭)’의 특징은 가입 첫 달에는 기본 보험료를 납부하고, 다음 달부터는 운전자가 실제로 주행한 거리에 따라서만 보험료를 정산하는 식이다.
주행거리별 보험료도 1km당 20~30원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 1년에 5000km를 운행한다고 할 때 연 자동차보험료가 10~15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미 KB손해보험 등을 비롯한 일부 손보사들은 연간 주행거리를 일정구간으로 나누고, 주행거리가 적은 차량에 대해 1년 뒤 냈던 보험료를 환급하거나 현금으로 돌려주는 ‘마일리지 특약’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버마일 보험이 도입되면 마일리지 특약보다 2배가량 높은 할인율을 기대할 수 있어 자동차보험 시장에 커다란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버마일 보험은 택시처럼 차량에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미터기를 장착한 후,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SK텔레콤의 통신망에 전달하는 식으로 운영된다는 계획이다.
기존 상품과는 달리 복잡한 절차 없이도 자동으로 정산이 가능하고, 할인율도 더 높아 출시만 된다면 손보업계 ‘빅4’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시장에 일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다만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보험업계는 상품만 좋다고 무조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며, “점유율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보험사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손해율 문제나 시스템 구축 등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아 예상보다 보험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내년을 목표로 상품개발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일부 보도처럼 상반기에 출시하기는 어렵다”며, “시스템 구축 등의 절차들을 거치면 빨라도 하반기 중에나 정식으로 론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 인터넷 전업 보험사 선배 ‘교보라이프플래닛’, 실적 고전에도 성장세는 지속
인핏손해보험에 앞서 인터넷 전업 보험사의 길을 가고 있는 ‘선배’로는 교보생명그룹의 계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들 수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2013년 출범 이후 연이은 적자로 인해 시장의 우려를 사왔다. 당초 출범 5년 안에 흑자전환을 시현시키겠다며 라이프플래닛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신창재닫기신창재기사 모아보기 회장이었지만 길어지는 부진에 흑자전환 원년을 7년으로 수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라이프플래닛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온라인 전업 보험사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재미있는 상품들로 시장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라이프플래닛은 보험업계의 특허권에 해당하는 ‘배타적 사용권’을 다수 획득했으며, 특히 이 가운데 (무)라이프플래닛e연금저축보험과 (무)꿈꾸는e저축보험은 금감원으로부터 우수 금융신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역시 3분기까지 누적 128억 원의 순손실을 보고는 있으나, 보험사의 영업력을 나타내는 초회보험료 부문에서 37억8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28억1000만 원 대비 35%나 늘어난 실적을 거두며 흑자전환 청신호가 켜졌다.
수입보험료도 전년동기 361억 원에서 올해 78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경쟁사인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이 운영하는 별도의 다이렉트 채널과는 달리 오로지 온라인에만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객들의 충성도도 높고, 시장 점유율도 40% 수준으로 양호하다.
이처럼 라이프플래닛이 생보업계 전반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보험업계는 머잖은 시일 안에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미래 고객 확보와 영업력 강화, 보험 이미지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다이렉트 채널이 흥행할 수 있는 환경은 생명보험보다는 손해보험 쪽이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거나 장기납입 상품이 많은 생보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장 범위가 다양하고 상품이 간단한 손보 쪽이 고객의 이해도나 선호도 측면에서 더 좋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인핏손해보험이 라이프플래닛보다 빠른 시일 안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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