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복잡한 규제체계로 인해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시장 역시 활기를 띨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 시장은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지출 기준 세계 5위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으로 통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인슈어테크’가 세계 보험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동안,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비판 속에 서서히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미국·유럽·일본은 고사하고 후발주자였던 중국에마저 덜미를 잡힐 정도로 국내 인슈어테크 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었다.
세계 보험시장이 웨어러블 기기, 헬스케어 등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안, 국내에서는 일부 보험사들만이 ‘걸음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 초보적인 형태의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7년 금융당국이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긴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규제 소관이 명확하지 않은 ‘그레이존’에 대한 명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채혈 등을 통해 혈당을 체크하는 서비스의 경우 채혈 과정을 ‘의료 행위’로 봐야 할지를 놓고 의료계와 당국의 힘싸움이 한창이며,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데이터 스크래핑 역시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를 놓고 관련 기관과 보험업계가 대치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양승현 연구위원은 “일본은 그레이존 해소를 위해 사업자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해 규제가 적용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사업소관 부처 장관을 경유해 해당 규제소관 부처 장관에게 확인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를 시사점으로 삼아 개인정보수집 등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손해보험협회 김용덕닫기김용덕기사 모아보기 협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규제체계로는 신기술, 신산업의 빠른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 보험사, 스타트업 등의 혁신 상품 서비스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 활용 및 관계법령 개정 등을 통한 규제 완화로 이를 타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손보협회는 현재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법령해석위원회 측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또 지난해 10월 구성한 ‘블록체인을 통한 손보업계 업무 혁신 아이템 발굴 컨소시엄’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구상에도 골몰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기반 리스크 측정이 가능하도록 제반여건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 및 데이터 규제에 대한 혁신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할 스타트업들 역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 ‘마크로젠’은 현재 의료기관만 할 수 있는 유전자 질병 예측 검사를 일반 유전자 검사 기관에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소비자가 의료기관에 유전자 질병 예측 검사를 신청하면 마크로젠 등 일반 유전자 검사 기관이 이를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중간 단계에 의료기관이 끼며 비용이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게 마크로젠 측의 설명이다.
보험 스타트업들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언제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마이데이터 산업을 비롯해 핀테크 규제 혁파에 힘을 쏟고는 있지만, 의료계와의 이해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험에 나설 수 있다면 유리한 측면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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