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K뷰티 열풍과 더불어 인수합병(M&A)을 통해 2012년대비 매출은 두 배 가량 늘었다. 실적도 13년 연속 성장하며 국내 화장품 선두업체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3118억원으로 전년대비 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509억원, 당기순이익은 3838억원으로 각각 12%, 10.1% 늘었다. 이는 2016년 최초로 상반기 매출 3조원 시대를 연 뒤 최대 반기 실적이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7.4% 증가한 6조7363억원이다. 예상 영업이익은 1조560억원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한 규모다. 실적이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LG생활건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의 최대 실적은 ‘후’와 ‘숨’ 등 럭셔리 화장품 라인이 견인했다. 2016년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연중 1조원 매출 달성 시점을 단축시켜 온 후는 이달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했다. 럭셔리 라인의 전년대비 국내 면세점 매출 성장률은 70%다.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 매출 성장률은 87%에 달한다. 2006년 중국에 론칭한 후는 현재 19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상해의 ‘빠바이빤(八百伴), ‘쥬광(久光)’, 북경의 ‘SKP’ 등 중국 대도시의 최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입점해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높아지는 고급 화장품 수요와 함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도 VIP 마케팅 등의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 M&A 통한 내진설계 효과
2016년 매출 성장률이 18%에 달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부진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따른 방한 중국관광객 감소에서 비롯됐다. 사드 보복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7.8% 감소하며 반토막이 났다.
LG생활건강 역시 당시 면세점 매출이 26%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으나 2005년부터 13년째 연속분기 성장은 멈추지는 않았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삼각 포트폴리오를 통한 내진설계로 사드 여파를 최소화한 탓이다. 이는 M&A 귀재로 불리는 차석용 부회장의 전략이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경쟁사들이 역신장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럭셔리 화장품의 차별화와 적극적인 중국사업 육성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이뤘다”면서도 “아시아 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내진설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P&G 총괄사장 등을 역임한 차 부회장은 2005년까지 해태제과 사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LG생활건강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 부회장이 승진할 당시 매출액이 3조8962억원에 불과했던 LG생활건강은 2016년 매출 6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6조2705억원을 기록하면서 몸집을 두 배 가량 불렸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전체 매출 중 화장품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52.8%다. 화장품 비중은 2015년 45.9%, 2016년 51.8%로 매년 커지는 추세다. 반면 생활용품 비중은 2015년 30%에서 지난해 25.2%로, 음료 비중은 24.1%에서 22%로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의 내진설계를 위해 M&A 전략을 택했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 지분 90%를 사들이면서 음료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과 한국음료를 인수한 데 이어 2011년에는 해태음료(현 해태htb)까지 품으면서 연매출 1조원대의 사업부문을 완성했다.
현재 LG생활건강은 실적 상승세를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을 꺾고 이른바 ‘화장품 대장주’에 등극한 상황이다. 지난 27일 종가 기준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19조6945억원으로 15조4330억원인 아모레퍼시픽을 약 4조원차이로 앞서고 있다.
◇ LG ‘부회장 6인방’ 입지 다져
차 부회장은 지난 5월 구본무닫기구본무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이 타계하면서 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을 뒷받침 해 줄 주력 계열사 부회장으로도 꼽힌다. LG생활건강의 최대주주는 지분 34.03%를 보유한 (주)LG다. 특히 최대 실적을 이끌면서 차 부회장의 입지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LG 부회장단에는 차 부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이 속해있다.
재계 관계자는 “차석용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을 뒷받침해 줄 일명 LG ‘6인의 부회장’으로 꼽힌 가운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자 등에 비해 주력 계열사는 아니지만 LG그룹 내 유통과 밀접한 계열사는 LG생활건강이 유일하기 때문에 주목도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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