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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철 대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에 속앓이

기사입력 : 2018-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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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험업법 ‘삼성특혜법’ 논란 정조준
당국, 20조 지분 매각시 시장 혼란 우려도

현성철 대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에 속앓이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보험업계 전반을 향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며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및 암보험 등을 놓고 “지도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암보험·즉시연금 등의 보험금 미지급 및 지연지급 문제를 놓고 보험사들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업계 1위 삼성생명은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가운데 절반 수준인 4000억 원 가량의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해야 할 상황이라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에 맞춰 삼성전자의 지분 매각까지 함께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삼성생명의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 ‘삼성전자 지분 팔아라’ 보험업법 개정안 놓고 깊어지는 고민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투명·공정한 금융시장질서 확립과 관련해 공정질서 저해 요인을 제거하고 투명한 자본시장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삼성생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윤석헌 원장은 “통합그룹 자본규제 도입 등을 통해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 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을 앞두고, 그룹 자본의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해 추가 자본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통합그룹 자본규제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치’ 기준 보유자산의 3%까지만 보유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올해 3월 말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257조8009억 원으로 이 중 3%는 약 7조7000억 원에 해당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취득원가 기준으로 5억815만7148주(7.92%)로 일견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이지만, 이를 시가로 계산할 경우 무려 26조 원 규모에 해당한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무려 20조 원 가량에 달한다.

여기에 박용진 의원은 주식 매각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덧붙이면서 삼성생명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해 박 의원은 “보험회사가 보유하는 주식 등 유가증권의 현재 가치를 자산운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유지되는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유배당보험계약자의 몫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삼성생명이 가진 전자 주식의 규모를 감안해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매각기한을 5년으로 하되, 필요시 금융위 승인을 얻어 2년의 추가 기한을 얻을 수 있도록 해 도합 7년의 유예기간을 명시한 것이다.

아울러 매각 첫 해에는 한도초과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매각 이익을 보험회사가 손실보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해 박 의원은 “매각기한을 5+2로 하되 사실상 1년 이내에 매각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한도초과분을 팔게 되면 1년 이후 사실상 해당 주식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매각 이익을 취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나머지 매각 이익 등은 자연스럽게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유배당보험계약자의 몫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한편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삼성생명의 지배 구조를 문제 삼아 삼성전자 지분 처리를 압박했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함께 삼성전자 지분의 0.42%(약 1조3000억 원)를 매각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 과정에서 이차역마진으로 인한 유배당보험 연간 손실액 공제로 인해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배당은 지급되지 않아 눈총을 샀다. 박용진 의원이 개정안을 통해 지적한 곳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삼성 계열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과거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일부 대체하는 금융경쟁력제고 TF를 설립해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덕분에 이번 개정안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국의 개입 전 자율적인 자구안을 마련하라지만 압박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그것이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부정적인 관측을 보였다.

한편 이와 관해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적용을 받는 대기업들이 법령에 간신히 턱걸이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진화된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징벌적 조치보다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시스템 마련이 우선되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삼성생명 사옥. 사진 = 삼성생명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생명 사옥. 사진 = 삼성생명


◇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 26일 이사회 결정에 쏠린 시선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낸 뒤 매달 연금처럼 지급받다가, 만기가 됐을 때 보험료 전액을 돌려받는 보험을 말한다.

이를테면 1억 원을 처음에 일시에 지불한 뒤, 매달 이자만을 수령하다가 만기 때 1억 원을 돌려받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순보험료를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출한다.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일부 보험사들이 만기환급형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면서 원금을 보존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이와 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상 연금월액 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금 재원을 차감한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삼성생명에게 환급 결정을 내렸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 분쟁조정위 결정을 받아들이며 민원인에게 과거 3년 분량의 연금 미지급금 1430만원과 지연 지급에 따른 이자 65만 원 등 1495만원을 돌려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모든 생명보험사에 삼성생명의 이 같은 분쟁조정 내용을 통보해 업무에 참고하라고 알렸다.

그러던 중 지난달 한화생명이 판매했던 즉시연금 상품 분쟁에 같은 결론이 내려지며 생보사 전반의 즉시연금 약관 관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삼성·한화생명을 포함한 약 20개 생명보험사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을 부실한 약관에 기초해 소비자에게 판매했다고 분석하면서, 생보업계 전체에 걸친 당국의 감독 강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즉시연금 약관과 관련해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보험사에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시연금에는 모든 상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표준약관 이외에, 보험사별로 각기 다른 보험금 산출방법서가 있다.

일부 생보사의 보험금 산출방법서에는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어 즉시연금 미지급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금감원은 ‘보험사 내부 자료인 산출방법서는 약관과 다르고, 약관만으론 보험 계약자가 연금이 차감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기 어려웠다’며 보험사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에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보험사는 사업비도 떼지 못해 필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가뜩이나 IFRS17 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보험사 조이기에 나서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약관 내용을 살펴보지도 않고 문제가 생기자 이제 와서 보험사 측에만 책임이 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해당 금액 지급과 관련해 삼성생명 측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통해 미지급 보험금에 대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다만 보험업계는 삼성생명 측이 4000억 원을 일괄지급 하는 게 아니라, 즉시연금 가입자들의 월 수령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처리해 회사 측의 부담과 가입자들의 불이익을 함께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한화생명은 다음 달 초까지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여부에 대한 의견 제출을 미루고 법률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들 역시 삼성생명과 비슷하게 월 수령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이 밖에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인 AIA생명과 DB생명, 신한생명 등은 금감원의 일괄구제 방침을 받아들여 미지급금 일괄지급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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