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본점에서 제 1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제안 3개 안건에 대해 모두 부결 선언했다. 노조가 제안한 3개 안건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안 △낙하산 이사 선임 방지를 위한 정관변경안 △현직 대표이사 회장의 사추위 활동 배제 정관변경안이다.
KB금융 노조는 내년 정기 주총에서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단 입장이다. 작년 11월 임시주총에서 추천된 하승수 후보자와 이번 권순원 교수를 포함하면 세 번째다. ‘통과될 때까지 계속한다’는 의지를 가진 셈이다.
다만 노조는 앞으로도 지주가 운영하는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 검증 절차를 밟지는 않겠다고 했다. KB금융은 연중 상시로 주주 1인당 1명 또는 서치펌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는다. 그리고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예비후보 풀(pool)을 확정한다. 이들은 외부인으로 구성된 ‘인선자문위원단’의 심사를 받고 롱리스트로 추려진다. 이 과정엔 현직 사외이사들이 일체 관여할 수 없다.
이번 주총에서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자의 탈락엔 현직 사외이사들의 반대 입장 표명이 한몫했다. 이사진은 “현행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및 검증 제도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사진의 주장대로 기존 예비후보 검증절차를 밟으면 노조 제안도 주총 통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데 왜일까.
노조는 현행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제도를 불신하고 있다. 박홍배 위원장은 “2014년부터 주주자격으로 서치펌, 자문단에 우리가 추천한 후보가 검증받도록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며 “우리가 추천한 후보가 몇 점을 받고 탈락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추천자 중에는 이번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였던 조대엽 고려대 교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주총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노조의 사외이사진 비판에 발끈했다. 윤 회장은 “‘(사외이사가) 회장에 종속돼 있다’, ‘셀프연임을 도왔다’ 이런 건 신중하게 말해주길 바란다. 듣기 거북하다”며 “우리 사외이사님들만큼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없다”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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