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양한 메뉴 중 선택하라고 하면 오히려 힘들어요. 비대면의 승부는 단번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입니다.”
시중은행의 디지털금융 담당자들은 고객을 ‘잘 아는’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도래가 머지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공세 속에 은행들은 고객 편의를 읽는 간편 뱅킹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22일 스마트폰 키보드의 지정된 버튼만 누르면 송금하고 계좌조회도 되는 ‘키보드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도의 앱(APP)을 설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에서 키보드에 설치된 SC제일은행 로고 버튼을 누르면 모바일 뱅킹과 바로 연결된다.
1일 5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하며, SC제일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할 때에도 수수료는 조건 없이 전액 받지 않는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휴대폰으로 송금하기 위해 별도의 모바일뱅킹 앱을 실행하고 로그인을 해야 하는 절차를 휴대폰 키보드의 단축키 하나로 대폭 간소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2일 모바일뱅킹 앱 신한S뱅크, 써니뱅크 등 6개 앱을 원(ONE)앱으로 통합한 '신한 쏠(SOL)'을 선보였다. 메인화면에서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제로패널'을 적용하고 조회, 이체 등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거래에 '원터치 송금', '키보드 뱅킹'과 같은 새 기능을 더했다.
KB국민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창구에서 은행원과 대화하듯 메신저 창을 이용해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대화형 뱅킹 플랫폼 '리브똑똑(Liiv TalkTalk)'을 서비스하고 있다.
대화 중에도 '#, ₩' 키 버튼을 이용하면 언제든지 통장 잔액조회, 거래내역조회, 리브머니 보내기, 카드, 퇴직연금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들면 채팅 중 '₩20,000'을 입력하면 대화 상대방에게 2만원을 보낼 수 있다.
또 은행권 최초로 간편비밀번호 대신 '열려라 똑똑'이라고 말하면 본인확인이 되는 화자인증(목소리 인증)을 도입했다. '리브똑똑'에서 나눈 대화 내용은 해외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AWS)에 저장되며, 미국 정보표준 FIPS 140-2 인증을 획득한 첨단 보안 솔루션 'TAP'을 도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메신저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앱 구동 속도와 전송 속도, 단체 대화방 메시지 처리 기능 향상에 주력했다"며 "앞으로도 인공지능, 챗봇 등 차세대 기술과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씨티 모바일' 앱은 국내 최초로 로그인 없이 앱 실행만으로 계좌잔액 및 최근 금융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스냅샷' 기능을 포함했다. 모바일 앱에 지문 터치만으로 로그인이 가능해서 공인인증서 없이 계좌이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은행 및 신용카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위니) 출범에 맞춰 카드 단말기 필요없이 폰투폰(phone-to-phone) 결제를 지원하는 '위비톡 3.0'도 공개할 예정이다. 폰투폰 결제는 가맹점과 사용자간 스마트폰 사이 인터페이스로 결제가 이뤄진다.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하는 결제방식으로 밴(VAN)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12월 개인뱅킹 서비스 '원큐(1Q) 뱅크'를 전면 개편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자인은 24시간 손님과 연결된다는 의미의 '선'을 주제로 단순하고 편안한 느낌을 줬고 상품 특성에 맞는 색상구분을 통해 손님이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간편송금 '휙! 서비스'를 확장해서 신용정보조회, 가계부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활금융 플랫폼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주 통합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를 서비스 중인 NH농협은행도 "'올원 챗봇' 등 AI 연계 서비스 확대를 통해 사용자의 편리성 개선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픈 뱅킹' 준비 태세도 갖춰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은행이 보유한 금융정보를 고객의 동의하에 제3자에게 공유하도록 의무화한 유럽은행감독청(EBA)의 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 이른바 'PSDⅡ'가 유럽연합(EU) 은행들에 적용되기 시작한 게 주요했다.
NH농협은행은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통해 간편결제, P2P(개인간) 금융, 크라우드펀딩, 자산관리 등 영역에서 2017년 150만건이 넘는 거래량을 처리했다. 지난 2015년 말 플랫폼 출범 당시 60여개였던 오픈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도 100여개 수준으로 확대됐다.
KEB하나은행도 이달 9일 핀테크 등 이용기업들이 언제든지 테스트베드에 접속해 은행 API를 활용해 서비스를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을 구축했다. 제1호 비즈니스는 중국 현지에서 위안화로 국내대학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는 '유학생등록금 수납서비스'다.
신한금융도 최근 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 등 그룹 차원의 오픈API 표준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은행권이 앞다퉈 내놓은 디지털 서비스의 성패에 관심이 모인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신속 대응하는 차원에서 개별 앱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통합앱으로 가는 추세라고 보면 된다"며 "다만 그만큼 기능을 한꺼번에 담으면 무거워질 수 있고 현재보다 고객 불편을 가중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범위의 비즈니스 모델(BM)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도 "블록체인, AI 모두 파괴력이 큰 기술로 추세적으로 은행의 일하는 방식도 바꾸게 만들 것"이라며 "인식률, 리스크 관리 등 은행이 얼마나 기술을 잘 활용하고 소화할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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