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보험업계는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다.
본지에서는 업계에서 ‘보험업법의 정통파’로 평가받는 성대규닫기성대규기사 모아보기 보험개발원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의 보험업계 이슈를 되돌아보고, 내년 전망을 점쳐보는 시간을 가졌다.
◇ “인슈어테크 혁명, 내년에도 적극 대응 필요”
기존 보험이 확률 통계에 의존해 위험을 분석하고 계산해 전체 가입자에게 동일 보험률을 적용했다면, 최근에는 기술과 보험이 접목되어 가입자마다 다른 보험률을 적용할 수 있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에 대해 12억 달러 규모의 벤처 투자가 이뤄지는 등, 인슈어테크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역시 마찬가지로 보험사들이 인슈어테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블록체인을 통한 보험금 지급 간소화, 건강관리 노력 및 성과를 반영한 보험료할인 상품 등 보험 산업은 첨단IT 기술을 활용하여 본격적으로 시장에 도전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대규 원장은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의 ‘재흥전략 2016’이라는 국가적 아젠다를 소개했다.
성대규 원장은 “일본은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보험사들이 활발하게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저출산·저성장을 겪었으며 그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대규 원장은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사인 ‘다이이치 생명’의 예를 들었다. 성 원장에 따르면 다이이치 생명은 빅데이터, AI 등 최신기술을 활용한 인슈어테크 이노베이션팀을 구성해 운영하며 생명보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성대규 원장은 미국의 신생 인슈어테크 보험사인 ‘레모네이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레모네이드사는 간단한 어플리케이션 사용만으로 90초 만에 보험에 가입하고, 3초 만에 보험금을 받게 해주는 초고속, 초간단 서비스로 주목을 끈 바 있다.
성대규 원장은 “우리나라에도 미국,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헬스케어, 언더라이팅, 마케팅의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유병자·고령자 보험 강화로 보험 이미지 제고해야”
최근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파른 인구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저하로 인해 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보험과 노후실손의료보험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상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보험사들은 나이나 병력 등을 이유로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일이 많아 빈축을 사고 있었다.
2017년 보험사들은 이를 막기 위한 ‘선지급형 종신보험’과 ‘간편심사 질병보험’ 등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서비스가 탑재된 유병자보험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당뇨케어건강보험’은 업계 최초로 가톨릭 서울성모병원 전문의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당뇨 전용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당뇨 유병자에게 합병증 관리 및 정상 회복을 위한 코칭 서비스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신한생명과 교보생명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신한당뇨엔두배받는건강보험’과 ‘(무)교보내게맞는종신보험’등을 통해 유병자보험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성대규 원장은 보험개발원이 12월 초 개최한 ‘당뇨합병증 예측모형개발 설명회’를 언급했다.
성 원장은 “이번 개발모형이 당뇨유병자의 합병증 발생과 사망, 그리고 의료비 예측을 통해 적정 위험도를 평가함으로써 유병자를 위한 상품개발 등 보험소외계층의 보험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성대규 원장은 “기대수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고령화시대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도 금연, 금주, 체중조절, 혈압 및 혈당 관리 등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을 지원하는 등, 내년에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차별화된 상품개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 원장은 “고령·유병자에 대한 보장 다변화를 통한 틈새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나아가 보험가입이 어렵거나 거절되었던 고령·유병자의 위험보장 니즈에 적극 부응함으로써 보험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보험업계의 관심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 “IFRS17, 위기가 아닌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올 한 해 보험업권의 가장 큰 이슈는 IFRS17 도입으로 인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이었다. 올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규모는 4조 7천억 원에 달해 작년도 자본확충 규모인 1조4000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방안으로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혹은 대주주로부터의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어 왔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물론, KDB생명, 하나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시는 회사 규모를 막론하고 우후죽순으로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성대규 원장은 “기존 보험사들이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경영전략을 수립했다면, 이제는 자본 최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제는 과거의 매출위주(규모위주)의 외형 보다는 수익위주(내실위주)로 되돌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회사는 소비자의 보험료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자본이 좀 더 충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원장은 이에 대해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무를 좀 더 잘 이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성 원장은 최근 금융업계 이슈인 금리상승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금리가 상승하면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에게 유리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채권가격 하락으로 RBC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며 보험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성 원장은 “IFRS17이 2021년에 도입 예정이지만, 적어도 그 1년 전인 2020년 까지는 IFRS17을 이용해서 보험사가 결산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완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은 이를 위해 각 보험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원장은 “대형사들은 나름대로 회계법인, 계리법인, 컨설팅회사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대형사에 비해 인력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사의 경우에 보험개발원이 주도해 시스템을 공동개발하고 있다”며, “해당 시스템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개발이 완료되고, 2019년도에는 충분한 시험을 거쳐서 2021년 되기까지는 모든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성 원장은 IFRS17이 보험회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더불어 “보험회사가 겪고 있는 준비상의 문제에 대한 부분들을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금융당국에 제시함으로써 당국과 보험업계간 유기적인 매개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며 보험개발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학 력 >
- 1985. 02 ~ 1989. 02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 1989. 02 ~ 1991. 08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 2001 유타대학교 로스쿨 J. D.
< 경 력 >
- 1989 제33회 행정고시 합격
- 2009.05 ~ 2011.01 금융위원회 보험과 과장
- 2011.01 ~ 2012.02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
- 2012.02 ~ 2012.08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국장
- 2012.08 ~ 2014.07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 2015.01 ~ 2016.07 경제규제행정컨설팅 행정사사무소 수석연구위원
- 2015.07 ~ 2016.07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 2016.11 ~ 현재 제11대 보험개발원 원장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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