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장(사진)은 이른바 ‘GAFA’(구글·애플· 페이스북·아마존)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진 행보를 언급하며 ‘경계 무너뜨리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금융권에 들어온 지 두달 째에 접어든 장현기 본부장은 위성호닫기위성호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이 디지털 조직을 재편하면서 ‘외부 수혈’한 정보기술(IT) 출신 전문가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흩어져 있던 디지털 관련 부서를 디지털그룹으로 통합하고 디지털전략본부 안에 핀테크 새 기술 중심의 6대 랩(Lab), 즉 인공지능(AI)·블록체인·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디지털 얼라이언스(Digital Alliance)·페이먼트(Payment)·엠폴리오(M-Folio)를 신설했는데, 장현기 본부장은 이 6대 랩의 수장 역할을 맡았다.
장현기 본부장은 이같은 랩과 랩 사이의 시너지를 내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현기 본부장은 “개별 랩이 고유의 기술을 깊이 파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랩과 랩 사이에) 다 관련이 있다”며 “랩은 독자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칸막이 쳐있는 사일로(silo)가 아닌 랩 융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C&C에서 IBM왓슨의 한글화와 AI 플랫폼 개발을 총괄한 이력이 있는 장현기 본부장은 AI 전문가로 꼽힌다. 그럼에도 장현기 본부장은 AI가 “대단한 게 아니다”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대단한 게 아니라, 처리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점이 핵심이라고 했다. 규칙(rule)에 기반해 정교한 계산을 빨리 해내는 능력은 이미 해외 선물·옵션 알고리즘 트레이딩 시스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상용화한 모바일 로보어드바이저(RA) ‘엠폴리오(M-Folio)’의 경우 최근 확대한 퇴직연금뿐 아니라 신탁 등 영역을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외부업체와 협력도 하지만, 자산배분 알고리즘을 내재화하는 일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수가 좋은 시기에는 오히려 로봇의 헷지(hedge)가 수익률에 방해가 되는데 이를 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필요성도 언급됐다. 장현기 본부장은 “지금은 비대면 일임에 제약이 있는데 규제가 풀리면 엠폴리오에서 좀더 다양한 형태의 포트폴리오 모델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의 공유’도 강조됐다. 디지털 금융 관련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 유럽연합(EU) 은행들이 내년 1월부터 유럽은행감독청(EBA)이 규정한 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 ‘PSD2’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이 꼽혔다.
‘PSD2’는 은행이 가진 금융정보를 고객 동의 아래 제3자에게 공유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은행이 독점했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공개되면 비금융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장현기 본부장은 ‘PSD2’가 현실화됐을 때 국내 은행권이 수세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밀려서” 열 수 있으므로 “선제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기업들에게 수수료나 대출금리 등 혜택을 주는 것에는 낮추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서비스형 은행(Baas·Banking as a Service)’으로 표준화되면 서로 “주고 받는” 상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장현기 본부장은 “한번 더 생각해보면 미리 오픈해 두지 않을 경우 나중에 협상(Deal)할 수 있는 수단이 없게 된다는 것”이라며 “(정보를) 사용하는 비용을 받는 게 아니라 가져가도록 해서 가치를 부여하고 서비스를 만들어서 그것을 서로 나눠 수익을 내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권 공동 오픈플랫폼에서 제공하는 API 외에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한 오픈API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사인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은행을 비롯 카드·생명·금투 등 계열사끼리 이미 내부적으로 정보 공유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장현기 본부장은 “핀테크 업체와 교류의 장(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오픈이노베이션 랩(Lab)의 숙제”라며 “개인정보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PSD2’가 눈에 보이면 (은행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고 점점 그럴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의 디지털전략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전략 방향을 향하고 있는 지 묻자 장현기 본부장은 “따라올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모델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은행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휴도 하고 있고요. 경계가 무너지면서 은행도 진출할 영역이 생길 겁니다. 시간이 문제지 가야갈 길은 분명해요.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다른 은행들로 하여금 신한을 따라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기준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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