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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①] ‘스타필드 효과’는 누가 누리나

기사입력 : 2017-10-25 19:44

(최종수정 2017-10-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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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최근 유통‧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도입이 활발하다. 이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보호 등 공익을 위한 착한 규제의 형식을 띈다. 하지만 이면에는 ‘규제의 역설’이 존재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스타필드 고양. 신세계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스타필드 고양. 신세계그룹 제공
현대인의 ‘도심속 오아시스’와 소상공인의 ‘무덤’. 복합쇼핑몰은 둘 중 어느쪽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할까. 국회와 정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스타필드와 롯데월드몰 등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실효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의 복합쇼핑몰에도 매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로 의무휴업일을 정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거쳐야만 법안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 아직 단정 지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만큼 임기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목표 시행일은 당장 내년부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8월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등도 대규모유통업법에 포함시키며 규제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스타필드‧롯데월드몰과 같이 부동산임대업자로 등록된 사업자도 대규모유통사업자로 분류돼 이르면 올 연말부터 불공정행위에 관한 감시를 받게 된다.

복합쇼핑몰을 미래사업으로 규정하고 힘을 쏟고 있는 유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상 국내에는 100여개의 복합쇼핑몰 형태 점포가 존재한다. 이중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유통 3사의 점포는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주말 방문객은 평일보다 60% 많다. 매출액도 평일의 2~3배를 웃돌아 주말 의무휴업이 적용될 시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월 2회 주말 의무휴업이 적용될 경우 유통 3사의 매출액은 연간 총 2조 4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변상권 영향분석 '오락가락'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 등의 규제로 주변 상권과 전통시장이 살아날까. 그동안 복합쇼핑몰 등 대형유통업체와 지역상권 매출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한목소리’가 아닌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유통학회 회장)이 최근 발표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시행 초기에는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매출이 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약 1200만명)을 보유한 신한카드 사용자들의 2012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서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소비 금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된 2010년보다 6.4% 감소했다. 전통시장 소비 금액의 경우 2014년에는 의무휴업제 전보다 10.8% 증가했으나, 증가폭은 이후 2015년(2.8%)과 지난해(3.3%)를 지나며 점점 둔화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미미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대형마트 방문객 중 50% 이상이 당일 반경 1km 이내에 있는 상권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40.17%), 편의점(9.84%), 슈퍼마켓(4.38%‧대형마트 및 SSM 제외), 커피전문점(2.44%) 등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는 주변 상권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정반대의 결과도 있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은 ‘파급력 큰 복합쇼핑몰: 내몰림효과와 빨대효과’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대형마트는 지역내 소상공인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 뿐 아니라 지역내 총생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앞서 서 교수가 주목한 ‘근거리’ 상권보다 ‘원거리’(5~10km) 지역상권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 5~10km 이내 상권은 백화점이 입점하고 난 뒤 1년 6개월 동안 점포당 매출이 입점 전에 비해 5.8%까지 감소했다. 롯데몰 수원점 역시 7~10km 상권은 입점 전 상황으로 매출액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권이 흡수되는 ‘빨대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근거리 상권의 경우 복합쇼핑몰 입점 이전에 비해 매출액이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복합쇼핑몰 이전부터 초반까지 인근에 프랜차이즈와 고급 점포들이 새롭게 들어서면서 기존 소상공인들이 일자리를 잃는 ‘내몰림효과’가 발생했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소비자는 온라인·편의점으로

복합쇼핑몰이 의무휴업에 들어가면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통시장은 카드결제‧현금영수증 거부와 주차난, 환불‧교환처리 불안 등에 대한 불만이 높다.

이러한 상태에서의 대형유통업체 규제는 온라인과 편의점의 ‘풍선효과’만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에도 전통시장 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유통업태별 매출액 지수를 100으로 잡았을 경우 지난 2015년 대형마트 127, 백화점 116, 슈퍼마켓 122, 편의점 211, 온라인 214으로 증가한 것에 반해 전통시장은 98로 유일하게 감소했다.

김규환 의원은 “대형마트를 못 가게 막아 어쩔 수 없이 전통시장으로 가도록 하는 규제가 아닌 소비자가 찾아갈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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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온라인 쏠림 현상은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전년대비 13.1% 증가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2.9% 성장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대형마트는 0.0%로 아예 성장이 멈췄으며, 백화점은 0.9%, SSM은 1.5%로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편의점은 11.4%로 나홀로 고성장을 이뤘다.

서용구 교수는 “복합쇼핑몰이 엔터테인먼트와 관광요소를 갖춰 도심속의 오아시스로 자리매김 하면서 앞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는 더욱 더 커질 것”이라며 “소상공인 보호 정책은 대형 유통업체의 규제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닌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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