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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관계형 금융’ 3년차 발돋움 하나

기사입력 : 2017-07-24 00:55

(최종수정 2017-07-2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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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영업점 소액 CB투자 신설
중기 정책 강화…“지속 의지가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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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하지만 사업전망이 밝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finance)’이 새 정부 중소기업 진흥 기조 속에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관계형 금융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비재무 정보 수집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 전망·평판으로 대출…CB 지분 투자도

관계형 금융은 은행의 단기대출 또는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을 개선해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 2014년 11월 도입한 제도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육성한 독일이나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장기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대표자의 전문성, 업계 평판, 거래신뢰도, 사업전망, 노사관계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대상기업을 선정해 업무협약을 맺으면 은행은 안정적 경영 활동 지원을 위해 3년 이상 장기대출을 취급한다.

예를 들어, B중소기업과 장기 거래로 업력, 노사관계, 안정적 거래처 확보 등 양호한 비재무정보를 알고 있는 A은행이 대출심사 때 재무정보 외에 이같은 비재무 정보를 감안해 B중소기업이 신청한 운전자금대출을 3년 만기 장기 대출로 취급하는 식이다.

또 필요하면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상환우선주나 주식연계채권인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채권(BW) 등에 장기 지분투자할 수도 있다. 주주로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투자한도는 은행법상 타회사 주식보유 한도인 15% 이내로 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중 국내은행의 관계형 금융 취급 실적(정책자금 포함)은 2조3411억원(4433건)을 기록했다. 수요가 많은 장기대출이 2조3203억원으로 대부분이고, 지분투자는 208억원에 그쳤다. 업종 별로는 도·소매업 33.3%(7721억원), 제조업 32.3%(7483원), 서비스업 10.3%(2396억원), 운수업 7.1%(164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작년 은행 관계형 금융은 2015년 대비 6617억원(917건) 증가해 제도 도입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작년 취급대상 업종과 대출 인정범위를 확대하면서 취급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며 “올해도 금감원 업무계획에 관계형 금융을 포함하고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비재무정보 수집과 활용 실태, 신용등급별 취급상황, 담보대출 비중 등 실태 점검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중소기업 금융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은 직접 금융시장으로 향하고 있고, 안정적 수익을 담당한 가계대출도 정부정책 영향 테두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들은 “영업점 자율에 의해 관계형 금융을 실시하고 기술금융부 등 관계부서가 업무지원 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영업점 직원 관계형 금융 인지도 제고를 위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중 우리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금융지원 활성화 차원에서 최근 관계형 금융에 힘을 싣고 있는 은행 중 하나다. 우리은행은 관계형 금융 지분투자 확대 방안으로 올 6월 영업점에 소액 CB투자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창업 초기 기업과 기술 중심 기업을 중심으로 장기여신 지원, 지분투자, 컨설팅을 지원하여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은행, ‘규제’에 흔들…정책 의지 관건

관계형 금융은 기업과 은행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지분참여·장기대출·경영자문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은행은 지분투자 등을 통해 기업과 장기거래 관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계형 금융 지속을 위한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관계형 금융이 정착되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 정책적 노력이 그만큼 유지될 수 있을지, 또 현 정책 수준만으로 관계형 금융이 뿌리내릴 수 있을 지는 의문시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도 “은행업은 명확한 규제 산업으로 공공성 높은 정부 정책 방향이 은행의 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며 “앞선 정부에서 시중은행들이 소매금융 중심의 은행으로 변모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제도가 정착되려면 출자전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출자를 하려면 투자회수를 담보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이미 상장했거나 지원이 크게 필요치 않은 기업이 대상이 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의해 시행되는 제도는 당국의 지속적인 의지가 중요한데 현재는 기술금융, 서민금융에 대해 당국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관계형 금융 활성화를 위해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독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살펴볼 만 하다.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관계형 금융’ 리포트를 보면, 독일의 ‘하우스방크(Haus Bank)’는 은행과 기업 간의 긴밀한 장기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기업의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장기투자 이익을 공유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공생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정책 금융기관인 독일재건은행(KfW)은 하우스방크를 통한 간접대출인 ‘온렌딩(on-lending)’ 방식을 통해 중소기업에게 통상 10년 만기 안정적인 장기 자금을 지원했다.

조용수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과장은 “관계형 금융은 중소기업 지원 모델로 틈새시장 발굴, 비금융 지원 범위 확대 수단으로도 평가된다”며 “중소기업 신용대출 증대를 통한 수익 향상을 위해 연성 정보 수집 강화와 심사 능력 향상, 체계적인 연성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과 철저한 인수인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소기업 보증제도와 연계된 측면도 고려요소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의 ‘신용보증제도의 관계형 금융 활성화 지원 방안’ 리포트는 IMF 외환위기를 비롯 두 차례 금융위기를 거치며 공급 규모가 확대된 신용보증 제도는 일반적으로 관계형 금융 활성화를 저해하는 장애요인으로 인식된다고 지적한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순차적으로 신용 보증제도를 축소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신용보증 기구는 창업기업의 보증 심사에 주력하고, 금융기관은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한 고객 정보 확보에 주력하는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금융기관에서 관계형 금융 활성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의 ‘중소·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한 관계형 금융 노력 필요’ 리포트에서 손상호닫기손상호광고보고 기사보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서민금융 기관은 거래형 금융이 중심인 은행과 달리 특정지역, 직장, 단체를 대상으로 고객과 장기적인 거래관계 속에서 축적된 정성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기존의 스코어링 평가 모델이나 현금흐름 분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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