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이력 탓에 정교수의 강의는 늘 ‘마감 1순위’에 오른다. ‘학문과 산업의 접목’을 늘 지향하기에 골머리를 썩게 하는 고등수학 과목도 쉬운 생활이야기로 가득하다. 수강신청 기간에 새벽부터 강의신청을 하려는 학생들의 줄이 이어지는 것은 기본. 신청인원을 정해놓은 ‘상한선’도 몇 번을 늘려 잡곤 한다. 그래도 강의신청을 못한 학생들의 애교어린 각종 ‘선물공세’가 난무한다고.
그의 연구결과도 가능성 하나만 보고 선뜻 투자에 나선 한국미디어산업기술등의 기업체가 없었다면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박사의 주종목은 MPEG 분야. MPEG은 차세대 디지털방송의 깨끗한 영상과 보다 많은 정보를 압축 전송하는 방식이다.
지난 93년 삼성전자 신호처리연구소에 근무하던 시절에 출원한 특허는 미국의 MPEG LA(Li
HDTV분야에서 정박사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91년부터 95년까지의 정박사의 직책은 삼성전자 HDTV개발 프로젝트 책임자. 삼성전자는 정박사 연구팀 덕택에 최근 세계 처음으로 상업용 셋톱박스 내장형HDTV(모델명 HCH551W)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시판하기도 했다.
정박사의 꿈은 매우 소박하다. 영상분야의 노벨상을 받거나 미디어업계의 대부가 되는 등의 화려한 것이 아닌, 영상과 관련한 연구결과들을 산업계와 연결시키는 고리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코치’가 된다는 것.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작은 연구결과를 ‘대박’처럼 포장하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이다.
모든 인프라가 디지털기반으로 융합되면서 매체간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것. 그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거시적인 흐름은 간과한 채 산업 분야별로 밥그릇싸움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가 다이얼패드의 경우입니다. 인터넷무료전화가 등장하자 통신사업자들이 초비상상태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너도나도 ‘무료전화’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제살깍기’ 경쟁이 벌어질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입니다” 아날로그 산업을 무한속도로 삼키는 급속한 흐름의 디지털영상을 다루는 정박사의 교수실에는 엉뚱하게도 ‘테크노음악’이 아닌 잔잔한 클래식음악이 늘 흐르고 있다. 속도전에 비유되는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면서 생활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그만의 방식인 듯 하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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