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트코 내놓고도 점유율 오른 삼성카드
카드사 시장점유율 순위는 바뀌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간극이 큰데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도 순탄치 못해서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은 단 1%포인트라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카드업계는 한 회사가 마케팅을 강화하면 회원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덩달아 홍보나 이벤트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점유율) 순위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회사가 프로모션, 제휴할인 등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 업계 전체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제 살 깎기’ 식 출혈경쟁에 돌입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금융당국은 일회성 마케팅 축소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데도 코스트코 제휴 카드사 변경으로 인한 카드사 순위 변동이 기대됐던 이유는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대용량, 고품질이면서도 가성비까지 좋아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요식·유통 사업자들도 즐겨 이용하는 코스트코는 카드 취급액이 크다. 또 회원제로 운영되면서 결제는 제휴카드나 현금으로만 할 수 있다. 코스트코 연간 매출액의 70~80%인 2조7000억여원이 카드 매출액으로 추산된다. 체크카드 실적이 미미한 기업계 카드사에게 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황금알’인 셈이다. 게다가 한 번 계약하면 꽤 오랜 기간 파트너사가 되기 때문에 회원을 고정적으로 유지하는 락인(Lock-In)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코스트코와의 제휴를 19년간 독점했다. 현대카드가 계약한 기간은 올해부터 10년이다.
◇ ‘삼성카드 vs 현대카드’…승자는?
예상을 뒤엎은 반전이 벌어진 건 삼성카드의 ‘절치부심’ 덕분이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실적 만회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코스트코와 계약이 끝난 시점에 맞춰 ‘대항마’ 격인 이마트, 홈플러스 등과 손잡으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에서 코스트코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전용 신용카드인 ‘트레이더스신세계 삼성카드’를 출시했고, 홈플러스 전용 카드도 내놨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9100억원으로 규모 면에서 코스트코보다 훨씬 작지만 해마다 20%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기존 코스트코 제휴 카드의 경우 별도로 교체하지 않아도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사용금액의 1%를 적립해주고 있다. 계약 해지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두 회사의 자존심이 걸린 마케팅 전쟁에 찬물이 끼얹어진 건 금융감독원이 제재에 나서면서다. 삼성카드는 5월 11일부터 코스트코에서 5만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에게 무이자 12개월 할부를 제공하는 행사를 23일까지 계획했지만 열흘 만에 중단했다. 현대카드가 반발한 것은 물론 금융감독원 역시 삼성 쪽에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VS현대’발 싸움이 올 초 잠잠했던 카드사 마케팅 열풍에 다시 불붙였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1분기가 지나면서부터는 업계 전반적으로 제휴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당국에서는 주시하겠다는 입장인데 마케팅을 안 하면 점유율이 떨어지니 이도 저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카드산업 건전성 및 경쟁력 제고 TF’를 통해 경쟁력 방안을 내놓은 금융당국은 발표 당시 “카드사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과도한 일회성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카드사들은 유통업체와의 제휴는 물론 자동차할부금융, 핀테크사와의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한 신규 고객 유치와 실적 확보에 슬금슬금 열을 올리는 중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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