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방사청 "개청 이후 최대 뇌물"…회사 "사실 규명 전 제재"
27일 LIG D&A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정정공시를 통해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에 대해 임시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공시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제재 효력은 다음달 20일까지 정지된다. 이에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제재 시작일은 다음달 21일로 연기됐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국가계약법 제27조에 근거한 부정당업자 제재다. 계약 과정에서 비위가 드러난 업체가 일정 기간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다. 국가가 발주하는 무기체계 사업이 매출의 큰 축인 방산업체에는 가장 무거운 처분으로 꼽힌다.
방사청은 지난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 D&A에 24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8월 20일 검찰이 발표한 LIG D&A 뇌물 및 원가 부정 사건의 후속 조치로, 국가계약법상 최고 수준 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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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은 제재 수위를 정하며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의 뇌물 액수와 장기간에 걸친 계획적 원가 부정행위를 고려했다. 위원회는 회사 측 소명을 들은 뒤 위법성과 함께 제재가 향후 방위사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LIG D&A가 문제 삼는 것은 처분 근거와 시점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고 법원의 사실 판단도 나오지 않았지만, 방사청이 검찰 기소 내용만을 근거로 최고 수위 행정제재를 확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LIG D&A는 사실 규명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재가 내려진 데 유감을 표했다. 이후 지난 22일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LIG D&A는 당시에도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법적 대응을 진행하며 입장을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LIG D&A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당사 입장을 성실하게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익현 LIG D&A 대표도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회사 차원 개입을 부인했다. 신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절차적으로 3억 원을 마련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임원 두 명도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64.5% 걸린 공공 거래…쇄신 작업도 속도
이번 결정에 걸린 매출도 적지 않다. 공시에 따르면 입찰 제한 대상인 정부·지자체·공공기관에서 LIG D&A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2조7773억 원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3069억 원의 64.5%에 해당한다. 매출의 3분의 2 가까이가 공공 거래에서 나오는 셈이다.LIG D&A는 정밀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군 핵심 무기체계를 공급해 온 주요 방산업체다. 국내 군 전력화 일정과 맞물린 사업이 많은 만큼 입찰 자격 유지 여부가 갖는 의미가 크다.
증권가에서도 사업 영향을 비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투자 심리 훼손은 불가피하지만, 입찰 제한이 영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먼저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영업 활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 방산 특유의 구조도 짚었다. 국내 시장이 작아 복수의 공급자를 키우기 어려웠던 탓에 대부분 분야에서 품목별 공급자가 한 곳뿐이라는 것이다. 막대한 수주잔고도 버팀목으로 꼽았다. LIG D&A의 상반기 말 수주잔고는 올해와 내년 예상 매출의 각각 5배, 4배에 이른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도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신규 사업 참여 제한에 따른 단기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요 유도무기 사업에서 LIG D&A의 기술적 역할과 제한적인 국내 경쟁 구도를 감안하면 정부의 전력화 일정 조정이나 계약 방식에 대한 추가 검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기준 LIG D&A의 수주잔고는 약 24조6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국내 몫이 10조5000억 원이다. 이 연구원은 기존 계약은 원칙적으로 유지되고 해외 수출 사업은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진행 중인 대형 사업에도 숨통이 트였다. 대표적으로는 KF-21 전투기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이다. 체계개발 7535억 원과 후속 양산 1조1471억 원을 더해 총사업비가 약 1조9000억 원에 이른다. 이달 초 나온 제안서 평가 결과 LIG D&A는 체계종합과 탐색기 등 5개 분야에서 1순위를 받았다. 최종 계약은 연말로 예정돼 있다.
다만 1순위가 곧 계약을 뜻하지는 않는다. 계약 체결 전에 제재 효력이 발생하면 LIG D&A는 신규 계약을 맺을 수 없다. 제재 의결 직후 업계에선 협상 대상이 바뀌거나 사업 전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집행정지가 최종 인용되면 본안 판결 전까지 입찰 자격이 유지돼 연말 계약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
한편 LIG D&A는 법적 대응과 별개로 내부 쇄신에도 나섰다. 최근 7개 사업·경영 부문 가운데 4개 부문장을 교체하고 사내에 준법감사실을 새로 만드는 등 조직을 손보며 신뢰 회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다음달 5일 정식 심리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최종 받아들이면 LIG D&A는 취소소송 판결 전까지 국내 입찰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면서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게 된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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