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경태 의원(국민의힘·부산 사하구을)은 아시아태평양인터넷주소관리기구(APNIC) 산하 APNIC Labs 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IPv6 이용률은 29.0%로 세계 평균 43.7%에 크게 못 미쳤다. 일본(61.9%). 미국(61.8%)의 절반 수준이고, 프랑스(85.7%), 인도(76.8%), 말레이시아(73.4%), 독일(73.0%), 베트남(64.4%), 대만(58.9%), 중국(49.8%)과 비교해도 낮다. 조 의원이 비교한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낮은 곳은 싱가포르(21.8%)뿐이었다.
IPv6는 현재 널리 쓰이는 IPv4의 주소 고갈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다. 기존 IPv4는 약 43억 개 주소만 만들 수 있어 2011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와 APNIC가 잇따라 고갈을 선언했다. 128비트 체계인 IPv6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주소를 제공하며,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급증하는 초연결 시대 필수 기반으로 꼽힌다.
조 의원은 전환이 더딘 배경으로 통신사 간 연결 문제를 지목했다. 통신사 간 IPv6 상호접속이 완결되지 않으면 국내 이용자끼리 주고받는 트래픽도 해외 네트워크를 거쳐 되돌아오게 된다. 전송 경로가 길어지는 만큼 품질과 비용 측면의 비효율도 커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17년 상호연동이 완료되면 약 1000만 명의 서비스 품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정부와 업계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신 3사는 2012년 백본망과 인터넷교환망(IX)에 IPv6를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2017년 KISA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트래픽 정산시스템 개발 지원 협약까지 맺었다. 조 의원은 "업계에 따르면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통신사 간 IPv6 상호접속은 전 구간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IPv6 확산 로드맵에서 국가 전환 비용을 8215억 원으로 추산했고, 이 중 6139억 원이 2013년까지 투입됐다. 당시 국내 백본망의 IPv6 준비율은 94.7%, 가입자망은 68.9%였다. 망은 깔았지만 망과 망을 잇는 길이 끊겨 이용률이 30%를 밑도는 '반쪽 투자'에 머문 셈이다.
조 의원은 "수천억 원을 들여 깔아 놓은 차세대 인터넷 망이 서로 이어지지 않아 국내 트래픽이 해외를 빙빙 도는 것은 명백한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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