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를 통해 실제 전력망에서는 일부러 일으킬 수 없는 고장·비상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 반복 시험할 수 있게 되면서, 국산 GW급 HVDC가 실제 송전망에 들어가기 전 거쳐야 할 검증 단계를 회사 안에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과천 연구소에 HILS 구축…2GW급 HVDC 제어기 검증
효성중공업은 경기 과천시 중공업 연구소에 자체 개발한 2GW급 HVDC 제어기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HILS(Hardware-In-the-Loop Simulation)'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8일 밝혔다. 국내에서 독자기술을 기반으로 GW급 HVDC 성능 검증 설비를 갖춘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효성중공업이 다루는 전압형 HVDC는 전력을 양방향으로 실시간 조절할 수 있어,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연결하기에 유리하다.
HVDC 설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장치는 크게 두 가지다. 전력반도체로 교류와 직류를 서로 바꿔주는 '밸브'와 전기 흐름을 조절하고 비상시 전력망을 보호하는 '제어기'다. 이번에 구축한 HILS는 이 가운데 제어기를 검증하는 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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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어기에 가상 밸브 및 전력망 연결
HILS는 실제 HVDC 제어기에 컴퓨터로 구현한 가상의 2GW급 컨버터 밸브와 전력망을 연결하는 방식이다.이런 설비가 필요한 이유는 HVDC가 커질수록 시험해야 할 상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송전 용량이 커지면 제어해야 할 대상과 조건이 복잡해지고, 계통 고장이나 비상 상황 등 검증할 운전 시나리오도 많아진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2GW급 시스템은 200MW급보다 검증할 시나리오가 2~3배 많다.
문제는 실제 전력망에서 이런 위험 상황을 시험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HILS는 이를 가상 환경에서 만들어 오랜 기간 반복 시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계통과 비슷한 조건에서 제어기가 제대로 대응하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시험 체계는 효성중공업이 직접 설계했다. HILS 시스템 설계부터 설치, 시험, 운영까지 전 과정의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HVDC 제어기 역시 직접 개발한 제품이다.
제주 20MW에서 양주 200MW, 다시 2GW로
이번 설비에는 경기 양주변전소의 실제 운영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양주변전소에 자체 개발한 200MW급 HVDC 컨버터 밸브와 제어시스템 등 핵심 설비를 실제 전력망에 적용해 운영해 왔다. 이곳에서 쌓은 전력망 제어·운영과 검증 노하우가 이번 2GW급 시험 환경 구축에 활용됐다.효성중공업 HVDC 개발 이력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2012년 제주 20MW급 전압형 HVDC 실증사업을 시작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했고, 2017년부터는 국책과제로 200MW급 개발에 나서 약 1000억 원을 투입한 결과 양주변전소에 설비를 공급하게 됐다. 20MW에서 2GW로 용량을 키워 가는 과정에서 이를 검증할 설비까지 직접 갖추게 된 셈이다.
설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 경남 창원공장에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공장을 착공했다. 공장 신축과 대용량 전압형 컨버터 시스템 제작시설 증축, 연구개발 등에 2년간 총 33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실증·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겨냥
이번 설비 구축은 한전 국산화 실증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달 한전이 추진하는 '대용량 전압형 HVDC 국산화 및 실증사업' 밸브·제어기 분야 참여기업으로 선정됐다.이 사업은 해외 기업에 의존해 온 HVDC 핵심 설비를 국내 기술로 만들고, 실제 전력망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밸브·제어기와 함께 국산화 대상인 변환용 변압기는 지난해 9월부터 별도 과제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효성중공업도 참여하고 있다. 한전은 국내 기업이 개발한 핵심 기자재를 새만금~서화성 HVDC 사업에 적용해 성능과 신뢰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HILS를 통해 GW급 국산 HVDC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여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서해안 일대에서 만든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까지 보내는 HVDC 송전망 사업이다.
한전은 이 가운데 1단계인 새만금~수도권 구간을 2030년까지 완공하고, 전체 송전망은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실제 전력망에 투입하기 전 사전 검증을 충분히 거쳐야 하는 만큼, 사업 일정에 맞춰 설비를 공급하는 데에도 검증 체계가 중요하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HILS 구축은 단순한 시험설비 확보를 넘어, 당사가 자체 개발한 2GW급 HVDC 제어기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산 독자기술을 통한 글로벌 HVDC 시장 진출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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