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다만 하청지회가 급식·통근버스 업체 노조인 웰리브지회와 공동교섭 요구를 접고 단독 교섭에 나선다면 당장이라도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2022년 51일 파업과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 지난해 97일간의 서울 철탑 농성을 거친 뒤 소송 취하와 원·하청 동일 비율 성과급으로 상생 기조를 이어오던 양측이 1년 3개월여 만에 다시 대치 상황에 들어간 것이다.
한화오션 측은 1일 입장문을 통해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가 불법 점거 고공 농성에 돌입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그간 협력사와 상생협력에 노력해왔지만 법이 정한 절차와 원칙에 따라 교섭과 불법 점거 농성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은 이번 농성이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봤다. 한화오션은 “가동 중인 필수 생산시설인 크레인 점거에 돌입한 것은 통상적인 쟁의행위의 정당성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 불법점거에 해당한다 명백한 노조법 위반이자,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수도 있는 행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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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웰리브 동반 교섭 여부'
이번 갈등을 이해하려면 '원청의 사용자성'부터 짚어야 한다. 지난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원청을 그 범위 안에서 '사용자'로 본다.이에 따라 원청이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로 인정되면, 해당 범위에서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의 일하는 환경을 사실상 원청이 좌우하는 만큼, 원청과 직접 대화할 통로를 열어주자는 취지다.
법 시행 당일 한화오션은 하청 노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하지만 교섭 대상에 하청지회는 포함됐지만, 조합원 450명 규모 웰리브지회는 제외됐다. 웰리브는 거제사업장에서 급식과 통근버스 운행, 시설관리를 맡는 도급업체다.
노동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16일 웰리브지회까지 포함해 공고하라고 결정했고, 중앙노동위원회도 6월 15일 한화오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경남지노위가 판단을 미뤘던 사용자성 문제에 대해서도 중노위는 산업안전·작업환경 의제에 한해 한화오션을 웰리브 노동자들의 사용자로 인정했다.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같은 노후 시설을 고치려면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협조와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7월 20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뒤 원청이 중노위의 사용자성 판정을 법원에서 다툰 첫 사례다. 한화오션 측은 "노동위원회에서는 웰리브지회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였으나, 회사로서는 타사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금속노조 웰리브지회와 교섭 관련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소송 제기 등의 법적 절차는 원청과 하청 간 사용자성 인정 범위에 대해 법원의 명확한 판단을 구하기 위한 것"이며 "당사는 교섭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를 존중해 후속 절차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단독 교섭이면 지금 응한다" vs "웰리브와 함께"
양측이 맞서는 지점은 결국 교섭의 '범위'다. 하청지회는 웰리브지회와 함께 원청 교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과급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근속기간이나 국적에 따라 차등을 두거나 일부 노동자를 지급 대상에서 빼는 문제를 원청과 직접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웰리브지회 역시 노동환경 개선과 성과급 동일 지급 등을 요구해왔다.한화오션 측은 하청지회와 교섭 자체를 거부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오션 측은 "지금이라도 하청지회가 웰리브지회를 제외하고 하청지회 단독으로 회사와 교섭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꾼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교섭에 응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하청지회는 웰리브지회와 공동교섭이 아니면 교섭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양측 간 교섭은 현재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도크 점거 후 4년째 이어진 원·하청 갈등
한화오션과 하청지회 갈등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2년 6월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했다. 파업은 임금 4.5% 인상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그해 8월 노조 간부 5명을 상대로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갈등은 2024년 단체교섭 결렬로 다시 불붙었다. 지난해 3월 김형닫기
김형기사 모아보기수 당시 지회장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앞 30m 높이 CCTV 철탑에 올랐다. 그는 상여금 50% 인상 등을 담은 단체교섭이 타결된 뒤 농성 97일째인 6월 19일 땅을 밟았다.이후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가 잇따랐다. 한화오션과 하청지회는 지난해 10월 470억 원 손배소를 조건 없이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하청지회는 파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양측은 재발 방지에 협력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 한화오션은 협력사 직원에게 원청 직원과 같은 비율의 성과급을 주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1월 열린 원·하청 상생협력 선포식에는 강인석 지회장도 자리했다.
한화오션 측은 이 같은 노력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화오션 측은 "회사는 올해 초 협력사 근로자들에게 원청 직원과 동일한 비율의 성과급을 적용해 약 1만 명의 협력사 근로자에게 총 890억 원의 성과급이 지급되도록 했다”며 “또한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지회를 상대로 제기했던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대승적 차원에서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지난 2월 25일 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거제사업장 선각삼거리 인근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원청 교섭이 진척되지 않자, 결국 고공농성으로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한화오션 "상생과 불법 대응은 별개"…원청 노조 파업도 겹쳐
한화오션은 원청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약 협상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는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교섭을 이어가면서 파업 수위를 높여왔다. 9월 18일에는 거제사업장 골리앗 크레인 4대를 모두 세웠고, 22일 열린 24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원청과 하청 노조가 동시에 회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한화오션 측은 안전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 한화오션 측은 "대형 구조물과 중장비가 상시 가동되는 조선소에서 고공농성을 지속하는 것은 참여자 본인은 물론 현장 동료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장 운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생을 위한 노력과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은 별개의 문제"라며 "불법 행위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성 참여자들이 더 이상의 위험한 불법 행동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는 이에 대해 “웰리브지회를 빼고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단독 교섭을 하자는 것은 명백한 갈라치기”라며 “한화오션 교섭 상대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웰리브지회 조합원을 대표하는 금속노조”라고 반박을 제기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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