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왼쪽)와 알리벡 자마우오프 카자흐스탄 국영가스공사 카작가스 회장이 카라차가낙 가스처리시설 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이행합의서 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를 중단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해외 플랜트와 산업건축을 중심으로 수주 기반을 회복하고 대형 발전사업까지 확보하며 반등에 나섰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올해를 새출발의 원년으로 선언한 이후 사업 방향도 한층 뚜렷해졌다. 주택·도시정비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공·에너지플랜트와 데이터센터 등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분야로 수주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가스처리시설과 발전사업·전기차 충전사업 등을 잇달아 확보·재편하며 에너지 밸류체인 확장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단순 EPC 수행을 넘어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운영·활용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 수주 전략 전환…도시정비 대신 기술 경쟁력에 무게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재편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 수주를 한 건도 기록하지 않았다.
주택과 도시정비사업에서 무리하게 수주를 확대하기보다 안전·품질 경쟁력과 조직 체질을 먼저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판단이었다.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회사 방향을 미래 기술 확보와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만의 차별화된 미래 기술 확보를 장기 과제로 규정한 셈이다.
임직원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전략을 구체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후 실제 사업 행보에서도 에너지 분야가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지난 7월 열린 가치체계 선포식에서는 에너지를 미래 사업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기존 EPC 중심의 사업 영역을 넘어 에너지 생산·저장·운영·활용 전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방향이다.
최근 수주 행보는 이 같은 전략과 맞물린다. 해외 플랜트와 산업건축을 중심으로 수주 기반을 회복하는 가운데 대형 발전사업과 가스 인프라 사업을 잇달아 확보하며 에너지 분야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카라차가낙 가스처리시설' 사업이행합의서 서명식에 참석한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이사(오른쪽)와 카작가스 알리벡 자마우오프 회장이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엔지니어링
◇ 카작가스·발전사업 잇단 확보…에너지 수주 확대
현대엔지니어링은 카자흐스탄을 거점으로 중앙아시아 에너지 인프라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카자흐스탄 국영가스공사 카작가스(JSC NC QazaqGaz)와 ‘카라차가낙 가스처리시설(KGPP)’ 추진을 위한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서명식은 지난 15일 열린 한-카자흐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진행됐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와 알리벡 자마우오프 카작가스 회장 등이 참석했다.
카라차가낙 가스처리시설은 연간 50억㎥ 규모의 미정제 원료가스를 정제하는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탈리아 건설사 시침(SICIM)의 현지 법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설계와 구매를 맡고, 시공과 시운전은 시침 현지 법인이 담당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5월 카작가스로부터 낙찰통지서(LOA)를 받았다. 이번 이행합의서 체결로 초기 설계 단계에서 본 EPC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업 추진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향후 본계약 협상을 이어가며 실제 EPC 사업으로 전환하는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중앙아시아 사업 기반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대형 플랜트 사업을 수행해왔다. 여기에 카자흐스탄까지 사업 거점을 확보하면서 중앙아시아 주요 자원 3개국에서 플랜트 사업 수행 기반을 갖추게 됐다.
중앙아시아의 자원개발과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사업 수행 경험을 활용해 추가 수주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에너지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수주 기반도 한층 다변화될 전망이다.
특히 발전 분야에서도 대형 프로젝트 확보에도 성공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용인 열병합발전소 건설 사업’과 ‘신호남 복합발전소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두 사업의 총사업비를 합하면 약 2조3826억원이다.
용인 열병합발전소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1050MW 규모 전력 생산설비와 시간당 517Gcal 규모 열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1조7526억원이다. 한국중부발전과 SK이노베이션 E&S가 발주한 사업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조달·시공(EPC)을 총괄한다. 오는 2026년 9월 착공해 2030년 9월 준공하는 일정으로 추진된다.
신호남 복합발전소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옛 호남화력발전소 부지에 500MW 규모 LNG 복합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6300억원이다.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사업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컨소시엄 대표사로 참여한다. 설계와 주요 기자재 조달을 담당하며 포스코이앤씨가 보조 기자재 구매와 시공을 맡는다. 2027년 6월 착공해 2030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두 발전사업은 향후 수소 발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고려한다. 준공 초기에는 LNG를 주연료로 사용하지만, 향후 LNG와 수소를 함께 사용하는 혼소 발전이나 수소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전소 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발전사업을 통해 EPC 수행 역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소 발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주변설비 등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 충전사업까지 묶는다…에너지 밸류체인 확장
현대엔지니어링의 에너지 사업 재편은 발전과 플랜트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충전사업을 에너지 사업의 새로운 축으로 끌어들이면서 그룹 내 분산된 관련 역량을 하나로 묶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충전 전문 계열사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존속회사로 남고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소멸하는 방식이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상법상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추진되며 합병비율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가 1대 0.3132476이다.
양사는 모두 비상장사인 만큼 지난 6월 30일을 기준으로 현금흐름할인법 등의 공정가치 평가와 상속세·증여세법상 평가 결과를 적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당 평가액은 5만8101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1만8200원으로 산정됐다. 합병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 보통주 116만4593주가 신주로 발행된다. 합병계약은 이달 24일 체결될 예정이며 9월 4일 주주를 확정한 뒤 9월 22일 합병 승인 절차를 거쳐 11월 1일 합병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지난 3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지분 7.57%를 약 55억원에 취득했다. 당시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그룹 충전사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합병으로 관련 사업을 본격 통합하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양사의 사업 역량을 결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충전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회사는 약 1만2000기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구축했고, 충전시설을 관리하는 ‘EVC 통합관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약 24만명의 회원과 4000기 수준의 자체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해피차저’를 운영하면서 다른 충전사업자와 로밍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의 초고속 충전소 ‘E-pit’ 운영도 맡고 있다.
양사의 통합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시설 구축부터 운영·유지보수, 회원 확보와 고객 서비스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통합 EVC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기반으로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 국내 1위 전기차 충전사업자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나아가 충전사업을 전력사업으로 확장해 전기차 배터리와 가상발전소(VPP), 전력시장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제주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을 전력망으로 보내거나 전력망의 전기를 차량에 저장하는 현대차그룹의 V2G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향후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VPP와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전력중개시장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UBESS 사업과 태양광 사업을 결합한 ‘재생에너지+ESS 전기차 충전소’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주 대표가 연초 제시한 새출발의 핵심은 단순한 수주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도시정비 수주를 사실상 멈춘 이후 플랜트와 산업건축으로 수주 기반을 다시 다지고, 발전과 가스 인프라를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카자흐스탄 가스처리시설 사업을 통해 중앙아시아 사업 거점도 확대했다.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카자흐스탄까지 사업 기반을 확보하면서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도 에너지 플랜트와 첨단·제조시설 건축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차세대 에너지 분야도 지속 강화해 양질의 수주를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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