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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 SKT 대표 "AI 도입하고 기업들이 사람수를 줄이려 한다. 잘못된 전략이다."

기사입력 : 2026-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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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끼려다 '인재절벽' 온다...채용 확대해야
AX 도입 초기엔 업무 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
문제의 본질 파악하고 질문 던질 수 있어야

정재헌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1일 서울대 제1공학관에서 열린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10주년 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이미지 확대보기
정재헌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1일 서울대 제1공학관에서 열린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10주년 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한국금융신문 박수연 기자] "지난 1년간 회사 AX(AI 전환)를 주도하며 AX시대 일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정재헌 SK텔레콤은 지난 1일 서울대에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AI는 기회가 아니라 위기다. 적응하지 못하면 망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이날 강연은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10주년 특강으로 이뤄진 것으로 서울대 대학(원)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1987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한 그는 약 40년 만에 강연자로 모교 강단에 선 셈이다.

정 대표는 "AX의 최전선에 있는 한 기업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는지 나누기 위해 왔다"며 AX를 'J커브'에 비유했다. 'J커브'는 환율과 무역수지 관계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이다.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곧바로 개선될 것 같지만, 수출입 물량이 조정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초기에는 오히려 악화한다.

정 대표는 이 개념을 AX에 적용했다. AI 역시 초기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고, 기존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도출 결과를 사람이 재차 검증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도입 초기 기존 방식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 있지만, 일정한 전환점을 넘어서면 생산성이 급격하게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익숙한 비효율을 넘어 벼랑 끝에서 극한을 마주할 때 비로소 J커브 초생산성 혁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런 전체 흐름을 보면서 정 대표는 지난 1년간 AX시대 일하는 방법론 3가지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다.

'낯설게 보기'는 기존 업무 방식의 전제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것이다. '이 일을 꼭 사람이 해야 하는가', '이 전제가 최선인가' 등 당연한 전제를 의심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정 대표는 "때론 기존 방식으로 도달할 수 없는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고 오히려 동력을 얻는 '극한 마주보기'가 필요하다"며 "SK텔레콤이 제한된 GPU로 6880억 파라미터급 초거대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게 그 예"라고 말했다.

'불편해지기'는 AI 전환 초기 발생하는 업무 부담을 감수하는 과정이다.

정 대표는 "기존에는 SK텔레콤 한 개발자가 고객 요청에 따라 시스템을 수정하는 데 약 50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AI를 도입하고 초기에는 AI 에이전트 개발, 수백 차례 검증 등으로 오히려 5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면서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속해 온 결과 현재는 동일한 업무를 약 1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며 "SK텔레콤도 불편함의 언덕을 넘어 가는 중이다. 일부 영역에서는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1일 서울대 제1공학관에서 열린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10주년 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박수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정재헌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1일 서울대 제1공학관에서 열린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10주년 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박수연 기자

'인재절벽' 전망...SKT, 신규 인력 채용 확대

정 대표는 "AI가 기업 인력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자료 조사와 정리, 초안 작성 등 신입·주니어 인력이 주로 담당하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주니어 채용 감소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현재 시니어 인력이 은퇴한 뒤 중간 연차 인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시니어들이 갖고 있는 복제 불가능한 도메인과 오랫동안 체화된 암묵지가 AI에 필요하다"며 "AI 오류와 환각을 판단하고 걸러내는 일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돈을 아끼려고 인재를 뽑지 않으면 '인재 절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5~10년 후에는 중간 연차가 사라지고 시니어도 은퇴하게 된다. 주니어를 다시 채용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AI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 "기존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업무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 대표는 "AI로 10명이 할 일을 5명이 하더라도, 나머지 5명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이전에는 인력과 비용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을 AI를 활용해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텔레콤 역시 최근 몇 년간 신규 인력 채용을 줄여왔지만 이를 다시 확대한다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오랫동안 사람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왔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며 "잘못된 전략이었다. 현재는 채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코딩보다 질문·공감…AI 시대 인재 조건 변화

정 대표는 "AI 시대에 필요한 개인 역량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질문을 던지고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공감하는 역량 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네 가지 조건을 인용하며, 본질을 통찰하는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AI가 쉽게 갖기 어려운 '공감 근육', 체화된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을 소개했다. 그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며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할 것이기에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10년 전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오늘 우리는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며 "10년 뒤 이 질문의 답을 만들게 될 여러분과 역동하는 AI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은 SK텔레콤과 서울대가 10년째 이어온 AI 공동과정 첫 수업으로 진행됐다. SK텔레콤은 자사가 보유한 풀스택 AI 역량에 맞춰 커리큘럼을 AI 앱·서비스, AI 모델링, AI 인프라 등 세 영역으로 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핵심 AI 기술 연구 성과와 상용화 사례를 전파한다.

이후 강의에는 유경상 SKT AI CIC장, 김태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을 비롯한 AI 개발 조직 임원과 팀장, 박사급 구성원 등이 릴레이로 참여해 현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사업 경험을 공유한다.

홍용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장은 "지난 10년간 값진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며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어준 SK텔레콤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파트너십이 더욱 확장되고 강화돼 AI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교육과 혁신의 장을 함께 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연 한국금융신문 기자 suy166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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