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31일 서울철도특별사법경찰대·코레일 등에 따르면 29일 오전 7시20분께 경기 의왕시 경부선 의왕역 구내에서 코레일 소속 50대 정규직 직원이 입환 작업을 하던 중 열차에 깔려 숨졌다. 입환은 기관차와 화물차량을 연결·분리하거나 차량을 이동시키는 작업이다. 사고 당시 해당 직원은 기관사와 무전으로 소통하며 열차 이동을 돕는 입환원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코레일은 입환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국장과 철도경찰, 철도안전감독관,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관 등을 현장에 보내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도 작업 당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의왕역 사고와 관련해서는 작업 인력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코레일 노조는 사고 당시 260m 길이의 열차에 입환원 2명만 투입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2022년 오봉역 사고 이후 입환 작업을 3인 1조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옆에서 서로를 지켜줄 동료가 1명만 더 있었다면, 약속했던 3인 1조가 지켜졌다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고 당시 정확한 투입 인원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는 관계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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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정시 운행보다 안전 운행·사고의 빈도보다 심각성 중시·책임 추궁보다 원인 규명을 우선하는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첨단 안전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로봇을 활용한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작업환경 재설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현장 노동자가 또다시 숨지면서 당시 안전 강화 약속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코레일은 과거에도 대형 철도 작업자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유사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현장 실수 여부를 넘어 구조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경북 청도군 경부선에서는 선로 인근에서 작업하던 7명이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에 당시 사고 책임을 지고 한문희 전 코레일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김태승 사장의 사퇴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사고는 코레일의 조직 운영 방식에도 부담이다. 특히 코레일은 오는 9월1일부터 SR과 고속철도 운행을 통합한다.
다만 이번 통합이 곧바로 두 회사의 조직과 인사까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레일은 공공기관 특수법인으로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반면 SR은 주식회사로 직무·성과 중심의 연봉제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임금과 처우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양사 직원들이 서로 섞여 근무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된다는 게 한 철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조직 통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전관리 체계의 일원화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열차 운행 체계가 하나로 묶이더라도 현장 조직과 인력, 업무 방식이 당장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안전관리 과정에서 정보 전달과 협업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도업계에서는 통합 철도사가 운영되는 만큼 다시한번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할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합병 전부터 이런 내용을 알고 있어야 했다”며 “2개의 철도사를 운영하면서 어느 곳이 안전관리를 더 잘하고 있는지 비교하고 좋은 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제는 사실상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른 해외 사례를 대상으로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근 3년 근로자 사망사건만 봐도 SR 사업장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코레일에서만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제는 어느 경쟁사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잡아야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철도 관계자는 “안전 투자와 인력 확보를 뒷전으로 미루고 경영 효율화만 강조하다 보니 매년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결국 김태승 사장에게 이번 사고는 단순한 재발 방지 대책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취임 당시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또다시 현장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과거 반복된 사고에도 안전관리 체계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최고경영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지난해 청도 사고 이후 한문희 전 사장이 사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전례도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노동자가 현장에서 숨진 만큼 이번에도 경영진이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9월부터 KTX와 SRT 통합 운영까지 시작되는 상황에서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를 책임질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고의 최종 책임이 어디까지 경영진에 귀속되는지가 김 사장의 거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최고경영자 스스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사퇴를 포함한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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