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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금융기본권으로 생산적·포용금융 선순환 이룰 것”

기사입력 : 2026-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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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본권 연구단·법제화 주도…국제화 추진도
업계 설득·크레딧빌드업 개선…실질적 포용 초점

△ 1965년 한국외대 대학원 법학 석사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법학박사 /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 위원 /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기획위원 /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現)이미지 확대보기
△ 1965년 한국외대 대학원 법학 석사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법학박사 /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 위원 /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기획위원 /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現)
[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금융은 수익률이나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와 가족, 삶의 존엄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강조해온 ‘사람 살리는 금융’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단순히 필요한 돈을 공급하는 데서 끝나는 금융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국민이 불법사금융이나 장기연체의 늪으로 더 깊이 추락하지 않도록 붙잡고 다시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금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금융기본권’이라는 개념으로 정립하고 있다. 금융은 국가가 일부 취약계층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과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누려야 할 기초 인프라이자 권리라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은 생존 필수재”…국민의 권리로

그동안 포용금융은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정책자금을 공급하거나, 이미 연체가 발생한 취약차주의 채무를 조정하는 사후지원에 무게가 실렸다. 지원 대상과 상품도 개별 정책과 예산에 따라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취약계층이 위기에 빠지기 전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기에 지원 대상의 금융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태였고, 금융사의 건전성 부담도 점점 커졌다. 이 같은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바로 금융기본권이다.

금융기본권은 ▲금융에 정당하게 접근할 '접근권' ▲최소한의 금융생활을 보장받을 '생존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기권' ▲안정적 미래를 준비할 '자산형성권'의 5대 권리로 구성된다.

김 원장은 금융을 전기·도로와 같은 기초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 계좌를 만들고, 임금과 복지급여를 받고, 공과금을 내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일상과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모든 국민을 위한 금융기관이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금융회사가 설정한 일정한 기준을 넘어야 한다”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큰 그림이 금융기본권”이라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단순한 금리 격차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접근성이 낮은 사람은 더 비싼 금리를 감수하거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소득 단절이나 질병 같은 작은 충격에도 장기연체와 사회적 고립으로 추락할 수 있다.

현재 금융기본권 관련 논의는 김 원장이 발족을 이끈 '금융기본권 연구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단은 ▲금융기본권연구분과 ▲데이터분석분과 ▲정책기획분과 ▲대외협력분과 등으로 구성되며, 유관 기관과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이론적·법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비교·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기본권을 구현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을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취약차주의 연체와 불법사금융 피해를 예방하고, 채무자를 다시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복귀시키는 일이 국가와 사회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지 수치로 입증해 유인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서금원과 신복위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숫자로 보여주고 싶다”며 “정책의 사회적 편익이 객관적으로 계산되면 금융기본권의 필요성과 지속가능성을 설명할 근거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본권을 한국에만 머무르는 개념으로 두지 않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금융기본권과 한국형 복합지원체계를 국제 학계와 해외 유관기관에 소개하고,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조정 경험을 ‘K-민생금융’ 모델로 정립할 계획이다. 그는 “금융기본권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개념”이라며 “우리의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조정, 금융·고용·복지 복합지원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후구제서 위기 예방으로

김 원장이 금융기본권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 혁신과 산업 재편으로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소득 단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 김포에서 만난 한 상담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3세 자녀를 혼자 양육하던 경력단절 여성으로, 출판 외주업계에서 일했지만 기술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소득이 사실상 끊겼다.

개인의 금융관리 실패나 근로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였다. 신복위는 채무조정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고용·복지 서비스를 연계했다.

김 원장은 “기술 혁신과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 감소는 서민·취약계층에게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력감을 안겨준다”며 “이들이 사회적 고립에 빠지지 않도록 신복위와 서금원이 촘촘한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도 단순히 기관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김 원장은 생업에 바쁘고 금융지식이 부족한 서민에게 필요한 복지제도를 찾아주고, 적합한 금융솔루션을 제안하는 ‘24시간 금융·복지 비서’로 AI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공공마이데이터와 통신정보 등 비금융·행동데이터를 결합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숨은 신용을 찾고, 스마트 상담환경을 구축해 지원의 정확성과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채무조정→정책금융→저축' 전과정 연결

김 원장이 그리고 있는 금융기본권의 실행모델은 위기 예방부터 회복과 자립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경로다. 신복위가 종합상담과 채무조정을 통해 당장의 위기를 진단하고 부채 부담을 조정하면, 서금원은 정책서민금융과 신용보증, 금융교육, 재무상담을 통해 경제활동 복귀를 돕는다.

질병·사고 등으로 소득이 다시 단절돼 연체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험을 연결하고, 상환 능력과 금융 습관이 회복되면 저축과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 최종 목적지는 정책금융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민간금융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는 정책서민금융의 성과를 공급액과 이용자 수만으로 평가해온 기존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앞으로는 지원받은 사람이 연체에서 벗어났는지, 신용을 회복했는지, 다시 일하고 저축할 수 있게 됐는지, 더 낮은 금리의 금융상품으로 이동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도 별개의 정책이 아니다.

기업과 혁신산업에 자금을 공급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생산적 금융이라면, 과중한 채무로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국민을 다시 노동과 소비, 창업의 주체로 복귀시키는 것도 우리 경제의 생산 기반을 회복하는 일이다.

김 원장은 “기업과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만큼 국민의 재기를 지원하는 일도 경제의 활력과 성장 기반을 되살리는 일”이라며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한 국민이 다시 일하고 소비하며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기본권은 아직 법률상 확립된 권리가 아니다. 정책의 사회적 편익도 충분히 검증돼야 하고, 민간 금융회사의 참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위험분담과 평가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 원장의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추상적인 권리 선언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김 원장이 금융기본권을 정책적 선언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실행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원년이다. 상담부터 자립까지 이어지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고 그 효과가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된다면, 금융기본권은 포용금융의 새로운 이름을 넘어 한국 금융의 구조를 바꾸는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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