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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 듣는 서울시…정상화 토론서 찾은 해법은?

기사입력 : 2026-08-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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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상화 대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서울시유튜브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상화 대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서울시유튜브 캡처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세금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주택공급을 통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시가 시민과 전문가, 부동산 현장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공개 토론에 나섰다.

서울시는 6일 서울시청 본청에서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부동산 거래·전월세 시장·주택 공급 등을 주제로 90분간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가 처음 마련한 시민 참여형 공개 토론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비거주 1주택자 ▲무주택 청년 ▲민간 임대사업자 ▲공인중개사 ▲학계 전문가 등 50여명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번 토론회의 배경에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이 있다.

앞서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보다 주택가액과 실거주 여부 중심으로 개편하고,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대폭 높이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정부 발표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실거주 중심 공제체계 개편,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장기거주공제' 전환 등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이 시장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면서 비거주·초고가·다주택 보유자의 보유 부담을 높여,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해 시장 안정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월세 공급 감소와 실거주 부담 확대, 똘똘한 한 채 심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 "세금보다 공급"…전문가·현장 한목소리

토론에서는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 모두 세제 개편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월세 공급 감소와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공급 확대 정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 개편은 주택 보유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며 "전월세 시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임차 가구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의 경쟁력은 청년과 직장인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오는데,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결국 자산가만 남는 도시가 될 수 있다"며 "최근 노원·도봉·강북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이던 지역에서도 임대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월세 공급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실거주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로 전월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 세제 개편은 시장에 또 다른 부담을 주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집주인의 실거주가 늘어나면 임대주택 공급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전월세 가격 상승과 임차인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충격을 줄일 보완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주택정책은 집이 없는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으로 설계돼야 하는데, 이번 정책은 시장 참여자에 대한 규제에 무게가 실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가주택부터 소형 임대주택까지 다양한 주거 공급이 이뤄지는 시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고, 서울 집중을 완화할 균형발전과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들도 전월세 공급 감소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21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박준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임대를 주던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예전에는 단지별 전월세 매물이 50~80건씩 있었지만 지금은 10건도 채 남지 않았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대규모 재건축 이주까지 본격화되면 1만5000가구 이상이 동시에 거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서울시와 정부가 임차인 이주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시남부회장은 "서울 전월세 시장은 사실상 말랐다"며 "예전에는 중개 물건 대부분이 전월세였지만 지금은 매매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 물건이 줄어들면 전세와 월세 가격이 오르고, 결국 매매 수요까지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계속 규제로 압박하면 시장 왜곡과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해서는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동구 천호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노향남 공인중개사는 "빌라와 다세대,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이 살아야 서민 주거도 안정된다"며 "최근 보증보험 제도 변화와 세제 개편 논의에서도 비아파트 임대시장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빠져 있다. 아파트뿐 아니라 비아파트 임대 공급과 세입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악구에서 중개업을 하는 김인선 공인중개사는 "서울은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7년 이상 걸리는 만큼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재건축 과정에서 세대수를 늘려 조합과 공공이 개발이익을 함께 나누는 방식도 공급 확대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시민들도 규제가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을 1가구 2주택자라고 소개한 박현호 씨는 "5억원도 되지 않는 구축주택 두 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투기세력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이 같은 소형주택 공급자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청년과 신혼부부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 보호와 임대 공급 확대가 함께 가능한 제도적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의 출발점"

서울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핵심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오세훈닫기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서울시장은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전월세 시장이 위축되면 결국 부담은 서민과 청년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시민들이 실제로 무엇을 걱정하는지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근본적인 해법은 세금이 아니라 충분한 주택 공급"이라며 "재개발과 재건축을 비롯해 서울에서 실질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세제만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핵심지역은 여전히 대기 수요가 많아 가격 조정 가능성이 크지 않고, 비거주 주택이 시장에서 빠질 경우 임대 물량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실거주 중심 과세 체계가 강화될수록 중저가 아파트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더욱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강북구 삼양동 내 공인중개사는 "조세 정책은 시장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만으로는 거래와 임대시장이 동시에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그 부담은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와 실수요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토론회는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정상화할 것인지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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