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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경쟁력이 가를 철강산업 생존 지도

기사입력 : 2026-07-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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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경쟁서 탄소경쟁으로 패러다임 이동
포스코경영硏 "단계적·선별적 재배치해야”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글로벌 철강산업이 '규모 경쟁'에서 '탄소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자동차·제조업 수요기업의 공급망 탄소배출(Scope 3) 감축 요구가 전방위로 확산된데 따른 변화다.

이제 기술을 넘어 탈탄소 전환 경제성이 중요해진 만큼 저탄소·탈탄소 공정 투자를 특정지역과 수요시장을 중심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최근 발간한 '탄소경쟁력 시대의 철강산업 재편' 이슈보고서에서 이같은 시장변화를 분석하고 기술전환에 시장별 단계적 대응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기술전환 흐름을 60여 년 전 미국 철강업계를 뒤흔든 '미니밀 혁명'에 빗대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기용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기술 전환은 단순히 새로운 설비가 추가되는 과정이 아니라, 경쟁 압력을 통해 기존 설비와 기업의 생존 조건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철강사의 경쟁력은 조강 생산량과 원가, 품질 안정성 같은 공급자 중심 지표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를 얼마나 적게 배출하며 쇳물을 만드느냐가 생존을 가르는 잣대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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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니밀의 교훈 "비효율 퇴출"

미국 철강산업은 1960년대 이후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의 고정비 부담과 수입재 증가, 수요 둔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철강 수입침투율은 60년대 초 5%대에서 1968년 17%까지 치솟았고, 1980년대 가동률은 49.5%까지 주저앉았다. 고용도 1980년 40만명에서 1990년 16만명으로 급감했다.

이 위기의 틈을 파고든 것이 전기로 기반의 '미니밀'이었다. 미니밀은 철근처럼 품질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군에서 먼저 경쟁력을 확보한 뒤, 조업과 압연 기술이 발전하면서 판재류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 결과 일관제철소의 마진율(가격 대비 한계비용 배수)은 1.3에서 1.0으로 떨어졌다. 1982~1992년 사이에 전체 시장점유율의 20%에 달하는 신규 공장이 진입했고 18%는 문을 닫았다. 미니밀의 생산성은 고로 조업에 비해 평균 11% 높았다. 시장점유율도 1962년 5%에서 2005년 40%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철강산업 생산성 증가분의 3분의 1 가량을 이끌었다.

전기용 수석연구원은 "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은 신기술 도입을 넘어 효율적 공정으로의 생산 비중 이동에 의해 완성된다"며 "저탄소 중심의 구조전환도 탈탄소 기술이 특정 제품군의 초기 수요를 거점 삼아 산업 전반으로 자원을 재배치해 나가는 단계적 시장침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40년엔 ‘전기로 대세’ 전망

현재 철강업계는 저탄소 전환 방향에 맞춰져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전략적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미국은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2기의 '반(反)그린정책'으로 인해 정책 패러다임이 에너지 현실주의로 회귀했다. EU도 CBAM 원칙을 유지하되 인증서 구매 의무화 시점을 내년 2월보 1년 유예하며 수위를 조정 중이다.

아르셀로미탈이 됭케르크 프로젝트의 수소기반 DRI 전환계획 일부를 취소했고, 티센크루프도 청정수소 외부조달 입찰을 일시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계획된 '그린스틸' 생산능력 가운데 실제 건설단계에 진입한 물량은 3분의 1 수준이다.
중장기 방향성은 확고하다. 월드스틸다이내믹스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산업의 탄소배출량은 2024년 36억6000만톤이던 게 2040년엔 27억7000만톤으로 24% 줄어들 전망이다. 전기로(EAF) 생산비중은 29%에서 2040년 48%까지 상승한다.

전세계 고로 설비의 71%가 2030년 이전에 수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투자 결정이 향후 탄소배출 구조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전 연구원은 "이 시기에 고탄소 설비를 개보수해 수명을 연장하면 석탄기반 배출 구조가 2040년대 중반까지 고착화돼 2050년 넷제로 목표가 달성하기 힘들어진다"고 경고했다.

'비용 역전' 우려...탄소가격이 관건

보고서는 기술이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경제성이 뒤집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철강 탈탄소 전환의 경제성을 생산비용에 탄소가격을 더한 '총비용'으로 잡아 경제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현재 EU ETS 탄소가격(톤당 107달러) 수준에서는 BF-BOF(고로-전로) 공정의 총비용이 전기로 대비 여전히 낮다. 하지만 탄소가격이 톤당 245달러 수준까지 오르면 수소환원제철(H2 DRI-EAF)도 별도의 프리미엄 없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 수석연구원은 "탄소 가격이 낮은 구간에서는 저탄소 공정의 높은 생산 원가를 시장 가격만으로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그린 프리미엄이 필수”라며 "탄소가격 상승이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는 직접적 요인이지만 에너지 인프라와 제조원가 안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저탄소 공정의 독자적 시장경쟁력 확보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저탄소 강재 장기구매계약(offtake) 211건 가운데 운송·제조 부문이 62%를 차지해, 자동차·부품업계 등 프리미엄 지불 여력이 있는 수요처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전면 전환 대신 단계·선별 재배치”

보고서는 철강산업의 탈탄소화가 전세계 동시다발적 전환이 아니라, 탄소비용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는 EU 등 특정 권역과 프리미엄 수용력이 높은 전략적 수요처를 중심으로 '단계적·선별적 자원 재배치'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저탄소 철강시장의 자생적 확산에 한계가 존재하는 초기단계에서는 공공조달을 통한 수요 창출, 인증체계 마련, 핵심 인프라 구축을 주도해 초기 시장 형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부의 정책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 수석연구원은 "저탄소·탈탄소 공정 투자는 규제 강도가 높고 탄소저감 강재 조달 요구가 명확한 지역과 수요산업을 우선 타깃으로 설정해 해당 시장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60년 전 미니밀이 철근 시장에서 시작해 결국 미국 철강산업 전체의 생존 지형을 바꿔 놓은 것처럼 탄소경쟁력 시대에는 특정 시장에서 '작은 성공'이 철강산업 전체의 자원 재배치와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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