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영화는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죽은 아이를 똑 닮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제공한다. 부모는 상자 속 양을 바라보듯 로봇에게서 잃어버린 아이의 실존을 필사적으로 찾으려 한다. 하지만, 기술이 만들어낸 완벽한 모조품과 마주할 때마다 지울 수 없는 간극과 비효율의 벽에 부딪힌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산 로봇인데 충전을 해줘야 하거나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눈치채지 못해 오작동하는 기계적 한계 때문이다.
이 슬픈 서사는 역설적으로 지금 글로벌 자본시장이 가장 열광하는 ‘휴머노이드 산업’의 현주소와 닮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기술 초창기에 대규모 선행 투자가 이뤄지고 당장 수익보다 미래 가치가 선반영되는 것은 자본시장의 지극히 당연한 메커니즘이다. ‘닷컴 버블’을 거쳐 스마트폰과 전기차 시장이 열렸듯, 지금의 적자는 미래 독점적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필연적 비용이자 성장통이라는 분석은 언제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시선에서 영화 ‘상자 속의 양’이 남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는 하나다. “휴머노이드는 과연 기존 로봇 기술이나 인간 노동을 비용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실효성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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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류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검토할 때 기업은 가장 먼저 계산기를 꺼내 든다. 두 발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미세하게 제어하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는 기술적으로 경이롭지만, 대당 수억 원을 호가하는 도입 비용에 비해 현장에서 생산성은 아직 의문부호가 붙는다.
산업 현장에서는 굳이 비싸고 무게중심이 불안정한 인간형 로봇 대신 이미 검증된 바퀴 달린 자율주행로봇(AMR)이나 고정형 협동 로봇이 훨씬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휴머노이드 시장은 기술적 완성도를 증명하는 1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흑자 전환 기반이 될 비즈니스 모델(BM)을 구축해야 하는 2단계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투자자 인내심이 유효하고 자본이 몰리는 지금이야말로 단순한 기술 과시용 시연에서 벗어나 상용화의 디딤돌을 놓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신사업에 대한 자본의 전폭적 지지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기대감이 과도하게 과열되면 정작 산업 내실을 다져야 할 기업들이 단기적 주가 부양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서사에만 매몰되기 쉽다.
그 피해는 누가 짊어지게 될까.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으로 돌아갈 뿐이다. 영화 속 닫힌 상자처럼 “우리 로봇은 다 할 수 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는 식의 약속만으로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어린 왕자’ 속 상자는 굳게 닫혀 있을 때 상상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산업 현장 휴머노이드는 상자를 깨고 나와 스스로의 쓸모와 경제성을 입증해야 한다. 빅테크와 로봇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 자금을 동력 삼아 머지않은 미래에 ‘비용 효율적인 상용화’라는 진짜 양을 사람 앞에 꺼내놓기를 기대한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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