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인상 따른 '그랜드파더링 효과'
미국투자이민 시장에서 ‘시간’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투자금 인상으로 인해 수요가 단기간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장 변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22일 투자이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투자이민을 희망하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주 계획보다 신청 시점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이민 자금규모 인상 등 조건이 바뀌기 전에 이민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장의 움직임도 한층 부산해진 상태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투자금 인상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22년 개정된 미국투자이민 프로그램 제도개혁 및 투명성 강화법(EB-5 Reform and Integrity Act)에 따라 현재 80만 달러로 유지되고 있는 최소 투자금은 2027년 1월 1일부터 물가 상승률(CPI)에 연동해 조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제도적 변화로 인해 투자금이 다시 100만 달러 안팎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은 ‘그랜드파더링’ 규정이다. 이 규정은 올 9월 30일까지 미국 리저널센터 투자이민 청원서(I-526E)를 접수할 경우 추후에 투자금이 인상되더라도 기존 조건이 유지되는 것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투자이민 시장에서는 올해를 사실상 기존 조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구간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투자이민 전문기업 국민이주 김지영 대표는 “최근 투자이민 상담을 보면 이민 시점을 결정하기보다 제도 변화 이전에 조건을 확정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투자금이 조정된 이후에는 동일한 기회를 더 높은 비용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올해 안에 신청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B-5 투자금 조정기엔 선제적 수요증가
투자이민에 대한 선제적 수요 증가는 과거에도 투자금 조정기에 나타난 적이 있다. EB-5 투자금은 오랜 기간 50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 2019년 한 차례 큰 폭으로 조정되면서 90만 달러로 올라간 바 있다. 당시 투자금 인상 직전에 투자이민 신청이 급증했고, 이후에는 일정 기간 시장이 위축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투자금 인상이 법에 따라 조정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시기가 다가 오면서 투자자들이 사전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시장 반응이 급작스런 투자금 변경 때보다 더 일찍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투자 기준 역시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진단된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금이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원금회수 구조와 프로젝트 안정성을 중심으로 투자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나 도심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진 게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공공 프로젝트가 자금 회수 경로 측면에서 명확하고 수요 기반도 안정적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대표는 “투자이민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승인 여부를 넘어 투자금 회수까지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공공 인프라나 대형 도심 개발 프로젝트처럼 구조가 잘 짜여진 투자처를 중심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이민 시장의 이런 변화는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이주가 진행하는 최근 진행한 미국투자이민 세미나에서는 투자자들은 투자금 인상 시점과 함께 프로젝트 구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고, 실행을 앞둔 투자자들의 참여 비중도 높아졌다. 국민이주가 오는 25일 개최할 뉴욕 도심 개발사업 ‘맨해튼 파이브포인츠 콘도 프로젝트’ 세미나에는 리저널센터 관계자가 직접 방한해 투자구조와 자금회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어서 투자이민을 희망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이민 업계에서는 올해를 EB-5 시장에서 중대한 전환 시점으로 보고 있다. 투자금 인상이라는 변수와 함께 투자 판단 기준이 동시에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 대표는 “지금은 이민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보다 어떤 조건으로 진입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올해는 투자금과 제도, 그리고 투자 기준까지 함께 재편되는 시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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