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조 원장 취임은 단순한 인사상의 복귀가 아니라 '설립자의 귀환'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서민금융의 대부가 무너지는 서민 경제를 보다 못해 다시 나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조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통계 속의 숫자가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연구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놈 목소리’ 보이스피싱 전쟁 이끈 전문가
그는 어느 날 회의석상에 녹음 파일 하나를 올려 놨다. 실제 보이스피싱 범행 통화 녹음이었다. "이걸 그냥 공개하면 어떻겠습니까. 국민이 '그 놈 목소리'를 직접 듣게 하는 겁니다." 반론이 쏟아졌다. 전례가 없었고, 개인정보침해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도 필요했다. 여러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는 밀어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캠페인이 바로 '그 놈 목소리'다. 금융감독원이 실제 보이스피싱 범인의 목소리를 공개하고 광고와 방송을 통해 집중 노출한 이 캠페인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봤는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피해 신고와 검거율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연 2000억원에 달하던 피해액이 연 13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금융 사기 대응에서 '선제적 홍보'라는 새 장을 연 인물이 바로 조성목 당시 금감원 선임국장이었다.
‘사후 처방서 사전 예방으로’ 패러다임 전환
보이스피싱 근절 캠페인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그가 다시 서민금융의 최전선에 섰다. 다시 한번 서민금융연구원 지휘봉을 잡은 그는 사후 구제에 머물던 기존 서민금융의 틀을 완전히 깨 사전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강하게 밀어 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게 하겠다"며 “빚을 진 뒤에 돕는 게 아니라, 빚의 늪에 빠지기 전에 손을 내미는 전방위(사전-진행-사후) 종합보호체계로 대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의 파고가 지속되고 양극화의 그늘이 깊어지는 때인데다 그가 금감원 시절부터 서민금융 현장에서 직접 실상을 목격하고 대응해 성과를 냈던 전문가여서 무게가 실린다.
조 원장은 세 가지 구체적인 약속을 내걸었다. 첫째는 '금융 파수꾼' 역할이다.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과 금융사기로부터 서민의 재산을 지키는 예방 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놈 목소리' 캠페인을 직접 기획·추진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AI 기술과 결합한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모델을 연구원 차원에서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둘째는 '성장 사다리'다. 일시적 자금난이 삶의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담과 연구를 결합해 서민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진행형 포용금융'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조 원장은 "위기가 닥쳤을 때 돕는 건 늦다"며 "경제적 취약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재활 생태계' 구축이다. 금융회사가 ESG 경영의 파트너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하고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정교하고 따뜻한 재생의 길을 열어주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 전문 언어로 대변"
연구원 설립 10주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 다시 서민금융 현장으로 돌아온 조성목 원장. 그가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서민금융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을지, 만연한 보이스피싱 대응 전쟁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갈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5월부터 106년 긴 역사를 지닌 충남 강경상고 총동문회장직까지 맡고 있는 조 원장은 “여러 모로 부족하지만 한국은행, 금감원의 고위직까지 거치며 큰 혜택을 입은 사람으로서 낮은 자리에서 어렵게 사는 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마다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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