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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0(수)

[DCM] SK온, '배터리 불확실성' 직격탄...40bp 얹고 회사채 발행 [11월 리뷰①]

기사입력 : 2025-12-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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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액 46% 급감, 5000억 이상 대형딜 실종…구조적 불안정성 확대
◇ 안전 자산 선호 가속화, A급 경쟁률 AAA 능가…선별 투자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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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 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2025년 11월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조기 폐장' 분위기가 감지될 만큼 얼어붙었다. 통상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연말 북클로징(Book closing)을 앞두고 있어 발행 규모가 감소하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으나, 올해는 그 위축 폭이 유독 컸다. 발행 규모가 전월 대비 반토막 나며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발행액 3000억 원 이상의 대어급 발행 비중이 작년 대비 크게 감소하며 시장의 체력이 약화되었음이 확인됐다.

특히, 이러한 시장 불안정 속에서 A+ 등급의 SK온마저 수요예측에서 고금리라는 굴욕을 감수하며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투자 심리가 우량 기업의 '이름값' 대신 해당 기업의 미래 실적 불투명성에 칼같이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한국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회사채 발행신고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2조 8410억 원으로 기록됐다. 이는 전월 발행액 5조 2400억 원과 비교했을 때 45.8%(2조 3990억 원) 감소한 수치다. 전년 동월(2024년 11월) 발행액 4조 1000억 원과 비교해도 1조 2590억 원(30.7%) 줄어들어 계절적 요인 이상의 구조적 위축이 심화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발행 회사 수는 전년과 동일한 16개사였지만, 발행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1000억 원 이상 발행 비중은 전년 93.9%, 올해 93.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3000억 원 이상 대형 딜 비중은 78.1%에서 51.6%로 급감했다. 특히 5000억 원 이상 초대형 발행은 전년 2건에서 올해는 전무했다. 신용등급 측면에서도 비우량등급(AA- 미만) 발행 비중이 23.2%에서 19.9%로 감소하는 등 우량 등급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시장 전체의 평균 경쟁률은 4.83대 1이었으며, 총 수요예측 참여액은 9조 9020억 원을 기록했다. 발행 규모는 축소되었으나, 수요예측 참여액 대비 발행액 증감분은 791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우량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했음을 보여줬다.

SK온 1.44대 1 굴욕...A+ 등급 무색한 40bp 오버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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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 한국금융신문

11월 회사채 시장은 특정 대형 계열사의 발행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SK 계열이 SK와 SK온 두 개 기업을 통해 총 5340억 원을 발행하며 계열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하나금융 계열(4000억 원), 농협금융 계열(3600억 원), 한국투자금융 계열(3150억 원) 순으로 뒤따랐다. 상위 4개 그룹이 전체 발행액의 56.7%를 차지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SK 계열이 전체 발행액을 견인했음에도, 이 중 SK온의 발행은 시장의 냉랭한 평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SK온은 1000억 원 모집에 최종 1440억 원 증액 발행에는 성공했으나, 평균 경쟁률은 1.44대 1에 불과했다. 특히 3년물은 연기금마저 참여하지 않는 등 11월 29개 트랜치 중 최저 경쟁률인 1.00대 1로 마감됐다.

결국 발행 금리는 수요예측 금리밴드 최상단인 +40bp (1bp = 0.01%) 오버 금리로 결정됐다. A+ 등급에도 불구하고 동일 신용등급 대비 높은 가산금리는, 재무 불안정성과 미국 보조금 폐지 등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실적 개선 불투명성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판단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개별 발행 기업 중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4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발행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영구채 발행이었다. 뒤이어 SK(3900억 원), 농협금융지주(3600억 원), 한국투자증권(3150억 원) 등이 대규모 발행을 성공시켰다.

AA급 쏠림·영구채 증가...차환 줄고 운영자금 급증
자금 용도별 분석에서는 미래 대비를 위한 실탄 확보 움직임이 포착됐다. 11월 발행액 중 차환 목적은 1조 3450억 원(47.30%)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이는 전월 대비 20.8%p 대폭 감소한 수치다. 반면, 운영 자금 목적의 발행액은 1조 920억 원(38.40%)으로, 전월 대비 비중이 18.3%p 급증하며 조달의 주된 목적으로 부상했다.

신용 등급별 발행 동향을 보면, AA- 등급 회사채가 1조 200억 원(35.9%)을 발행하며 주력 등급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11월 비우량 등급(AA- 미만)의 발행 비중이 23.2%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19.9%*로 소폭 감소했다. 이는 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 우량 등급 위주로 자금이동이 집중되는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수요 측면에서는 우량 등급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A등급 (A, A-) 채권들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9.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간별 발행 현황에서는 3년 만기 회사채가 1조 240억 원(36.0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업들의 주력 조달 만기임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들의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규모가 7600억 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26.8%를 차지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2026년 크레딧 시장, 구조적 변화 예고
11월 회사채 시장의 급격한 규모 축소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고금리 환경 및 시장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위축 흐름을 2026년 채권·크레딧 시장 구조 변화의 전조로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 변동성이 국채·초우량물 약세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기금의 자산배분 재조정이 장기적으로 금리 상단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보증권 백윤민 수석연구위원은"한국은행의 추가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은 크게 약화되었지만, 내년 하반기에 한 차례 정도 추가 인하 여지가 남아있다"며 "금리 레벨 자체는 높은 구간에 진입했지만, 채권시장을 끌어올릴 강한 모멘텀이 부재하여 단기 전략은 리스크 관리 중심이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내년 시장을 “늘어날 만큼 늘어난 두꺼운 고무줄”에 비유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준금리 인하 탄성은 제한되고, 반면 부동산·대외재정 리스크 같은 외부 충격은 기간 프리미엄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러한 리스크와 보수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증권사 자금의 구조적 이동은 하위 등급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우량~초우량물 신용 스프레드에 레벨 부담이 심화되었고 기준금리 인하 종료 시점에 다가서고 있어 전반적인 시장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위등급은 금융권의 신용 공급 유입 기대로 스프레드 축소 여력이 남아있어 상대적 강세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과 증권사 발행어음·IMA 규제 변화에 따른 신용 공급 확대 등이 하위등급 스프레드 축소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시장 환경을 종합해 보면 결국 2025년 11월 시장은 단순 비수기 수준이 아닌 구조적 위축 신호가 관측됐고, 2026년은 우량물 부담과 하위등급 기회가 공존하는 '선별의 해'가 될 것이라는 데 시장의 시각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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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 한국금융신문

※ 본 조사는 10월 중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일반 회사채 및 자본성 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신고서를 대상으로 분석했으며, 은행채·여전채·자산유동화증권(ABS) 및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건은 제외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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