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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5(금)

[DCM] 부도예측모형, ‘석화 쇼크’ 암시…신평사 신뢰도↓

기사입력 : 2025-09-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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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자, ‘신용등급’ 참고용 불과…자체 모형으로 판단
등급·금리 간 괴리, 국내 시장 신뢰성 문제로 이어져

국내 주요 상장 석유화학 기업 'Z-스코어'(2024년 말 기준)./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주요 상장 석유화학 기업 'Z-스코어'(2024년 말 기준)./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
[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대표적인 부도예측모형이 이전부터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높은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해당 기업들은 여전히 우량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수한 재무전략으로 위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기업들은 비우량등급 취급을 받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뢰도 제고 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5일 한국금융신문은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알트만 Z-스코어’(이하 Z-스코어)를 확인했다. Z-스코어는 대표적인 부도예측모형으로 1.8 이하면 부도 가능성이 높으며 3보다 크면 부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1.8과 3사이는 회색지대로 분류된다.

알트만 Z-스코어는 기업 부도 예측에 80% 수준 정확도를 보여주는 만큼 신뢰도가 높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전 미국 기업들의 평균 Z-스코어가 1.81(2007년말 결산 기준)로 나타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다만 제조업 상장기업을 기반으로 개발돼 여타 업종에서는 주력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한국금융신문은 이점을 고려해 화학기업 중에서도 상장사만 선별해 Z-스코어를 도출했다. 작년말 기준 대한유화(3.03)와 금호석유화학(2.72)를 제외한 여타 석화기업들의 Z-스코어는 모두 1.8이하로 모두 부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화학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이미지 확대보기
효성화학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


이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곳은 효성화학(-0.42)이다. 효성화학은 자본잠식으로 지난 4월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2019년 이후 효성화학은 단 한 차례도 Z-스코어가 1.8을 넘어선 적이 없다.

성장 기대감이 극에 달해 주가가 크게 치솟았던 지난 2021년에도 효성화학 Z-스코어는 1.15에 불과했다. 효성화학 Z-스코어가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난 이유는 유동성 부족이다. Z-스코어 구성 항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영업이익/총자산’은 비교적 양호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기여도가 높은 ‘운전자본/총자산’과 ‘이익잉여금/총자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전체 점수를 끌어내렸다.

효성화학 신용등급 추이를 보면 2023년 A0에서 A-로 한 단계 하락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강등되면서 현재는 ‘BBB0, 부정적’이다. 효성화학 Z-스코어 추이를 보면 2021년 1.15에서 2022년 0.16으로 크게 하락한 이후 2023년(-0.16), 2024년(-0.42)에는 연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자본잠식 우려로 주가가 거래정지된 점을 고려하면 투기등급(BB급 이하)이 부여돼도 이상하지 않다. BBB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A급 이하는 비우량등급에 속하지만 투자자들이 무조건 기피하는 대상은 아니다. 공모채 시장에서는 개별민평금리 평균 혹은 등급민평금리 평균에 일정 수준의 금리를 가감해 제시한다.

하지만 효성화학은 2023년초부터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줄곧 미매각을 기록했다. 이는 실제 부여된 등급과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등급 간 괴리 영향으로 분석된다. 즉, 신용등급 평가가 갖고 있는 ‘후행성’의 한계다.

신평사, 신용등급 후행성 인정…’등급=금리’는 부정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후행성 지적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워치리스트나 아웃룩 등을 통해 신용등급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따라서 등급과 금리 수준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에 대해 평가가 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여천NCC가 부도 가능성 이슈로 금리가 10%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일명 ‘석화 쇼크’ 현상으로 여타 화학 기업 회사채 금리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3년물 기준 채권 금리가 10%포인트 급등하면 채권가격은 30% 가까이 급락한다”며 “이는 해당 채권을 매수한 운용역이 해고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천NCC는 조인트벤처(JV)로 계열지원이 미반영된 탓에 금리 충격이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만약 여천NCC가 대주주 지원 등으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돼 있었다면 시장에 더 큰 충격과 혼란을 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Z-스코어와 신용등급 간 괴리를 보면 ‘계열 지원’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국내 주요 화학사들의 신용등급을 보면 LG화학은 ‘AA+, 부정적’, SK이노베이션 ‘AA0, 안정적’, 롯데케미칼 ‘AA-, 안정적’, 한화솔루션 ‘AA-, 부정적’이다.

이들 기업 모두 Z-스코어는 높은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량등급(AA급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Z-스코어가 높은 대한유화(A0)나 금호석유화학(A+)은 비우량등급에 속한다.

대한유화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이미지 확대보기
대한유화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


대한유화는 현재 시장조달을 하지 않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석화업계에서도 현재 가장 취약한 업스트림(NCC 등)에 속해 있어 지난 2022년 이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투자를 제한하면서 재무안정성을 높였다. 공격적인 확장을 억제한 결과 총자산회전율(매출액/총자산)이 동종업계에서는 드물게 1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Z-스코어가 높은 이유는 운전자본과 이익잉여금 관리다. 사실상 재무전략은 A급 수준을 넘어선다.

금호석유화학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이미지 확대보기
금호석유화학 Z-스코어 추이./출처=한국금융신문, 딥서치


금호석화는 일찍이 업스트림 한계를 인식하고 다운스트림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석화업계 전반 불황으로 실적 감소는 불가피했지만 작년말 기준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또 금호석화 역시 대한유화와 마찬가지로 운전자본과 이익잉여금 관리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인 기업 역량보다는 규모나 계열지원이 신용등급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전히 우량등급에 속한 석화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Z-스코어는 정량 평가인 반면, 신용등급에는 정량과 함께 정성 평가가 포함된다”며 “Z-스코어와 신용등급 괴리가 크다는 것은 결국 계열지원 등 정성 평가에서 차이가 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시장지배력과 규모 등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신용등급 결정에 대한 복잡성이 오히려 기업에 대한 판단을 흐린다”고 질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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