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방한 기간 게이츠 이사장은 국제조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주최로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 만났다. 그런데 국내 대표 백신 개발기업 GC녹십자는 이번 회동 리스트에서 빠졌다. 왜일까.
라이트재단은 보건복지부와 게이츠재단이 공동 출자해 조성한 재단법인이다. 주로 중·저소득국에 큰 부담을 주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해 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국제보건적정성기구 등 국제기관과 국내 기업 간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에 GC녹십자가 빠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대표 백신 개발사로 꼽히는 GC녹십자가 게이츠재단 미팅 리스트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GC녹십자가 라이트재단 회원사가 아니라는 게 이유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라이트재단이 회사의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따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라이트재단 대신 GC녹십자는 게이츠재단이 전폭 지원하는 국제보건기구 ‘세계백신면역엽합(Gavi, 이하 가비)’에 가입돼 있다. 가비는 2000년 게이츠 이사장 주도로 세계경제포럼에서 시작됐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세계은행, 게이츠재단과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
가비는 현재까지 11억 명에게 백신을 제공했다. 동시에 2000년 약 1000만 명에 달하던 전 세계 5세 미만 사망률은 2023년 500만 명 미만으로 줄었다. 게이츠재단은 가비를 통해 백신 비용을 줄이고 모든 사람에게 백신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려고 한다.
게이츠재단에 의하면 가비가 공급하는 백신의 약 11%를 한국 기업이 제조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LG화학, 유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가 가비에 백신을 조달하고 있다. 이번 게이츠재단 방한 목적도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백신 지원 강화에 있다.
이에 가비는 “의료 접근성이 제한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DTP 백신의 강력한 보호 효과가 일시적 부작용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재개하는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왜 가비에 참여하고 있을까. 게이츠재단의 개발·임상 지원과 함께 유통망 확대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보니 유통망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원을 통해 제품 활용을 늘리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과 임상 단계에서 게이츠재단의 지원을 받고, 이를 다시 유통 확대와 추가 지원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