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적으로는 선진적 이사회 구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부 환경과 대형 M&A(기업 인수·합병) 정체, AI(인공지능) 기술 경쟁력 확보 등 과제가 쌓이면서 총수 복귀 명분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가 항목 중 달성하지 못한 항목은 ▲현금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집중투표제 채택 등 두 가지다.
배당 예측 가능성은 배당 규모를 확정한 날(배당액 확정일)을 결정하고,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날(배당 기준일)을 정하면 된다. 연 4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매 분기 말을 배당 기준일로 삼고 기준일 다음 달 배당액을 확정하고 있다. 정관 변경을 통해 배당 기준일을 미루면 간단히 지키면 되는데 회사는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 이사를 뽑을 때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의결권 몰아주는 게 가능해 소수 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한 국내 기업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최근 여당 주도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를 포함한 2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처럼 두 가지 항목을 제외하고 투명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사회 구성도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6인으로 이뤄졌다. 사내이사는 ▲전영현 DS부문장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송재혁 DS부문 CTO 겸 반도체 연구소장 등이다.
재무, 법률, IT(로봇·AI·반도체), ESG(환경·에너지), 금융, 투자, 국제통상,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통해 외부 시각에서 경영 감독과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배치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삼성의 총수 리스크를 염려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1.65%에 불과하지만, 이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19.34%를 갖고 있다. 즉 이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와 선진적 이사회 구성은 그간 한국 재계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총수 1인의 독단적 경영 리스크를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최근에는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 문제가 해소되면서 그의 이사회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경영승계, 국정농단 등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경영승계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으며 이사회에 복귀해야 할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도 긴박하다. 삼성전자는 AI 시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에 실기하며 올해 SK하이닉스에 D램 1위 자리를 내줬다. 대형 M&A도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멈췄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감사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도 지난달 “재판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나 죽기를 각오하는 공격적 경영을 해야지만 국제사회에서 삼성이 발전하고, 국민 경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라며 “개인적으로는 등기 임원의 조속한 복귀를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하면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이 주도한 대표적 대형 투자는 파운드리 사업이다.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171조원을 쏟아부어 해당 분야 1위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총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낮은 수율과 대형 고객사 확보 문제로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파운드리가 내놓은 성과다.
계약 상대방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 밝혀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삼성전자 공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해당 사실을 직접 밝혔다. 머스크는 “165억달러(23조원)는 단지 최소액”이라며 추가적 계약도 시사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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