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금융의 선두주자인 일본 금융회사 MUFG, Mizuho, SMBC는 정부의 이자감면 정책 등 금융지원제도를 활용해 15건 이상의 전환금융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사만이 아니라 사모펀드들 역시 급부상하는 전환금융에 주목하며 다양한 전환채권과 펀드 등을 출시하고 있다.
2030년까지 1000조원 규모의 전환금융 수요가 예상되지만, 전환금융 관련 정책 및 가이드라인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고 있어 적극적 도입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기후금융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연말 탄핵정국 후 정권이 교체되며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보다, 현업에서 가이드라인을 먼저 구축하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5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그룹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그룹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시행하는 등 은행권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제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히다.
은행 관계자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눠봐도 “그냥 정부에서 시키니까 하는거죠” 정도의 웃음 섞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 전 ESG경영이 한창 화두가 될 때는 일회용품 대신 머그컵이 등 다회용기를 활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요새는 그마저도 흐지부지돼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었다.
문제는 시중은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영국계 금융 연구 NGO인 '포지티브 머니'가 발표한 '녹색 중앙은행 평가'(Green Central Banking Scorecard)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G20 국가 중 16위에 그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실 산업발전과 친환경은 서로 공존하기 쉽지 않은 개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녹색전환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미래에 더 큰 비용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세계 114개국 금융기관이 참여 중인 글로벌 협의체 NGF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후정책이 지연될 경우 금융기관은 최대 13%의 신용자산 손실을, 은행권은 총 390조원 이상의 잠재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EU 탄소국경조정제도의 글로벌 규제 강화로 탄소가격이 오르면 90조원 이상의 부담이 국내 산업계에 걸리게 되고, 이 부하는 그대로 은행권의 부실로 전이될 수도 있다.
그저 ‘시켜서 하는’ 수동적인 친환경경영이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금융권의 녹색 전환은 이제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정부의 정책을 바라보고 있기 보다, 은행권에서 주체적으로 더욱 실질적이고 폭넓은 녹색금융 정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은행권이 녹색금융에 대한 진심을 강력하게 드러낸다면 정부 역시 이에 응답해 발빠르게 움직일 것이며, 친환경으로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도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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