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가 구조적 변곡점에 접어들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빠르게 줄면서,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위탁매매에 기반한 영업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은 ‘그다음’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과거에는 거래대금이 늘면 수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리테일 영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체감하는 온도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거래 위축이 단순한 경기 순환적 조정이 아니란 데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촉발된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은 단기간에 거래량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그 열기가 오래가지 않았다.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활기는 빠르게 식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거래대금이 줄면 일시적인 조정 국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 자체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며 “장기 투자 중심의 플랫폼 문화, 디지털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 확대가 증권업의 근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구조가 이처럼 바뀌면서 각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탈출구 전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관리 인프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초고액자산가(HNW)를 대상으로 맞춤형 WM(Wealth Management)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채권과 파생상품 중심의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 강화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IB(투자은행), PI(자기자본투자), 대체투자 부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일정 부분 수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같은 전략 변화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를 넘어 증권사의 정체성과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는 움직임으로도 이어진다. 과거, 증권사는 주식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취하는 ‘거래 중개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고 생애 전반에 걸친 재무설계를 제공하는 ‘종합 자산 파트너’로써 진화를 요구받는다. 디지털 플랫폼 운영, 데이터 기반 분석, 비대면 서비스 제공 능력은 이제 증권사의 선택이 아닌 생존 요건이 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전환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본 운용력, 고액자산가 유치 경험, 민첩한 IT 인프라,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 등 모든 것이 오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한 역량이다. 일부 증권사는 이같은 변화의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증권사에게는 아직도 머나먼 이야기이다.
금융투자업계관계자는 “이제 증권업계 전체가 ‘리셋’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탁매매 수익에 기대온 과거의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금, 각 증권사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증권사는 단순한 사업구조 조정이 아니라, 고객 중심의 총체적 서비스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에 직면해 있을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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