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우 대표가 이끄는 하나자산운용이 출범 1년 만에 확실한 ‘변화의 서사시’를 쓰고 있다.
특히, 채권형 펀드와 ETF 중심의 정공법은 눈에 띄는 수치로 이어졌다. 채권 수탁고는 70% 이상 늘었으며 ETF 부문에선 최단기간 흥행이란 타이틀도 차지했다.
김 대표는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자산운용 업계 전반에 걸쳐 두루 경험해온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하나자산운용의 초대 단독 대표로 돌아왔을 때 업계는 “전면 쇄신”을 예고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조직은 빠르게 움직였다. 2023년 말 기준 3조 원 수준이던 채권형 펀드 수탁고는 2025년 3월 현재 5.2조 원으로 확대됐다. ‘하나크레딧플러스펀드’는 설정 2년도 안 돼 1조 원을 돌파했다.
ETF 부문도 덩치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UBS 브랜드를 정리하고 '1Q ETF'로 리브랜딩한 뒤, 하나자산운용은 매달 신규 ETF를 상장하면서 외형을 넓혀왔다.
‘1Q 머니마켓액티브 ETF’는 출시 6개월 만에 5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1Q 미국S&P500 ETF’는 상장 8영업일 만에 500억 원을 유치해 동일지수 ETF 중 최단기 성장 기록도 세웠다. 총보수는 0.0055%로 국내 최저 수준이다. 월 중순 분배와 소액 단위 매수 가능성, 액면가 1만 원 설계 등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를 지향한 흔적이다.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하나자산운용은 상품 설계와 유통 전략에 차별화를 통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 자사 ETF는 연금계좌와 IRP에 최적화된 분배 스케줄을 제공한다. KODEX·TIGER 등 선두권 ETF와는 유통 방식에서 차별화를 모색했다. 일부 상품은 리테일 판매사와의 연계 프로모션을 병행해 접근성을 높여왔다.
공모주하이일드 펀드는 김태우 대표 체제에서 단연, 주목받는 상품이다. 그는 다올 시절 펀드를 업계 1조 원대 상품으로 키워낸 전략가다.
하나자산운용에서 새로 출시한 해당 펀드는 하이일드 채권에 45% 이상 투자하면서도, 코스닥 기준 최대 10%의 공모주 우선 배정이 가능하다.
2024년까지는 분리과세 혜택(최대 3천만 원)도 줬다. 주식 비중을 ‘제로’에서 출발해 하방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상품이다.
조직 내부 변화도 조용함 속에서 확실히 했다. 김 대표는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도입했다. 채권·공모주 운용에 특화된 인재도 적극 영입했다. 고영철 부장은 다올자산운용 출신으로, 하이일드 채권 운용을 위해 하나자산운용에 합류시켰다. 정재민 이사에게는 현재 하나자산운용의 크레딧 운용을 맡겼다. 동시에 리스크관리팀과 리서치팀의 기능도 강화해 상품개발-운용-위험통제 간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를 다듬었다.
이런 전략은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 자산운용 부문이 그룹 전략에서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머물렀다면, 하나자산운용은 지금 그룹 자산관리 전략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평이다.
하나은행의 연금 사업부, 하나증권의 리테일 창구, 하나캐피탈의 대안상품 유통망 등과 연결되는 구조 속에서 운용사는 기획과 공급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한 상품 전략은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이 핵심이다. IRP, TDF, 채권형 액티브 ETF 등은 은행을 통해 안정적인 고객군과 만날 수 있으며 증권사의 플랫폼을 통해 다이렉트 채널도 강화할 수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이처럼 공급자이자 솔루션 기획자로서 운용사의 전통적 역할을 넘어선 기능으로 점차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김태우 대표는 상품 전략에 앞서 고객 중심 철학의 중요성도 강조해 왔다. 하나자산운용 출범 당시 그는 “하나자산운용이 한국을 대표하는 자산운용사로 도약해 자산운용의 명가 재건에 앞장설 것이다” 며 “신규 상품에 대한 손님들의 니즈를 적극 수용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하나자산운용의 방향은 경쟁사들과 결이 다르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ETF와 인덱스 중심의 대형화 전략을 고수한다면, 하나자산운용은 안정성과 분산 투자, 퇴직연금·중위험 상품 중심의 수익 기반 모델을 지향한다. 즉, ‘규모의 승부’보다 ‘정교함’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취지다.
최근 공모펀드 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하나자산운용의 상품군은 안정적인 자금 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김 대표의 전략이 단기 성과를 좇기보다 구조적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산운용업은 쉽고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살아남는 브랜드로 만들어 갈 수 있다" 김태우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이 말은 하나자산운용이 향하는 방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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